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그림 두 편 중 첫쨋것은 이탈리아 화가 페리노 델 바가(Perino del Vaga; 피에로 보나크로시; Piero Bonaccorsi, 1501~1547)의 1533년작 〈패전한 기간테스(De los gigantes; Caduta dei Giganti)〉이다. 대체로 거인족(巨人族)이라고 인식되는 기간테스(Gigantes; 기가스족; Gigas族)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2신족(第二神族), 중세대(中世帶) 신족, 반신반인족(半神半人族)이다. 이들과 자주 혼동되거나 동일시되는 티탄족(Titan族; 거신족; 巨神族)은 제1신족(第一神族), 구세대(舊世帶) 신족, 원시신족(原始神族)이다. 이 두 신족과 차례로 전쟁하여 승리한 제3신족(신세대 신족)이 바로 올림포스신족(Olympos神族; Olympians)이다. 그러니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족은 셋이고 이른바 신들의 전쟁(신족전쟁; 神族戰爭)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제1차전은 티탄족과 올림포스신족의 티타노마키아(Titanomakhia; Titanomachy; 티탄 전쟁)이고, 제2차전은 기가스족(기간테스)과 올림포스신족의 기가토마키아(Gigantomachia; Gigantomachy; 기가스 전쟁)이다. 기가스족은 제1차전에서 패배한 티탄족의 후세대로서 더 인간화된 면모를 보인다.
둘쨋그림은 독일 출신 미국 화가 프리드리히 빌헬름 하이네(Friedrich Wilhelm Heine, 1845~1921)의 〈라그나뢰크(Ragnarök; 라그나로크; Ragnarok; 북유럽 신들의 전쟁과 죽음; 신들의 황혼)〉이다.
게으르고 꾀죄한 죡변의 얄궂은 눈초리에 비친 서양에서 악마의 개념은 종교시대(宗敎時代; religious ages)에 태동한 듯이 보인다.
왜냐면 서양의 3대신화(三大神話)라고 인식될 만한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에는 죽음, 망인, 망혼, 망령과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神)들과 요정(뉨페; nymphe)들이나 괴물들이 등장하지만 악마(惡魔; 데블; devil; 디아블로; diablo; 디아블; diable; 토이플; Teufel)라고 확정될 만한 존재는 사실상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신화시대(神話時代; mythic ages)에는 선악(善惡)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고, 종교시대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선과 악이 구분되기 시작면서 천사와 악마를 탄생시키는 동시에 천상세계와 지하세계를 각각 이른바 천국과 지옥(地獄)으로 변이시키기 시작했으리라고 얼추 짐작될 수 있다.
요컨대, 악마는 바로 ‘선과 구분된 악’과 ‘지옥으로 변이한 지하세계’의 소산이었으리라고 추정될 수 있다.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뢰걸(브뤼겔; 브뢰헬; Pieter Breughel de Oude, 1526~1569)의 1562년작 〈패전한 반란천사들의 추락(De val van de opstandige Engelen; The Fall of the Rebel Angel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