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새벽 1시 50분경.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최전방 육군 6사단(독수리부대) 관할 (181)GP(전방초소 내무반)에서 입영 4개월 차의 이병이 복무 부적응을 이유로 생활관에 KG-14 세열 수류탄을 던져 폭발케했다.
이 사고로 동료 소대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5년에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육군 28사단(무적태풍부대) 김모 일병이 비슷한 이유로 생활관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큰 충격을 몰고 왔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개인의 정신문제 등 복무부적응이 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군의 구조적인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005년부터 한 경계초소에서 복무했던 예비역 병장은 "복무대원 개개인의 개인적인 성격도 문제가 있겠지만
단순히 개인을 정신이상자로 간주하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예비역 병장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
나는 2005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수도권의 모 사단에서 보병으로 복무했다.
신병교육을 마치자마자 곧장 강안경계부대로 배치됐다.
내가 배치된 부대는 한강 하구의 철책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번에 최전방 GP에서 발생한 수류탄 사고를 보니 놀랍기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도 격오지 초소근무를 섰기 때문에 최전방 GP의 긴장감만큼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전역을 하고 대학에 복학한 뒤 이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고 남일 같지가 않다.
이번에 발생한 GP 수류탄 사고에 대해서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다.
어떻게 자고 있는데 수류탄을 터트린다거나 그것을 또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보통 GP,GOP 및 해안초소 경계복무 시에는 수류탄 1발과 탄약 75발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해안(海岸)이나 강안(江岸)경계복무초소, 그리고 GOP(철책선 경계초소), GP(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에선 의외로 허술한 점이 많다.
더욱이 철책선 복무인 GOP보다 지리적으로 더욱 최전방인 GP는 북한군 (GP)초소와 불과 평균 수백m거리에 떨어진 최일선(最一線)경계소대이며 유사시 적의 공격을 제1차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요충지다.
(참고로 GOP,GP는 모두 소대 단위)
수사결과 발표를 들어보니 수류탄을 던진 용의자로 체포된 황 이병은 "선임병과 잦은 마찰이 있었고, 군 생활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기생과 비교를 당하면서 열등감을 느껴 현실에 대한 회피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또한 GP에 투입되고 나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여러가지 작업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누적, 축적되어 쌓였다고 말했다.
보통 군대(병영) 안에서나 사회에서 큰 사고가 나면 그 해당 범인에 대한 개인적인 정신 및 의지박약 등의 몰고 가는 경우 및 사례가 많다.
이번 경우에도 용의자 황 이병에게 정신감정을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정상인보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더 위험할지 모르지만 비슷한 근무를 해본 나로서는 충분한 휴식 보장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내가 속한 소초는 간부를 포함해 30명 정도가 생활했다.
경계근무는 밤이 중요한데 야간근무는 자정을 기준으로 전반야와 후반야로 나뉜다.
해가 질 무렵에 저녁식사를 하고 전반야 근무자는 초소에 투입되고 후반야를 맡은 병력인원은 잠을 잔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후반야 근무자가 일어나 전반야 근무자와 교대한다.
보통 야간경계 근무자들은 낮과 밤이 바뀐 채 생활하게 된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점은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보장된 수면시간을 다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례로 부대 고위 관계자가 순찰을 돌거나 제초작업 같은 작업 일정이 잡혀 있으면 수면시간이 줄어든다.
정해진 취침시간보다 늦게 자거나 기상시간보다 한 두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심지어는 할당된 작업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전반야 근무자는 낮에 잠을 자지 못한 채 작업을 하다가 밥만 먹고 바로 근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많은 소대원들이 힘들어 했다.
나는 당시 계급이 낮아 적응하는데 신경을 썼지만 선임병들은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 생활과 줄어든 수면 시간 때문에 신경이 예민, 날카로워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를 빌미로 전원집합 후, 욕설, 폭언을 듣거나 구타를 가하거나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소초에서 어떤 문제의 발생 위험이 있다면 소위급인 소초장을 비롯해 부소초장의 관리감독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정해진 순찰시간에 초소를 돌며 감독을 해야 하지만 잠을 자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하지 않았다. 거의 부대 및 병사 관리는 최선임병들이 하는 형태였다.
내가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외부와의 연락이 단절된 채 좁은 공간에 갇혀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안경계근무를 서는 6개월 동안 4박 5일의 휴가 정도만 쓰고 외출 외박은 통제되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소초장이나 부소초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많았다.
수면 부족과 선임들의 폭력, 그리고 간부들의 책임 방기는 병사들을 힘들게 했는데 특히 이등병 일병 같은 후임병들이 남몰래 스트레스를 많이 억눌렸다.
뉴스를 들어보니 이번 사고를 계기로 GP장을 소위에서 중위급 간부로 바꾼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계급에 상관없이 책임자가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막을 수 있다.
또한, 초급장교인 소초장에게 일임한다기보다 중대나 대대에서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사병들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 및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초소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은 인원이 가족처럼 지내는 곳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사건이 이렇게 큰 문제를 불러온다면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