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화접] 제12장 -7 ★ 일단 피하고 보자!
■ 철화접 2권 제12장 잊긴... 이 썩을 놈아! -7
━━━━━━━━━━━━━━━━━━━━━━━━━━━━━━━━━━━
⑦
'노부가 전수해 준 오대도법만으로도 천하를 주유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나 반드시 피해야 할 상극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금삼
대검공이라 불리는 검법 중 무영각의 비전검공인 탈명추혼검이다.
그외 나머지 이대검공을 수련한 자와의 싸움은 각자의 숙달여부와
내공의 차이, 그리고 순간적인 임기응변 등에 의해 고하가 가려질
것이나 이 탈명추혼검 만큼은 노부의 오대도법의 천적이라 할만한
것으로 이 검법의 수련자와는 절대 싸움을 벌여선 안된다.'
그녀는 당혹했다.
하지만 이미 상대가 발출한 검은 아무런 파공음도 일으키지 않은
채 조용히 자신의 허리를 베어오고 있었다.
'일단 피하고 보자. 그런 연후에 다시 방법을 찾아보자.'
철화접은 허리를 크게 뒤로 젖히며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간일
발 차이로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상대의 검이 예리하게 훑고 지
나갔다.
그런데.......
"헛!"
철화접은 놀란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유삼을 죄고있던
요대가 깨끗이 절단되어 갑판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충분한 공간을 두고 피했다 여겼거늘... 이것은 필시 검신(劍身)
에 의한 것이 아닌, 검강에 베인 것이리라.'
철화접은 전신에 긴장의 도를 한층 더 높이는 한편 얼굴을 새빨갛
게 달구며 비어있는 한손을 들어, 요대에서 해방되어 양쪽으로 젖
혀진 유삼의 앞섶을 황급히 잡았다.
물론 안에 속옷을 입고 있기는 했으나 선실 안에서 격앙된 상태로
엮었던 옷고름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탓에 이미 사 인의 살수
들과 접전을 벌일 당시 매듭이 풀어져 있었다.
당연한 결과로 유삼과 더불어 상의마저 야풍에 휘감겨 펄럭였다.
동시에 그 안의 눈처럼 새하얀 속살과 또 앙증맞은 젖가리개에 감
추어져 있는 풍요로운 육봉의 굴곡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젠장, 단 일 초에 목숨이 오고가는 긴박한 와중에 이런 데 정신
을 허비해야 하다니... 여자란 참으로 거추장스러운 것들이 너무
많아. 사내라면 이런 일로 정신을 분산시키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을텐데 말야.'
예기치 않았던 사태에 철화접은 자신이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것
을 처음으로 한탄하고 있었다.
"본의는 아니었으나 미안하게 되었소. 의복을 수습하시오."
상대가 여인임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게 된 젊은 사내는 말
투까지 경어로 바꾸어 정중히 사과했다.
목숨을 내놓고 벌이던 격전 도중임에도 몸까지 뒤로 돌려 상대에
게 등을 내보인 자세였다.
이번만큼은 철화접도 묵묵히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칼을 입으
로 물고 양손으로 옷고름을 단단히 묶었다.
그러나 유삼의 요대는 쓸모 없이 두 동강이가 나 있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예 유삼을 벗어던졌다.
변복을 하기 위해 걸쳤던 유삼은 격전 중에는 펄럭이는 옷자락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기에 과감히 벗어던진 것이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단 일합의 교환을 통해 위축되었던 투혼을 되
살리는 한편 탈명추혼검에 대적할 방안을 궁리했다.
짧은 순간이었으나 더없이 유효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그 검식에 대응할 뾰족한 방안
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
'죽기를 각오하고 최선을 다해보자.'
철화접은 비장한 결의를 마치고 입으로 물고 있던 칼을 다시 오른
손으로 힘주어 움켜잡았다.
"다 됐으니 돌아서시오. 귀하의 호의에 감사드리오."
철화접의 말투도 격식을 갖춘 어조로 바뀌었다.
"사내로서 의당 지켜야 할 도리를 행한 것뿐이니 그런 인사는 접
어두시구려."
"하지만 그런 사내가 흔치 않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니 귀하의 공
명정대한 처신은 마땅히 칭송받을만한 것이오."
"당치않은 말씀. 귀하야말로 여인의 몸으로 이토록 고절한 무공과
기백을 갖추었으니 온 천하의 사내들에게도 능히 귀감이 될만하
오."
생사결전을 앞에 둔 두 사람이건만 주고받는 대화에는 살기가 아
닌, 마음에서 우러난 온화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괴이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몇 마디의 덕담이 오고가던 끝에 성질 급한 철화접이 먼저 싸움을
재촉하고 나섰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합시다."
그러나 젊은 사내는 선뜻 싸움에 임하려 하지 않았다. 무언가 골
똘히 생각하는 듯 고개를 반쯤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
"어차피 치뤄야 할 결전이니 더 이상 뜸들이지 말고 빨리 해치우
는 게 좋겠소. 누가 죽고 누가 살런지 말이오."
이미 죽기를 각오했으나 마음 한쪽에선 불안과 아쉬움이 어지럽게
얽혀들어 심란하기 짝이 없는 철화접으로선 한시라도 빨리 결말을
보고 싶었기에 다소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내는 숙였던 머리를 번쩍 치켜올리며 엉뚱한 질문을 던
지는 것이 아닌가?
"왜 이 배를 탔소?"
철화접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답은 해주었다.
"그걸 몰라서 묻소? 바로 귀하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기 위
해......."
불쑥 사내가 그녀의 말을 자르며 끼어 들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고 그 많은 배들 중에 하필이면 왜
이 배를 탔느냐 이 말이오?"
철화접은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질문을 받았다.
"그야 이 배가 절강성으로 가는 배라 그랬소."
그러자 사내의 음성이 다소 고조되었다.
"소저의 거처가 절강성에 있소? 아... 그러니까 내 말인즉, 소저
가 절강성 사람이냐는 뜻이오."
"그렇소. 그런데 그게 뭐 잘못됐소?"
되묻는 철화접의 표정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그러나 사내는 달랐
다. 한손으로 방립을 슬쩍 들어올려 강렬한 안광을 그녀의 얼굴에
쏘아보냈다.
그는 긴장된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절강성 어디요? 소저가 태어난 곳이? 혹시... 항주 아니오?"
사내가 항주를 입에 올릴 때 철화접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음성이 떨리고 있음을.......
"그렇소만......?"
철화접의 안색에도 일말의 긴장감이 떠올랐다.
아직 그 이유도 전혀 모르면서 덩달아... 아니, 무언지 확실치는
않으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무척 흥분하고 있었다. 다음에 벌어
질 상황에 대한 예감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그녀의 예감은 적중했다.
사내는 천천히 방립을 벗어 호남아의 진면목을 내보였다.
굵고 짙은 눈썹에 강렬한 정기를 담고 있는 호목(虎目), 우뚝 선
콧날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굳게 맞물려 있는 입술.
그리고 다소 검게 그을린 피부가 더 할 나위 없는 호방한 사내대
장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눈과 입이 이지러지는가 싶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얼굴에 그
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한데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아무런 격식을 갖추지
않은 전혀 거리낌이 없는 말투였다.
"처음 본 순간부터 기이하다 여겼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여인에
게, 그것도 혈전을 벌여야 할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꼈으니까. 그
리고 얼굴을 보고는 혹시 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 그러
나 또한 부정하기도 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짙어만
갔어. 아무리 그럴 리가 없다고 마음속으로 외쳐봐도 말이야. 후
후후! 늦게나마 그렇게 물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
야! 두목, 나 막대붕!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잊긴... 이 썩을 놈아!"
눈부시게 밝은 미소를 얼굴 전체에 그리며 철화접은 양팔을 치켜
들었다.
두 남녀는 힘주어 서로를 껴안았다. 극적인 상황에서 근 십 년만
에 재회한 샛강 변 친구들의 포옹인지라 둘은 쉽게 갈라서지 못했
다.
유일하게 멀쩡한 의식을 유지하고 있던 한 살수만이 이 기막힌 상
황반전에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두 눈을 껌뻑거릴 뿐이었다.
첫댓글 즐독 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전이네...
ㅈㄷㄱ~~~~~```````
인맥이 좋아요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잼나네 ㅋㅋㅋ
즐감요~^^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즐감하고 감니다
막대 봉 와아~~~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ㄳ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