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발발한지 1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종전선언 뒤 10개월여가 흐른 현재 이라크인들의 모습은 어떨까.1991년 걸프전과 이후의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이라크인의 생활은 지난해 이라크전을 치르면서 그야말로 거덜난 상태다.
외신들에 따르면 우선 지난 1년간 이라크 전역에서 의문사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혼란과 무질서 탓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연합군의 발포에 따른 사망자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계층은 노약자들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바그다드 중앙아동병원 의사들은 매시간마다 위장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 20명씩 진료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생후 2∼3개월된 유아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살아날 확률이 높지만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 이라크 어린이들은 영양실조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 어린이 70%가 설사증세를 보인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바그다드 생활폐수의 60%가 정화되지 않고 티그리스 강으로 배출되고 거리 곳곳에 배설물이 방치되는 등 위생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기 때문이다.
전쟁전 이라크 국민의 60%는 정부의 식량배급에 의존했었다. 구호단체들은 전후 이같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품목의 가격은 상당히 올랐다. 육류 가격은 최근 1㎏당 미화 2∼3달러 수준. 전쟁 전 육류가격은 ㎏당 20센트였다. 종전이후 연합군 임시행정처(CPA)가 이라크를 사실상 통치하면서 임금도 오른 상태지만 이는 공공부문과 CPA 관련업무, 택시기사 등 일부 직종에 국한돼 있다.
국제구호기구들의 활동은 이라크 전역에서 발생하는 테러로 위축된 상태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적십자 등 10여개 대규모 지원단체들이 지난해 여름 이후 적어도 수백명의 요원을 현지에서 철수시켰다. 이라크 재건과 관련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집중돼 이라크내 활동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지난해 10월 바그다드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사무소를 겨냥한 자폭테러가 발생한 뒤 바그다드와 바스라의 ICRC 사무소가 폐쇄된 것도 가뜩이나 열악한 이라크내 구호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