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떠나고 여름이 들어서는 간절기 6월도
어느덧 하순이다 큰절 못지 않게 이야기가
많은 작은 암자, 몸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지만 길을 찾아 나선다
전조등이 필요할 정도로 숲이 울창한 암자
가는 산 길, 이곳 터줏대감인 야생동물들의
급작스런 출현을 잔뜩 경계하며 긴장상태로
운행하니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암자 입구 고지대 산속에서 솟아나오는
물, 한바가지 마셔보니 물맛이 달다
한바가지, 그리고 또 한바가지...
조선 숙종 9년(1678년) 창건 후 347년
역사를 이어온 소박한 암자, 경건함과
산의 기운이 모이는 명당 터인 것 같아
상서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여기 저기 걸음하는 나를 향해 수국이
말을 걸고 오색단청 처마전각이 사바에서
찾아온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 한다
차를 마시면서 환담 겸 인연을 나눌 수
있는 곳, 내 눈엔 무슨 펜션 같아 보이니
속계 근성이 이곳 법계에서까지...ㅎ ㅎ
암자 창건시 나타난 황소가 목재, 석재 등
각종 자재를 운반 하는 등 도움을 주기에
스님이 고맙다며 소의 목에 염주를
걸어주자 바위로 변했다는 썰이
전해오는 경내 황소 바위
임진왜란 당시 승군기지였던 이곳 암자를
습격했던 왜병들이 황소 바위에 기도
중이던 승군들을 보고 바위를 깨트리려 하자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와 놀라 도망갔다는
깨트리려한 흔적이 남아있는
영험 깃든 바위다
황소바위 엉덩이 부위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니
이거 진짜 소 엉덩이 두드리는 똑같은 소리가
난다 신기하고 신기해서 계속 두드려 본다
황소야 미안해 그러면서도..
경내 무수히 달린 보리수 열매, 빨갛게 익은
열매를 한웅큼 따서 입에 넣으니 다디단
맛에 보약이 따로 없다
고단한 삶에 지친 인생들의 한숨짓는 사연과
간절한 기도를 말없이 들어주는 관세음보살,
참배 후 돌아가는 발걸음들은 한결 가벼웠을 터,
암자주변 자생하는 닥나무를 이용, 종이
제작 시 사용했던 철제 솥, 조정의 계속적
인 요구를 따르느라 힘겨웠던 스님들이
하나 둘 떠나버리기도 했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한겨울 눈 내리는 매서운 추위 속 산중
호랑이가 암자로 내려와 공양 간 부엌에서
불을 쬔 후 쉬었다는 전설따라 삼천리의
호랑이 바위 굴, 바위자체가 양기를 품고
있어 있어 응답이 있는 기도처로
영험하다는 소문이 난 곳이기도...
빛깔도 곱고 향기로운 꽃처럼 아름다운
말을 바르게 행하면 반드시 그 복을 얻는다
청정한 산중에서 꽃을 피운 곱디고운
꽃송이가 불가의 법구경 한 구절을 설한다
다녀본 절집 중 가장 아름다운 해우소, 입구
수국이 무명번뇌 걷어내고 맘 편히 근심걱정
지우고 가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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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많은 암자
탁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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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6
25.06.24 17:5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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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도 탁대감은 조용한 산중사찰을 방문하였군요. 푸른숲이 우거진 초여름에 땀을 흘리면서 부처님뵙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였겠읍니다. 황소바위전설이 인상깊게 느껴집니다. 임진왜란을 격으면서도 사찰이 무사히 건재하는것을보니 부처님 은뎍을 크게 받은것 같네요. 전국사찰을 두루 방문하여 좋은 소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떠실런지. ???.
탁대감! 장면 장면마다 구구절절이 묘사하는 글재주 참으로 존경스럽소이다.
몸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형편에도,철마다 때마다 남녘소식을
들려 주시니 고맙습니다. 늘 건행하시기 바랍니다. 충~성
암자도 분위기가 좋지만 작가의 설명이 더 돋보입니다
세분 동기님의 귀한
대접에 비단 옷이 입혀 집니다
항상 같은 마음으로 칭찬과 격려 주시니
깊은 동지 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