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합뉴스에 웃기지도 않는 기사가 실렸다. 비행기가 이륙 후에 등받이 시비로 싸움이 벌어지는 바람에 회항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회항한 직접적인 원인은 싸운 당사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싸우는 통에 놀라서 깬 한 승객이 비행기에 이상이 생긴줄 알고 실신했기 때문이지만, 항공사는 물론 다른 승객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며 싸운 당사자들이 다른 승객들의 눈총 속에 계속 여행을 하였는지도 궁금하다.
항공여행이 일반화 되지 않았던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고속버스회사들은 앞다투어 외국산 고속버스를 도입하여 운항하였다. 한진고속의 일제 ISUZU버스, 광주고속의 독일제 BENZ 등이 선을 보였고 그레이하운드는 미국 그레이하운드회사에서 사용하던 중고버스를 도입하여 경쟁하였다. 다른 고속버스회사들이 새차를 도입하였는데 유일하게 중고버스를 도입한 그레이하운드는 버스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과 덩치가 큰 미국인들이 사용하던 버스라 좌석이 편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중고차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는 고속버스 뿐만 아니라 단거리 시외버스에도 기본사양이 된 리클라이닝시트, 좌석독서등, 좌석별 에어컨환풍구 등은 당시로서는 럭셔리한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런 고급외제버스를 도입한 고속버스회사들의 광고문안에는 자사의 고속버스좌석이 비행기수준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 비행기를 타본 일이 없으니 비행기의 좌석은 엄청 좋은 줄로만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 (좌) 여객기의 일반석좌석은 항공사별로 약간 차이가 있지만 개인공간은 일반고속버스수준이다.
* (우) 앞뒤 공간이 고정되어 있는 신형비지니스클래스의 여유있는 좌석
비행기좌석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아르바이트로 용돈이 좀 풍족해지자 여름휴가때 비행기를 이용하였는데 처음 탑승한 F-27 포커쌍발기의 좌석은 실망할 수준이었다. 그 후 신혼여행 때 B707, B727 등의 제트여객기를 이용해보고는 국내선이라 좌석이 후진줄 알았지만 해외여행자유화가 된 1988년 처음 국제선을 타보고 나서는 비행기의 좌석이 고속버스좌석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일등석까지는 아니라도 비지니스석을 탄다면 모를까, 고속버스보다 좁은 일반석을 이용하는 경우는 버스보다 5-6배 되는 2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장시간 여행하려면 나름대로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면 되겠지만 그 외에 승객간에 지켜야 할 에티켓을 알아 본다.
우선 비행기가 이륙 또는 착륙준비를 하게 되면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좌석 등받이를 모두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는지와 승객들이 휴대한 짐들이 좌석바닥에 널려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게 된다. 이륙할 때는 비행기에 올라타자 잠을 자는 승객이 없으니 별 문제는 아니지만, 착륙시간을 10분 이상 남겨놓고도 여독에 좌석등받이를 뒤로 제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승객을 깨워 똑바로 앉아 있으라는 승무원의 지시는 솔직히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이착륙과정이 승객들이 누구한테 예의를 차려야 할 상황도 아니지만 좌석등받이를 똑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는 승객들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니 모든 승객들은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야 할 일이다.
그 이유는 항공기의 사고는 이착륙때 발생할 확률이 가장 많다고 하여 비상시 승객들이 탈출하는데 장애물을 없애기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즉 승객이 좌석등받이를 뒤로 제끼게 되면 그 뒷열의 승객들은 행동반경이 그만큼 줄어 들어 민첩하게 탈출할 수가 없게 된다. 최근에 있었던 가장 좋은 사례로는 작년에 오키나와 공항에서 발생한 중화항공기의 화재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중화항공의 B737기는 활주로에 멈추는 순간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불과 1분 남짓한 시간에 150명이 넘는 승객들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에 장애물이 없었고 모든 승객들이 좌석을 세우고 있었기에 창가쪽 승객들이 빨리 복도로 나와 대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중에 승객들이 좌석등받이를 의무적으로 세워야 할 또 하나의 경우는 기내식 식사시간이다. 좌석등받이를 뒤로 제끼면 자신이 추가로 차지하는 공간만큼 뒷좌석 승객의 공간을 침범하기 때문에 뒷좌석승객이 원할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좌석등받이를 세워야만 한다. 간혹 어떤 승객은 좌석에 "깨우지 마시오" 라는 스티커를 붙히고 좌석등받이를 뒤로 제끼고 잠을 자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도 식사시간에는 뒷승객을 위해 좌석등받이는 세워야하는 것이 올바른 경우이다.
< 좌 : 기내식카트는 한세트씩 탑재하도록 되어 있다. >
< 우 : 같은 종류의 그릇끼리 모아 겹쳐 놓으면 승무원은 이를 다시 모두 분리해야만 한다. >
기내식과 관련하여 지켜야할 에티켓 하나도 소개한다. 간혹 일행이 함께 나란히 앉아 여행하는 경우 식사를 마치면 기내식쟁반과 그릇을 같은 종류별로 포개어 복도쪽에 앉은 승객이 모아 갖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름대로 셀프서비스를 하는 구내식당 등에서 식사 후 빈그릇을 처치하는 방법이기도 하여 승객은 빈그룻을 끼리끼리 모아 승무원들이 기내식쟁반수거를 간편하게 도와주기 위한 좋은 의도로 하지만, 기내식용기의 수거는 제공될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별로 수거하게 되므로 오히려 승무원들은 이를 다시 개인별로 분리해야하니 오히려 일거리를 늘려주게 되는 셈이 된다.
그 외의 시간에 승객이 좌석등받이를 뒤로 제끼는 것은 대체적으로 뒷좌석의 승객이 양해를 해주어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몸집이 크거나 유난히 롱다리인 승객의 경우 앞좌석에 앉은 승객이 좌석을 뒤로 제끼면 무척 불편하겠지만 그럴 경우도 앞좌석에 앉은 승객한테 좌석등받이를 바로 세워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등받이를 뒤로 제끼고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경우 간혹 뒷좌석에 앉은 승객들이 좌석등받이를 건드려 잠이 깨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자신의 좌석등받이가 뒷좌석 승객의 공간을 어느 정도 침범한 상태이고, 이런 상태에서는 뒷좌석승객이 앞좌석을 건드리지 않고 복도출입을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짜증을 낼 만한 일이 아니다.
비교적 큰 체격을 가진 나의 경우도 앞좌석승객이 좌석등받이를 뒤로 제끼게 되면 무릎이 닿기 때문에 무척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편하자고 앞승객이 편히 쉴 수 있는 권리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비행시간이 짧은 경우는 몰라도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공항에 일찍 나가서 비교적 공간여유가 많은 비상구좌석이나 칸막이바로 뒷좌석(Bulk head Seat)을 요청한다. 이 좌석은 특별관리되는 좌석으로 보통 사전예약이 되지 않는다. 특별관리는 다름이 아니고 비상구좌석의 경우는 비상사태가 발생하였을때 승무원을 도와 승객의 탈출시키는데 적합한 승객한테 배정하는 것인데 보통 영어회화가 가능하고 비행기여행경험이 많은 건장한 남자승객한테 배정하고, Bulkhead Seat의 경우는 앞 벽에 유아를 눕힐 수 있는 간이침대를 걸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어서 유아를 동반하는 승객한테 우선권을 주지만 유아동반승객이 없으면 공항에서 일반승객한테 배정한다.
* (좌) 비상구좌석 : * (우) Bulkhead Seat : .
< 좌석등받이를 뒤로 제끼면 뒷좌석승객의 활동공간은 상당부분 제약된다. >
화장실사용에도 에티켓이 필요하다. 좁은 공간에서 손을 싯거나 세수를 하면 주변에 물이 많이튀게 된다. 기내화장실에는 세면대 사용후 뒷승객을 위해 휴지로 세면대 주변을 닦아줄 것을 권유하는 안내문이 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눈여겨 보지는 않는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남자승객들의 경우는 소변이 주변에 튀지 않도록 좌변기의 받침대를 세우고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어린아이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잘 교육을 시키거나 혼자 보내지 말고 부모가 따라가서 뒷처리를 잘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화장실을 사용하고 악취 등 사용한 흔적이 남게 되는 경우는 기내화장실에 비치된 향수를 약간 (아주 약간) 뿌리는 것도 좋겠다.
그 외 기내에서 가끔 양말을 벗고 있는 승객도 꼴볼견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코노미증후군 등의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이런 경우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발목이 헐렁한 기내양말로 갈아 신는 것이 좋다. 단거리 노선의 경우 이런 기내비품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내 경우는 장거리비행때 제공받은 기내용양말이나 기내용슬리퍼 등을 버리지 않고 휴대하여 이용하고 있다. 오래 전 한 농민출신의 국회의원이 유럽출장길에 기내에서 양말을 벗고 기내복도를 다닌 것이 신문의 가십거리로 올려지기도 하였지만 다른 승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겠다.
다른 승객이 간혹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있을 때 이를 대처하는 방법에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고해도 가급적이면 승객들끼리 간섭은 피하고 승무원한테 넌지시 일러 승무원이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내식시간에 앞좌석승객이 등받이를 뒤로 제끼고 있어도 직접 앞승객한테 좌석등받이를 세워달라고 하는 것 보다는 기내식을 배식하는 승무원한테 손짓으로 가리켜서 승무원이 직접 앞좌석승객한테 좌석등받이를 세우도록 권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기내에 비치된 편의시설은 승객들의 사용을 전제로 제공된 시설이다. 장거리비행의 경우는 많은 누적된 전문 데이터를 갖고 있는 승무원들이 기내서비스 프로그램에 순서에 따라 기내창문을 닫게 하여 승객들의 취침을 유도하고 있다. 이때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혼자 어두운 실내에서 독서등을 켜고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도 주변 승객들의 취침을 방해할 수 있는 만큼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면 삼가하는 것이 필요하고, 취침하는 승객도 옆 승객이 독서등을 켜고 사무를 보는 것도 무조건 제지해서도 안될 일이다. 특히 밖은 대낮처럼 밝아도 출발지와 도착지의 시차를 감안하여 승무원이 야간취침모드를 만들기 위해 창문의 덮개를 내릴 것을 지시한 상태에서 창가좌석에 앉은 승객이 갑갑하다고 해서 자주 창문덮개를 열어 실내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특히 비행지점의 시각이 일출이나 일몰시각인 경우 창문을 열면 거의 햇빛이 수평으로 들어와 같은 열에 앉은 모든 승객의 안면에 강한 햇빛을 쬐게되어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비행기여행은 비싼 항공요금만큼 좌석이 편안한 교통수단은 아니다. 고속버스는 장거리노선의 경우 한 두 차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쪼그렸던 몸을 스트레칭할 시간이 있지만, 비행기의 경우는 그럴만한 공간도 없어서 참을성이 필요한 여행이 된다. 간혹 우등고속버스를 탈때는 비행기좌석도 최소한 이 정도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이지만 일부 항공사에서 도입하는 Premium Economy Class에서 볼 수 있듯이 역시 돈이 문제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공간에서 자신이 다른 승객으로부터 받게되는 불편함은, 자신도 다른 승객한테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서로 양보하고 인내하는 예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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