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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사모투자 전문회사인 MBK파트너스는 인수합병(M&A)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보고펀드·한앤컴퍼니와 함께 ‘토종 3대 사모펀드(PE)’로 불리며, 독보적인 시장 장악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설립자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저돌적인 기질과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의 ‘투자 귀재’로 손꼽히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본의 성격을 둘러싼 ‘국적 논란’과 국세청 세무조사가 특급 성장을 이어오던 MBK파트너스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귀재’ 김병주 회장, 설립 10년만에 국내 시장 ‘싹쓸이’ MBK파트너스는 지난 수년 간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 간 M&A 작업이 진행되는 곳 어디든 MBK파트너스의 이름이 언급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5년 설립 이후 HK저축은행과 한미캐피탈(현 우리파이낸셜) 등국내외의 굵직한 거래를 잇달아 성사시키면서 승승장구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말 현재 MBK파트너스의 운용자산은 6조3700억원으로, 경쟁사인 보고펀드(대표 변양호)의 1조8000억 규모의 3배를 뛰어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토종 PE ‘신흥강자’로 꼽히는 한앤컴퍼니(대표 한상원)가 79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아울러 MBK파트너스가의 뒤를 산업은행이 5조9156억원으로 추격, 가장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산업은행의 경우 금융지주사 등의 능력을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독립계인 MBK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다.
MBK파트너스의 시작 그 사이 MBK파트너스의 설립자인 김병주 회장 역시 사모펀드 시장의 간판 인물로 발돋움했다. 김 회장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로, 2005년 당시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나와 자신의 영문 이름(마이클 병주 김)을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앞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 회장은 하버드대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마치고 투자업계로 뛰어들었다. 씨티그룹의 전신인 살로먼스미스바니와 골드만삭스 등에서 투자은행(IB) 뱅커로 근무했으며, 당찬 성격에 실력까지 갖춰 ‘저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칼라일 아시아에 근무하면서 투자가로 전향했고, 한미은행 매각을 통해 7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실현하면서 단숨에 ‘아시아 미다스의 손’으로 급부상했다. 2005년 당시 칼라일에서 함께 근무했던 윤종하 대표, 부재훈 부사장 등과 함께 독립해 MBK파트너스를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MBK파트너스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액티브 펀드의 숫자는 3개. 30여명의 투자 전문가들이 16개 회사를 경영 중이며 이들 회사의 총 종업수만 7만명이 넘는다. 또한 해당 기업들의 매출 총계는 219억 달러(한화 약 23조원)에 육박한다.
1등 기업을 잡아라 사모투자시장에서 MBK파트너스는 기업 인수 후 매각(바이아웃)을 통한 차익 실현에 독보적인 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은 거의 대부분의 사모투자전문사들이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MBK파트너스의 경우 조금 특별한 방식을 선호한다. 특히 여기에는 김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 회장은 1등 기업에는 과감한 베팅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소 김 회장은 “좋은 회사를 인수해 더 좋은 회사로 만들자는 것이 투자원칙”이라며 펀더멘탈이 좋지 못한 기업을 우량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즉, 우량 기업을 인수해 몸값을 높여 더 비싸게 팔겠다는 투자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업계 선두 기업들을 주로 인수했다. 지난 2006년에는 수도권 최대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던 HK저축은행을, 2007년에는 대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를, 2008년에는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 씨앤엠을 인수했다. 또 지난해에는 국내 정수기업계 1위 코웨이 인수에 성공했다. MBK파트너스의 투자 전략에는 또 다른 특징도 발견된다. 한·중·일의 내수 전문 기업에 집중 투자 한다는 점이다. MBK파트너스는 지금까지 20여곳의 국내외 기업을 인수했는데, 그 중 18곳이 세 나라에 소속된 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평소 한국의 역동성과 중국의 성장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이 현금 창출능력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는데, 이에 내수기업 중에서도 소비재나 금융, IT 등 특정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속되는 ‘국적 논란’ 국내 M&A 시장의 최장자로 등극한 MBK파트너스도 걱정거리는 남아있다. 특히 지난달 시작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언론을 통해 MBK파트너스 측은 “2009년 이후 5년 만에 받는 조사라는 점에서 정기세무조사의 성격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국세청이 MBK파트너스에 유입된 자금의 성격과 투자율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전망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운용되고 있는 만큼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펀드에는 현재 캐나다공무원연금 등 다수의 해외자본이 투입된 것은 물론 투자처 역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투자업계는 해외에서 투자된 자금의 투명성과 납세 문제 등 중요한 이슈가 걸려있는 만큼, 이번 세무조사의 성격과 결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의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국적 논란’이다. MBK파트너스는 ‘토종’ 투자전문업체임에도 외국 자본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외국계’로 오해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ING생명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는 ‘국부 유출’ ‘외자’ 논란 등으로 크게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도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를 두고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민주당 김기준 의원 등은 ‘사모펀드의 보험회사 대주주자격,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 자리에서 “외국법인이 국내 보험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법인이 보험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보험업법이 있지만 MBK파트너스는 국내법인으로 분류돼 있어 해당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외자의 보험업 진출을 규제하기 위한 보험업법의 당초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1월 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 역시 “MBK파트너스는 ING생명보험 인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투기자금 회수 극대화가 목적인 사모펀드가 사회적 책임과 공익성이라는 가치가 경영 목표의 핵심 중 하나인 보험업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MBK는 현행법상의 일부 맹점을 이용해 외자로 조성한 사모펀드를 통해 국내 보험사를 인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보험업을 경영하는 자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고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보험업의 건전한 육성과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한다’는 보험업법의 입법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남아있는 과제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이 같은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ING생명 인수에 최종 성공했다. 특히 MBK파트너스 측은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의 성격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당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 산은캐피탈 등 국내 기관의 투자 금액이 2000억원이 넘고, 국내 금융사를 통해 8000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더하면 총 1조원 이상을 국내 조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ING생명 총 인수 가격인 1조8000억원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치라는 것이다. 당시 MBK파트너스 측은 “사학연금과 산은캐피탈 등의 추가 투자 결정으로 인수금액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됐다”며 “논란이 됐던 ‘외국 자본의 보험사 인수’라는 문제를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인수 최종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고배당 제한과 2년간 재매각 금지를 확약하기도 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배당의 경우 금융당국 및 업계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고 밝히면서 2년간 재매각을 금지해 이른바 ‘먹튀’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 론스타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일부 해외 사모펀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일종의 ‘보완장치’를 제시한 것이다.
사모펀드의 활성화 한편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 등 국내 전문투자회사들이 사모펀드 활성화에 기여한 부분 역시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서도 사모펀드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직까지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대할 명분도 없이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무작정 금지시키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사모펀드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적극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현오석 부총리는 ‘M&A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사모투자펀드의 사업부문 인수를 허용하는 등 향후 국내 사모투자펀드의 인수합병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기업의 상장 요건을 완화해 상장을 활성화하고, 기업재무안정을 위한 사모펀드의 경우 오는 2016년까지 증권거래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 M&A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기업 간 사업구조조정이나 투자자금 회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현 부총리는 “이번 대책을 통해 M&A 시장 규모가 2013년 40조원에서 2017년 7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M&A를 통해 핵심사업에 집중투자하고, 기업 간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져 역동적인 시장경제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활성화를 통해 국내 경제의 활력을 찾는 동시에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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