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거실에다 옮겨 놓았다. 내일은 매서운 한파가 있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베란다에 있었던 화분은 5년 전 계장(행정 6급)으로 승진하여 주위 분들이 보내준 것들이다. 근무지가 정해진 신암면 가보니, 같은 날 면장으로 발령받은 윗분보다 나에게 온 화분이 더 많았다. 무슨 자랑거리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오래 동안 지역지인들과 교분을 나누어 많은 화환을 받을 수 있었다. 가격이 많이 나가며 커서 눈에 뜨이는 화분을 들고는 인접해 있는 신암초등학교로 달려갔다. 최병휘 교장선생님이 그곳에 계셨다. 육성회비 가가호호 받으러 다니시다가 우리 집에 들르신 구만초등학교 5 학년 때 담임선생이셨다. 은사님께서는 "예산군 인사발령사실을 아침 지방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하셨다. "제자들이 승진하는 소식이 신문에 실리면 반갑고 기분이 좋다." 하시며 나에게 책 한권을 주셨다.
직원들과 부모님에게 나누워 주고 남은 화분 몇 개를 베란다에 놓고 동고동락하며 화분과 살아온 세월 5년 지나갔다.
작년 겨울 물을 듬뿍 주어 화분에 있는 한그루 나무를 동사케 했다. 나는 그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다짐도 해보았으리라.
차가운 베란다보다는 보일러가 가끔씩 돌아가는 거실에 옮긴 대나무와 난초가 정다운 자태를 보일 때마다 나의 마음은 가볍다.
나는 그동안 매일 걸어 다니며 먹고 싶은 기름진 음식을 입에다 많이 쑤셔 넣고는 풍족한 생활을 만끽하면서 살아 왔다. 베란다에 있었던 꽃과 나무들은 사시사철 미동도 하지 않고는 그 자리에서 잘 자라왔다. 한집에서 그들과 살아온 나는 늘 긴장하며 조바심으로 앞만 보고 달려 왔다. 기뿐 일과 슬픈 일을 맞이하면서 하루하루 값어치 없는 인생을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화분에 묻혀 있는 나무와 꽃들은 내가 주는 물을 먹으며 외출도 못하고 바깥의 햇살을 받으면서 근근이 생명체를 유지해 왔다. 억척같이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은 자연에 감탄할 따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거실을 지나가면 화분과 합체(合體 )되어 살아가는 나무와 꽂이 먼저 나를 반긴다. 그에 따른 화답으로 나는 껄끄러운 잎에다 어린아이 머리를 쓰다듬듯이 만지곤 한다. 베란다보다는 거실이 나와의 거리는 가까워 자주 접한다. 그래서그런지 나무와 화초가 나의 일상생활을 음탕하게 훔쳐보는 것처럼 느껴져 행동하는데 무척 조심스럽다.
여름에는 초록이 무성했다가 가을에는 낙엽을 떨어뜨리며 겨울 월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역동적이다.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전혀 내색치 않으며 살아가는 생명체를 보고 있노라면 많은 사유(思惟)하게 된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부모님, 자녀, 남의 탓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사고하며 보행하는 우리와는 다른 역경 속에서 삶을 누리는 생명체와 동물이 수없이 많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남을 탓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련다.
오늘 베란다에서 거실로 옮겨놓은 화분이 하루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나도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남은 인생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첫댓글 '자기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교훈을 가슴에 새깁니다.
님의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댓글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좋은 소식 전해주세요
-나무와 화초가 나의 일상생활을 음탕하게 훔쳐보는 것처럼 느껴져 행동하는데 무척 조심스럽다. -
를 읽으며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ㅎㅎ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저를 되돌아 보게 하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쪽지 보고는 오탈자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반가웠고요
어제는 술이 저를 먹은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