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 1
김동남 장로
2015. 3. 12 오후 7시
군산시 수송동 소재, 쿠우쿠우 초밥전문점
나는 46년간 교사직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겠습니다.
제일국민학교는 자비로 수업료를 내는 학교였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고 경력자들이었고 따라서 호봉이 높고, 급료도 높고 학생들의 부담도 컸습니다.
5학년 담임이었던 어느 해에 첫 시간 수업을 마치고 둘째 시간이 되었는데 한 학생이 “선생님, 돈을 잃어버렸어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5, 6, 2학년 세 남매가 학교에 다니는 아이였는데 세 명의 한 분기 공납금 전체를 잃어버린 겁니다. 가방 안에는 세 개의 봉투 안에 공납금 고지서만 남아있었습니다.
이튿날 점심시간이었는데 한 아이가 점심을 먹지 않고 교실을 나갔습니다. 그 다음날도 그 아이는 점심을 먹지 않고 내 눈을 피하며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아이를 눈여겨보았습니다.
3일 후, 저녁식사 후에 쉬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학생의 어머니였습니다. 아이는 순간적으로 잘못을 저질렀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선생님을 똑바로 볼 수도 없어서 점심도 안 먹었고, 이틀씩이나 점심을 안 먹고 도시락을 가져오는 아이에게 이유를 묻자 엄마에게 고백을 한 겁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혼내고 사죄를 빌며 공납금을 완납했습니다.
나는 아이 어머니에게 아이를 구박하지 말고 길을 열어주어서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아이는 공차는 것을 좋아해서 축구공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혼만 냈다고 했습니다. 가방 속의 돈을 보고 공을 사려는 마음으로 돈을 훔쳤으나 무섭고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한 겁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세 사람만 알고 지내자고 했습니다. 그후 아이는 아무 티 없이 잘 자라서 훌륭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얻게 된 교훈은 아이의 순간적인 실수를 도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면 딱한 사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작은 일을 해결하느라 아이의 인격이나 인권을 손상시켜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어린이의 인격은 존중 되어야 하며 인권은 보호 되어야 합니다. 어린이는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교사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은퇴 장로님들이 매달 둘째 목요일 밤에 만나 식사를 하며 정담을 나눕니다. 인생선배의 이야기들이어서 들어볼 만 할 것입니다. 인생 전체의 이야기입니다. “노변정담”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밴드에 올리겠습니다. 50편쯤 모아지면 책으로 묶으려 하는데 좋은 댓글은 책에 같이 싣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원선조 (코스모스)
아들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담임선생님을 찾아오신 엄마도, 그 사건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여 학생을 훌륭한 성인이 되게 해주신 담임선생님도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인성이 갖추어져가는 중요한 초등시절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50편이 되는 그 날까지 기대하겠습니다.
김대현 ( 동신 사랑, 주님 가신 길 나도 가리)
동신 밴드를 개설하고 가장 보람되고 멋진 글이 올라왔네요. 저는 동신 밴드가 한 사람이 돋보이기 보다는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공감의 장이 되길 소원했었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이제 동신교우 모두를 밴드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좋은 추억의 보자기를 풀어주신 김동남 장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귀한 장을 마련하신 이신웅 장로님께 감사드립니다. 동신의 가족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변정담”의 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노기상
잘 봤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이셨군요.
백영순 (죽으면 죽으리라)
노변정담-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입니다. - 우리 교회엔 너무나 훌륭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지금부터 다음 내용이 기대가 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