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장미란 장미란이 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75㎏ 이상급 경기에서 용상 3차시기에 170kg을 들어올리다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미란(29)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국민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자책의 눈물. 장미란은 6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역도 75kg이상 급에서 메달에 도전했다.인상에서 125kg을 든 장미란은 용상 3차 시기에서 170kg에 도전했다. 성공하면 동메달. 하지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벨을 머리 뒤로 던져 버렸다.장미란은 결국 인상 125kg 용상 164kg 합계 289kg으로 4위에 머물렀다.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 기록(326kg)에 훨씬 못 미쳤다.
메달 획득에 실패한 장미란은 오른손을 입술에 먼전 댄 후 그 손으로 바벨을 어루만졌다. 간접키스. 이어 플랫폼에 꿇어앉아 기도를 했다. 평소 성공했을 때만 하던 기도. 2가지 동작은 일종의 작별의식으로 보였다.장미란은 기도를 마친 후 밝은 표정으로 양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하지만 웃는 얼굴은 오래가지 않았다. 공동 취재구역으로 들어온 그의 표정은 금세 일그러졌다. 그리고 눈에선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기량쇠퇴와 온갖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넘치는 사랑을 준 국민을 실망시켰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기록에 대한 아쉬움과 또 실망감을 드렸을까봐 그게 염려가 되고요. 그래도 제가 부끄럽지 않은 것은 말씀 드렸듯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5년·2006년·2007년 세계 선수권대회 우승,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까지.그는 오랫동안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다.비록 '마지막 도전'에 실패하고 눈물을 쏟았지만 관련기사 댓글과 트위터 등 SNS에는 그에 대한 격려가 쏟아졌다.소설가 이외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육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만 금메달이 아닙니다. 영혼의 목에 걸린 금메달이 진짜 금메달입니다. 아 장미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국혼에 진실로 아름다운 금메달을 걸어준 여인.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개그우먼 송은이도 트위터에 "'장미란선수 4위로 쓸쓸한 퇴장' 이라고 말하지맙시다!!! 누가 쓸쓸하대?!"라고 격려했다.정치인들도 빠지지 않았다.고양시청 소속인 장미란 선수와 인연이 깊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트위터에 "장하다! 장미란, 훌륭하다! 장미란, 울지 마라! 장미란"이란 글을 남겼고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아름다운 장미란!"이란 격려 글을 남겼다.일반 네티즌들의 격려는 더욱 뜨거웠다."실력도 역대급 성품도 역대급", "손연재 선수보다 장미란이 더 예뻐보입니다",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입니다.올림픽을 위해 아픈몸까지 희생해가며 최선을 다해준 장미란선수 정말 감사합니다", "바벨 들어올릴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음. 들어올리는 무게만큼의 부담, 책임, 의욕, 또 어려움… 당신은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메달 실패하자 관객에 큰절…장미란의 아름다운 도전
아쉬워하는 장미란 2012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장미란이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역도 +75㎏급에 출전해 용상 3차시기에서 170kg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29·고양시청)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장미란(29·고양시청)은 5일 오후 11시30분 런던 엑셀 사우스아레나3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75㎏이상급에서 인상 125㎏, 용상 164㎏, 합계 289㎏를 들어올려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웠던 자신의 최고기록(인상 140㎏·용상 186㎏·합계 326㎏)에는 한참 모자라는 결과였다.
마지막 용상 3차 시기에서 170㎏에 실패한 장미란은 곧바로 관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동안 성원해 준 국민들을 향한 감사함과 죄송함의 표현이었다. 표정에서 아쉬움이 역력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4년 간의 피나는 훈련의 결과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그의 도전까지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도 선수로 황혼에 가까운 스물아홉 장미란의 목표는 애당초 금메달이 아니었다. 선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둔 장미란은 마음을 비우고 메달 욕심을 버렸다.
지난 4월 2012평택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장미란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에 대한 욕심보다는 기록에 대한 욕심을 부리고 싶다. 원하는 기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만족하기 어렵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아쉬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평택아시아선수권에서 '역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이미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9년 고양역도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인상 136kg·용상 187kg·합계 323kg)을 차지하며 세계선수권 4연패(2006·2007·2008·2009)라는 전무한 과업을 달성했다.
무거운 바벨을 들어야하는 역도 선수의 생명은 상대적으로 짧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전병관(43)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까지만 출전했을 정도다. 3회 연속 올림픽(2004아테네올림픽~2012런던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더구나 장미란은 오랜기간 부상에 시달려 왔다. 쉼 없는 훈련과 많은 대회 출전은 장미란에게 고질적인 골반부상과 허리, 왼 어깨 부상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피나는 재활을 통해 올림픽에 다시 나설 수 있었다.
장미란이 재활에 전념하는 사이 경쟁자들의 기량은 급성장했다. 세계랭킹 1위 저우루루(24·중국)와 세계랭킹 2위 타티아나 카시리나(23·러시아)의 상승세는 매서웠다.
저우루루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장미란의 합계 기록보다 2㎏이 무거운 328㎏(인상 146㎏, 용상 182㎏)을 들어 올리면서 세계기록을 다시 썼다.
그는 지난 4월에 열린 중국 대표 선발전에서도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과 같은 328㎏(인상 145㎏, 용상 183㎏)을 다시 들어올려 건재함을 과시했다.
카시리나는 2010세계선수권대회 인상 부문에서 141㎏을 들어올리며 장미란의 기록을 깨뜨리더니 이후 이번 올림픽에서는 151㎏을 들어올려 세계신기록을 새로 썼다.
그에게 런던올림픽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라이벌과의 대결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장미란은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투혼을 모두 불태웠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인 동메달을 안겼던 김성집(역도)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장미란은 최선을 다한 경기로 약속을 지켰다.
플랫폼을 나서는 장미란의 뒷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서울=뉴시스】
장미란은 끝내 핑계를 대지 않았다
이데일리 | 정철우 | 2012.08.06 12:25
[이데일리 스타in 올림픽 특별취재반]2012 런던 올림픽을 향해 출국하는 장미란은 무겁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밖에 없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어깨 부상이 심각했던 상황. 현재 몸 상태로는 아무리 잘해도 금메달을 딸 순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장미란의 어깨 부상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을 위로 올리는 것 조차 힘겨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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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이 런던 올림픽을 앞둔 훈련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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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그런 장미란에게 자신이 어깨 재활 때 쓰던 튜빙(근력 강화 밴드)을 선물했다. 그리고는 감사 인사를 전해 온 장미란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프다는 핑계 대지 말자." 장미란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김 감독과 장미란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후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그동안 특별한 우정을 쌓아왔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정신, 또 쉽게 뒤 돌아보거나 도망갈 곳을 찾아서는 결코 진정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마음이 통했기에 40년 넘는 나이차를 뛰어 넘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동지가 될 수 있었다.실제로 장미란은 끝까지 자신의 불리함을 먼저 말하지 않았다. 부상에 대한 질문에도 그저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올림픽을 즐기겠다"고만 답했다.역도는 스스로와 싸워 이겨야 하는 스포츠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치가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있다.용상 최강자 장미란의 최고 기록은 187kg. 그러나 6일(한국 시간) 그가 여자 역도 75kg이상급에 출전해 들어올린 기록은 164kg에 불과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에 무려 23kg이나 부족한 수치. 힘겹게 그 무게를 들어봐야 동메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장미란이 바벨을 들기 위해 나섰을 때 금메달을 다투고 있던 저우루루(중국)와 카시리나(러시아)는 등장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신청한 무게 자체가 장미란 보다 훨씬 무거웠기 때문이다. 용상 세계 기록 보유자인 장미란에게는 서기 싫은 무대였을 수도 있다.늘 최고의 자리에만 서 있었던 그다. 굳이 이번 대회에 나가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미란은 도망가지도, 아프다는 핑계를 대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들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장미란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서야 처음 힘든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에게 돌아온 건 4위라는 성적표. 하지만 그가 들어올린 감동은 그 몇배 이상 든든하고 따뜻했다.정철우 (butyou@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