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한윤섭소설/ 조원희그림 /문학과지성사
여기 자신의 몸 속에 사람의 영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닭이 있다. 스스로 `찰스’라 부르는 닭. 찰스의 이야기다.
`성호가든’ 식당에 첫 손님이 방문 하면서 시작된다.
손님에게 짖어대는 개 `메리’와 시끄러워 개집을 발로 차는 주인 남자. 그리고 닭과 사람 사이에는 오직 `다가오면 달아나는’ 본능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특별한 수탉 `찰스’가 있다.
의식을 치르듯 빨강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연민이라도 있는 것처럼 닭장을 바라보던 주인 남자는 닭장으로 들어가 손님상에 올릴 닭들을 잡아 왔다.
달아나는 것이 기분 나쁜 찰스는 그 의식 장소에서 팔굽혀 펴기,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기, 사뿐히 내려앉기의 운동을 하며 2년이나 살아남았다.
작은 영혼이 닭의 깃털에 내려앉아 스며들듯 녹아들면서 수탉이 되었다는 `찰스’는 사람과 살며 `사람과 개의 경계, 닭과 개의 경계, 개와 개의 경계’를 잘 알고 있는 수컷 개 `메리’와 서로 대립하며 경멸한다.
“메리, 닭장 안으로 들어와 봐, 네가 사람이 나올 때까지 나를 잡는지 내기해 보자. 넌 절대로 나를 잡을 수 없어. 넌 개일 뿐이니까. 자칫 잘못하면 넌 이 밤, 네가 생각하는 그 한 뼘의 자유까지 잃게 될 거야.”
메리는 짖었다는 이유로 주인 남자에게 목소리를 빼앗기는 벌을 받는다.
살아 있는 것들이 있어서, 죽는다는 건 항상 억울하다는 찰스.
사장이 몇 달에 한 번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는 이유가 단순히 일이 힘들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인지 혹시 죽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성호가든’ 속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인간의 욕망과 냉혹함 사이로 추악한 악취가 풍기더니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난 사람인 게 창피해요” 진심을 내보이는 주인 여자와 “저도 가끔은 그래요” 고백하는 손밍의 대화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해리엇』, 『봉주르, 뚜르』등 어린이문학 작가로 유명한 한윤섭 작가님의 2019년 3월 출판 책이다. 이십여 년 전, 작은 기억에서 시작된 찰스의 이야기는 5년의 집필 과정을 거쳐 희곡을 먼저 마무리하고 소설과 함께 출판되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서 드러나던 생명 존중과 가치가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 속 그림은 『이빨 사냥꾼』, 『콰앙!』 등 자연과 동물 등 작고 소중한 것에 대해 그림으로 공감하는 조원희 작가님의 색깔이 더해져 마음 깊이 전달되었다. 이 책은 소설과 희곡 두 권 다 읽어보며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활동가 박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