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인 5만원권이 발행된 작년부터는 위조지폐에 대한 경계가 훨씬 높아졌다. 육안으로는 물론이고 위폐 감별기로도 구별이 어려운 초정밀 위폐(슈퍼노트)를 만드는 세력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조폐공사가 공개한 위조방지 장치는 15가지다. 이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것이 모션(Motion)으로도 불리는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이다.
5만원권 앞면의 3분의 1 지점에 있는 4개의 점선처럼 돼 있는 부분이다.
거기에 여러 개의 태극무늬가 사방 연속으로 새겨져 있는데 5만원권을 좌우로 서서히 젖히면 태극무늬가 상하로 움직인다. 정면으로 서서히 젖히거나 눕히면 태극무늬가 좌우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치다.
조폐공사는 청회색 특수 필름 띠에 담긴 이 기술 특허는 미국이 특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면 왼쪽 끝 부분에 은색 띠처럼 붙어 있는 홀로그램도 위조방지를 위한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상·중·하 3곳에서 한반도 지도, 태극, 4괘 무늬가 같은 위치에 번갈아 나타나는 방식이다.
특수필름으로 된 이 같은 띠형 홀로그램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이 특허를 갖고 있다.
5만원권에는 국제 입찰을 거쳐 일본의 기술이 적용됐다. 앞면 왼쪽 빈 공간을 빛에 비춰보면 신사임당 인물초상이 떠오른다.
워터마크(Watermark)라 불리는 숨은 그림 기술로 5만원권에 채택된 것은 조폐공사 특허다. 뒷면 오른쪽 하단의 50000이라는 숫자도 지폐 기울기에 따라 자홍색이나 녹색으로 변한다.
색 변환 잉크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이것 또한 조폐공사 특허로 등록돼 있다.
앞면 오른쪽 신사임당 초상 옆에는 연꽃처럼 생긴 둥그스름한 문양이 있는데 지폐를 비스듬히 눕히면 무늬 안에 숨겨진 숫자 5가 드러난다.
이 밖에도 신사임당 초상과 월매도, 문자와 숫자 등을 만져보면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시각장애인을 위해 지폐 앞면 양쪽 가장자리에 다섯줄 무늬를 가로로 볼록 인쇄 한 것 도 조폐공사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금융기관 종사자 등 전문취급자가 위조 식별을 손쉽게 하도록 담은 기술도 있다. 앞면에 그려진 묵포도도(墨葡萄圖) 등은 형광염료로 만든 잉크로 인쇄해 자외선을 비추면 녹색형광 색상이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특수 필터를 5만원권 위에 올려놓으면 액면숫자가 드러나는 필터형 잠상 기술도 있다.
5만원권에는 공개된 위조방지 장치 외에도 비공개 장치가 7개정도 더 있다고 한다. 각각의 위조방지 보안요소에는 여러 특허가 복합 등록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지폐, 수표, 상품권 등의 유가증권은 특허 복합체로 불린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5만원권 등 지폐의 보안요소와 관련된 특허가 5,000건에 달하며 특허 로열티가 재료비의 60%에 달할 정도"라며 "독보적인 위조방지 기술을 개발하면 위조방지에 혈안이 된 각국이 서로 사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