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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는 한국 100세인 연구 창시자이자 장수 의학 석학이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에서 27년간 세포 노화 연구에 매진하다, 2000년대 초반 고령사회연구소를 통해 100세인 연구에 뛰어들었다. 백세인이 사는 마을을 일일이 찾아가 그들의 생활 패턴과 식이 습관을 조사하고, 각종 운동 기능과 혈액 검사를 해서 분석했다. 100세인에 대한 방대한 연구는 <한국 장수인의 개체적 특성>, <100세인 이야기> 등의 책으로 나왔다. 박 교수가 최근 한국인 특성을 감안한 장수 수칙 3강 8조를 만들었다.
그래픽=양인성
◇장수를 만드는 시대
백세인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에도 세월에 따른 변화가 왔다. 백세인 특성이 지난 20년간 달라진 것이다. 우선 남자 백세인 비율이 늘었다. 20년 전 남녀 비율이 1:12였던 것이, 1대5로 늘었다. 흡연율은 13%에서 3%로 급격히 줄었다. 애초 백세인의 흡연율이 당대 사람들보다 낮았는데, 더 낮아진 것이다. 금연이 장수로 가는 조건인 셈이다.
음주율도 16%에서 2%로 줄었다. 대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이동성은 36%에서 45%로 늘었다. 글자를 읽는 백세인의 문해율도 20년 전 13%에서 28%가 돼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백세인이 가족과 동거하는 경우는 90%에서 50%로 절반가량 줄었다. 혼자 사는 백세인도 30%가량 됐다. 요즘 백세인은 전쟁을 통한 가족 상실 경험도 적었다. 박상철 교수는 “자기 스스로 부양하고 자립하는 백세인 비율이 54%나 됐는데, 이들의 삶의 질이 훨씬 높았다”며 “가족 해체로 스스로 부양하고 살아가며 장수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장수 3강 8조
박상철 교수는 시대 변화를 감안한 신(新) 백세인의 조건으로 자강(自强)과 자립(自立)을 꼽았다. 건강 유지를 우선으로 하고, 스스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공생(共生)도 강조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같이 장수해야 본인도 장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중국의 철학자 주자가 쓴 유교 경전 대학(大學)의 3강 8조를 은유하여, 장수 3강 8조목을 만들었다. 대학의 8조목은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등으로 유명한 삶의 지표다.
✺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 저자 김형석 | 출판 열림원 | 2019.5.27
✵ 책소개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이자 수필가로 사랑받는 철학계의 거장 김형석 교수가 100세를 맞이했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지금도 일어서서 긴 시간의 강연을 스스로 진행한다. 그는 지금도 1년에 무려 160여 회가 넘는 강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김형석 교수를 만나면 100세가 되도록 어떻게 그렇게 건강할 수 있는지를 묻곤 한다. 남다른 건강 비결이 무엇인지 퍽 궁금한 모양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김형석 교수는 “어떤 음식을 먹어라.” “무슨 운동을 해라.”라고 대답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도록 조용히 이끌어 준다. 이른바 이것이 김형석 교수의 행복론이다. 김형석 교수는 행복한 삶의 중요 조건으로 ‘성장하는 인생’을 강조한다.
인간의 신체는 20대까지 성장한 뒤 이후부터는 성장을 멈추며 노화되지만, 끝없는 자기관리와 정진을 통해 우리의 정신세계는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그런 자기관리의 철학을 스스로 실천하며 살아오고 있다.
우리가 그의 에세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행복에 대한 그의 철학 세계가 인간의 삶을 직관적으로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100년 철학자로서 던져 온 인생에 대한 깊은 질문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성장하는 삶을 통해 인생의 진짜 행복을 발견할 것인지 그가 살아온 한 세기의 이야기를 통해 제시해 주고 있다. 김형석 교수가 일생 동안 교육자로 살아오며 젊은 후배들을 위해 내면으로부터 써내려온 이야기들을 엮은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는, 특히 젊은 세대들이 굳건하게 자존감을 지키며 살기 위해 ‘용기와 봉사의 사명감’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 저자 김형석은 철학자, 수필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나 일본 조치(上智)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길렀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철학계 1세대 교육자’로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초대 회장을 지냈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현재 99세의 나이에도 활발한 저서 활동과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지난해에는 무려 165회의 강연을 했다. 이틀에 한 번 꼴이었다. 1960~70년대에는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 했으며, 건강한 신앙과 삶의 길을 제시한 《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 《백년을 살아보니》, 《인생의 길, 믿음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행복 예습》, 《왜 우리에게 기독교가 필요한가》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 《백년의 독서》 《예수를 믿는다는 것》 등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로, 100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목차
제1부 인간의 조건
지금 여기에 있는 그것, 행복 … 14/약간의 기적 … 23/마음 아득한 소나무 숲 … 31/자아 발견의 4단계 … 35/상실의 이유 … 49/감사를 아는 마음 … 55/사랑한다면 주어야 할 것 … 60/
제2부 만나고 사랑하는 것
친구와 원수 … 68/진정한 품위 … 85/솔직, 겸손, 긍정 … 91/결혼이라 쓰고, 열매라 읽는다 … 97/행복한 가정을 위한 지혜 … 111/행복을 만드는 가치관 … 120
제3부 우리가 가야 할 그곳
리더의 기본 … 134/하라! … 139/감정, 합리, 인격 … 144/대학의 의무 … 149/멋과 흥 … 159/로마가 망한 이유 … 170/돈의 대가 … 181
제4부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하늘이 기억해 준 그날 … 200/일과 성장 … 212/취미, 오락, 유머 … 224/많이 살고 싶다 … 240/이제부터 쓰고 싶은 말 … 243/죽음의 다른 이름, 삶 … 248
✵ 책 속으로
인간은 올라가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으나 퇴락하는 과정에서는 불행과 고통을 겪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저기 있는 행복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값있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고, 그 성장과 노력의 과정의 속에서 행복을 찾아 누려야 한다. _20p, ‘지금 여기에 있는 그것, 행복’ 중에서
내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발견하고 있으며 또 그 때문에 얼마나 높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가 문제이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수없이 되풀이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뒤를 계승해 온 서구 사회의 지도자들도 소크라테스가 만족할 만큼 자신을 발견하고 살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우구스티누스, 파스칼, 키에르케고르 같은 몇 사람들이 그 책임을 감당했을 뿐이다. 깊은 의미의 자아발견이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들의 과제는 이런 철학적 문제를 위해서가 아니다. 어떻게 살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문제 까지도 포함시킨 자아발견의 문제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자아 발견이란 이론이기보다 생활의 문제이며, 원리나 법칙이기보다 행동과 실천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_37p, ‘자아 발견의 4단계’ 중에서
법관이 된 뒤에도 삶의 문제는 있으며, 은행원 역시 우리 삶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육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교육에 임한다. 자, 이렇게 문제의식 없이 목적 달성된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지성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를 찾고 지니는 데 있다. 문제의식을 지니지 못했다면 참다운 지성인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가 함은 그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가로 결정된다.
-53p, ‘상실의 이유’ 중에서
“그에게는 많은 원수는 있었으나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히틀러를 가리켜 한 말이다. 대개의 경우 유명한 사람에게는 친구가 적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은 하지만 우정을 갖기에는 먼 거리에 있는 것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친구가 생기지 않는다. _69쪽, ‘친구와 원수’ 중에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의 행복은 인격’이라고 정의 내렸다. 독일의 시인 괴테도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격적 삶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뜻이다. 부족한 인격에는 참다운 행복이 있을 수 없으며 행복은 인격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쾌락 및 향락과 행복을 구별해야 한다. 같은 즐거움이라고 해도 그 내용과 질에서는 동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좌석에서 잡담을 즐기는 기쁨도 있어야 하나 그것이 좋은 작품을 끝낸 화가의 기쁨과 같은 것일 수는 없다. _127p, ‘행복을 만드는 가치관’ 중에서...
✵ 출판사서평
“최근의 많은 젊은이들은
우리에게도 장래가 약속되어 있는지를 묻는다.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김형석 교수에게 철학자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지를 물으면, 강연에 찾아왔던 한 청중이 다가와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 치열하고 힘들었던 시절, 우리 세대는 교수님과 교수님의 벗이셨던 여러 선구자들의 가르침으로 꿋꿋이 견뎌 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주었던 날을 꼽는다. 왜 그 순간이 철학자 김형석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했던 인생의 중요한 비밀이 있다. 행복은 먼 미래로 가면 만날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오로지 현재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김형석 행복론의 핵심이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은 이 책의 첫 장에서 묻는다. 행복이 먼 미래나 과거에만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현재만을 살아야 하는 운명으로 태어나므로,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목적일 수 없는 것이다. 행복은 언젠가 우리를 찾아올 존재가 아니라, 이미 현재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 행복을 만나는 열쇠는 ‘인격’과 ‘봉사’에 있다고 100세 철학자는 전해준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을 만날 수 있으며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묻는 당신에게
100년을 살아온 철학자가 깨달은 삶의 질문과 대화
100세가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형석 교수는 “며칠 전까지 99세였다가 세 자리 숫자로 바뀐 나이에 깜짝 놀랐다.”고 답하며 빙그레 웃는다. 우물 깊은 철학자에게도 100년의 삶의 기록은 특별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의학의 발달로 육체의 건강은 보장됐지만, 우리의 정서도 과연 그러할까? 기나긴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생존키트’는 무엇일까? 긴 인생을 어떻게 준비해야 예방접종 효과처럼 굳건하고 흔들림 없는 삶을 영위할 것인가. 철학자 김형석이 지난 100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록한 이 책은, 앞으로 새로운 100년을 살아갈 청소년부터, 연애·결혼·출산 모두를 포기했다는 이른바 ‘삼포 세대’와 청년들, 이제 막 중년으로 건너가는 고단한 세대들, 새로운 청춘을 시작하느라 온몸이 쑤시는 베이비부머 세대, 그리고 아름다운 100세를 맞이하고자 오늘도 정진하고 있는 선배들까지.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마음예방접종 에세이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강연장에서는 뜨겁게 눈물 흘리는 청중들을 자주 만나 볼 수 있다. 노장의 강연을 접한 후 삶의 새로운 기점을 통과했다고 회고하는 이들도 있다.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는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교육자로서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사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는 인생이 본질적으로 모순이라는 사실을 철학자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그 모순의 진리를 탐...
김기창, ‘군마도’, 1955,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김기창은 뛰어난 기량의 화가로, 특히 동물화의 일인자였다. 약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면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진하는 말들의 힘찬 운동감이 압권이다.
출처: 조선일보 2023년 06월 13일(금) 김철중 의학전문 기자,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