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선생 노릇을 20년 이상 하고 정년한 사람들에게는 명예교수라는 타이틀을 붙여준다.
경제적인 혜택은 전혀 없고, 그 대학에 부속병원이 있을 경우 대학에 따라서는 진료비의 할인혜택을 주거나, 아니면 시간으로
강의를 할 경우 강사료를 조금 더 주는 정도의 예우를 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대학선생들에게는 명예교수일 경우, 정년을 하면 연금을 주는데, 보통 일 년 재직에 십만원 정도의 비율로 연금을 주는 것같다. 30년을 재직한 사람은 3백만원의 연금 받는 셈이다. 그러니 20년 이상을 근무하지 않은 사람은 연금이라는 것이 없다. 이것도 무한정 주는 것이 아니라, 맥시멈이 33년이다. 그 이상 근무해도 더는 주지 않는다.
연금이 무슨 특혜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전혀 아니고, 발령을 받은 달로부터 봉급에서 떼어서 적립을 해 두었다가 정년후 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접장들은 봉급이외에는 단돈 한푼도 돈 버는 재주가 없으니 정년후의 노후를 위해 자구책으로 이런 제도를 서둘러 마련한 것같다. 그래서 우리 말에 훈장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지난 6월 2일 이런 연금 훈장님들이 하루거리로 남양주 투어에 나섰다.
이 모임은 안동지역(안동, 영주, 봉화, 예천, 청송, 영덕, 의성 등등)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 선생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숫자는 한 150여명 되지만 지속적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서른 명도 안된다.
수개월 전 연세대에서 모임을 가졌을 때, 일년회비를 얼마를 하는가 하는 의제를 놓고 토론을 벌렸는데, 5만원으로 하자는 의견이 10만원으로 하자는 의견을 눌렀다.예나 지금이나 훈장은 배고프게 살아야 한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구가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훈장을 지원하지 말았어야 한다.
좌장은 고려대학교의 명예교수인 김종길 교수(1926)이다. 연세가 아흔에 가까우시지만 안경도 안 끼시고 영어와 한문실력이 대단하여 다들 놀라고 존경의 마음으로 모신다. 아무 말씀을 안하셔도 선생님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언제나 침착한 음성으로 천천히 몇 마디 말씀만 하신다.
이 모임에는 학술원 회원이 네 명이나 있다. 김종길(고려대), 김경동(서울대), 김용직(서울대), 김동기(고려대) 전부 안동 김씨 아니면 의성 김씨 광산 김씨들이다. 안동지역 3대 대성이다.
나이께나 먹은 나도 이 모임에 가면 영계에 속한다. 현역은 두서너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오래 전에 정년하신 분들이다.
이분들과 같이 멀리 여행을 해보면 느끼게 하는 점이 참으로 많다. 사람은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 가의 그 실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들이 한껏 높으시지만 기이할 정도로 건강들 하시고, 얼굴의 표정이 밝으시다. 그리고 높으신 연세에 못지 않은 대학자로서의 경륜을 쌓은 분들이지만, 무슨 말을 물어보면 그때마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중하게 답변하신다.
이분들은 전공과 관계없이, 한문의 대가들이다. 안동지역의 문화탓이다. 다들 한문으로 시를 지어서 시집을 가지고 있을 지경이다. 김종길 교수는 캠브리출신의 영문학자이지만, 전국 한시의 최고봉이다.
김시업교수(성대명예)가 관장으로 있는 실학박물관을 들러보고, <어부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가지 기록하고 싶은 것은, 지금 능내리(옛지면 마재)에 있는 다산의 생가 여유당은 고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제시 홍수로 다산의 생가는 떠내려가 버렸고, 횡성 어디에서 어떤 분의 고가를 옮겨온 것이다.
김서업 교수의 제자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황순원문학관에 들렀다. 처음 보는 분이지만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진짜 소나기가 분수로뿜어져 나오게 하여 잠시 놀라게 했다.
이준오교수(성대 명예)가 하남에서 어떤 산록에 땅을 사서 별장으로 조성해 놓은 것이 있어서 다 같이 들려 저녁을 먹고 한참 한담하였다. 온종일 같이 돌아다녀 헤어질 때는 상당한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파킽 장에서 헤어졌다.
참석자들, 김종길(고대), 김재은(이대), 배성동(서울대), 김경동(서울대), 김하진(아주대), 이준오(성대), 김식현(서울대), 강의중(한양대), 이장우(영남대) 부부, 김시업(성대),신명순(연세대)부부, 정소성(단국대), 김갑영(공주대 현직), 김용호(인하대 현직), 김대원(경기대 현직), 김규진(외대 현직)부부,홍순정(방송통신대학 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