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토요일 오후9시 효성타운 206동 앞
경북관광 버스 한대가 기다리고,
늙수구레한 남녀가 배낭을 메고 모여든다.
땅딸막한 늙은이가 부지런히 무었을 챙겨 버스에 싣고,
붉은 티셔츠의 할매는 아이스 박스에 푸짐한 먹걸이를 쏟아 넣는다.
9시 20분
버스는 신천대로를 향해 출발한다.
12쌍과 짝잃은 홀애비 2명. 총원 26명.
9월 23일 새벽 2시 20분 오대산 진고개 정상 휴게소.
제법 쌀쌀한 밤공기에 어깨를 움추리고는
휴게소에서 밤참을 열심히 먹는다.
4시 정각
24명의 도깨비들이 머리에 불을 켜고 어둠속을 뚫고 산정으로 오른다.
암도깨비 두마리는 버스에 남았다.
도깨비 대장 陳實은 앞선 머리와 뒤쳐진 꽁지의 바란스를 맞추느라 쉰 목소리로 애원이다.
한번도 꽁지와 머리를 맞대보지 못하고 노인봉 1338m에 이르러서야 이산가족 만나듯 한자리에 모였다.
새벽 6시
동해의 수평선이 붉게 물둘고 있다.
양양 앞바다 가까운 어선의 불빛이 차츰 빛을 잃어가고 있다.
백두대간도 새벽잠에서 부시시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목포에서 몰려온 젊은 패들이 왁짜지끌 시끄럽다.
6시 10분
붉은 수평선에 불덩이 하나가 티끌만한 점을 내밀었는가 싶더니
붉은 점은 용솟음쳐 동해의 용왕을 일깨워 수평선이 일렁인다.
가이없는 생명의 용솟음이 눈앞에 와 도깨비들의 뇌리를 흔들어 놓는다.
누군가 애국가를 선창한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엄숙하게 합창을 한다.
일절이 끝나기도 전에 불덩이의 실체를 들어내 놓는다.
동해와 백두대간의 생명있는 모든 것이 기지게를 펴고 일어난다.
노인봉의 일출은 이렇게 하여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14시
율곡이 젊은 나이에 반하여 소금강이라 부른 무릉계곡의 아름다운 신비를 감상하는 도깨비도 지칠대로 지쳐 허우적거리면서 목적지에 도착.
그래도 암도깨비가 숫도깨비보다 생기가 돈다.
9시간의 산행
그것도 내리막길 10km는 기어코 발가락에 물집을 만들고 마디마디 쑤신다.
개울가에서 발과 다리에 찬물 맛사지를 하고 나니 한결 부드럽다.
15시
버스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늙은이 답지않게 설친 도깨비들은 입을 헤헤 벌리고 잠에 골아 떨어진다.
그래도 10월에는 광주 백악산에 간다고 대장은 열을 올린다.
중국의 어떤 산을 닮았느니 하면서 어리석은 도깨들을 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