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상을 차리거나 혼밥을 차려 먹은 적이 거의 없었다.
이는
옥탑방에 살면서, 식당을 했기에
시간을 내서 목적을 두고 상차림을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 구산동 작은 빌라로 이사하고는 혼술 상차림과 혼밥 상차리는 재미를 누리고 있다. 바뀐 그 버릇은 장을 보는 재미마저 불러왔다.
내게는 혼술 상 차림과 혼밥 차림이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글에 문리가 트이듯, 먹는 것에 食理(이런 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가 트인 것 같다.
옥탑방에서는 시설이 되어 있어도 뭔가 만들어 먹을 염을 못냈다. 그런데, 여기 구산동으로 이사 오고는 뭔가 해 먹는 사치(?)가 자동 실행되고 있다. 작은 냉장고를 규모있게 꾸리려고 하고도 있고, 저장과 소비의 시차까지 계산이 절로 되고, 그런 연유에 그랬겠지만 소장하고 싶은 큰 접시도 충동 구매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 집은 남자 냄새가 나는 집이 아니라 밥 냄새도 나는 집이다. 김치 냄새도 나는 집이 되었다. ㅎ
고대(古代)
장석남
밥을 해먹기 시작하는 방이 있다
잠만 자던 방에서
기명들이 하나씩 모이고
솥에 마침내 쌀을 안쳐
밥을 끓인다
건건이를 벌려놓고 밥을 뜬다
숟가락 소리가 난다
젓가락 소리가 난다
고대(古代)처럼
밥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방이 있다
잠만 자던 방에서
통곡이 시작되는 방으로
가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