한 동안 잠잠하던 카드 수수료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가맹점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수수료를 적게 내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것이 카드사의 수지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간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카드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시작한 90년대말 이후부터는 매년 꾸준히 수수료율의 인하가 진행되어 왔다.
당시 평균수수료율이 3.0%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2.25%가 되었으니 지난 4년간 매년 산술평균으로 약 5%정도의 수수료율이 인하된 결과이다.
거기다가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 되면서 5만원 이하의 소액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카드사의 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드거래는 금액에 관계없이 금융비용 밴(van)사 수수료, 인건비나 관리비 등 직간접의 비용이 소요된다. 업계의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소액거래 1건에는 약 305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수료에 대한 카드사의 어려움은 평균수수료와 원가를 비교하면 자명해 진다. 현재의 가맹점수수료 원가는 평균 2.45% 정도인데 이들로부터 받은 수입 평균 수수료율은 2.25%이다. 신용판매 부문에서 전체적으로 약 0.2%포인트 정도의 역마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국민은행의 자체조사에서도 나왔다.
이 은행에서는 카드매출 1000원당 평균 24.3원의 수수료를 받고 42.2원의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한다. 1000원 매출에 17.9원의 손해를 보고 있으니 신용판매 부문에서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원가수준을 밑도는 가맹점수수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카드사가 주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현금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이익으로 신용판매부문의 손실을 메워 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현금대출에 의존한 경영은 어렵게 되었다. 현금대출비중이 자산운용의 절반을 넘지 못하게 되었고 기존의 대출의 연체율이 증가되어 수익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수수료의 현실화에 대하여는 가맹점들이나 시민단체들은 늘 펄쩍 뛴다. 일부 시민단체는 카드수수료 인상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상품의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물가와 상관관계를 찾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니 가맹점 수수료가 소비자의 부담을 늘린다고 하는 논거는 더욱 성립할 수 없다.
이들은 신용판매부문이 적자라는 데 동의하지도 않는 눈치이다. 실제 카드사들이 받는 평균 수수료율은 카드사가 주장하는 2.25%가 아니라 2.5% 정도로 적어도 손실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가맹점수수료의 원가계산에 대손상각이나 연체관리비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하여도 수긍할 수 없다고 한다. 이들 비용이 가맹점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니 원가 구성항목이 될 수 없다는 논지이다.
다행히 최근에 카드사와 가맹점과의 분쟁에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이들 당사자와 소비자대표가 공동으로 가맹점수수료 원가를 공동분석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같은 데이터에 기초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제까지의 분석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용카드본업이 신용판매이니만큼 이를 중심으로 수익모델을 재편하고 이를 기초로 수지문제에 접근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수수료의 현실화는 단순한 인상이 아니라 균형가격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이며 시장현상이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왜곡된 카드업계의 수익구조가 원상을 찾아가는 시장의 모습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