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유럽과 국내의 주거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만의 패시브 건축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양평에 지어진 주택 두 동은 패시브하우스의 취약점을 보완한 생태주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친환경·고효율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그와 함께 에너지 절약 선진국, 독일에서 시작된 패시브하우스가 국내에 보급된 지도 벌써 몇 해가 흘렀다. 비록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할 순 없지만, 오는 2017년 모든 신축건축물을 패시브 하우스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의 확대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남다른 인식만 있다면 누구나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단, 관련 데이터를 빈틈없이 파악하고 있어야 함은 필수일 것이다.
그동안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거듭하며 친환경 주택 보급에 앞장서온 윤인학 씨. 그에게 생태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정확히 3년 전 이맘때였다(2009년 11월호 게재). 당시 그가 지은 작은 단층주택 속에 숨어 있던 에너지와 관련된 많은 비밀들은 기존 패시브 하우스와는 차별화된 획기적인 시도였다.
이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했다는 그의 새로운 에코하우스를 찾았다. 예전보다 커진 규모의 듀플렉스형 주택은 이전에 볼수 없었던 신기술을 접목해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교평리 대지면적 300㎡ 건축면적 60㎡ 연면적 150㎡(1층60㎡, 2층40㎡, 다락50㎡) 규모 지상 2층 + 다락 구조 목구조(더블 스터드 박스트러스 구조) 외부마감 황토 파벽돌, 방부목 내부마감 한지 벽지, 미송원목 창호 2중 더블창(290㎜), 3중 유리 고정창 환기 창문형 전열교환기 2대
가격은 ↓ 성능은 ↑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경제적인 패시브하우스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많다. 무엇보다 창문 주위와 바닥 부분에서 열이 새어 나가는 현상을 정확히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주택의 경우 우드칩을 사용해 기존 단열재의 단점을 없애고 냉난방 에너지를 90% 이상 절감하였다. 천연재료인 우드칩은 습도조절과 방음효과가 탁월할 뿐 아니라, 화재 시 유독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우드칩을 가득 채워 제작한 일체형 단열벽은 최저 평균기온 및 기후조건에 따라 단열층 두께를 250~600㎜까지 원하는 데로 선택해 시공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이다. 이음새가 없어 열교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며, 일반 단열재와 달리 완전 충진되어 역결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이점으로 꼽힌다. 단열벽에 적용된 박스 트러스(Box-truss)공법은 내진성능까지 갖춰 건물의 안전성을 높였다.
윤인학 씨는 고유가로 인한 난방비 걱정이 가득한 요즘,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가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비싼 건축비로 부담이 되는 공법이란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와 맞지 않은 독일 기준 건축공법으로 지어진 것이 비용부담을 안게 된 원인이란 설명이다.
“평당 건축비가 높아 보급이 어려운 실정인 패시브하우스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우선적으로 고가의 기존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저렴하지만 단열 전체 효율은 더 높은 잣나무 우드칩을 적용한 덕분에 일반적인 건축비용과 같은 수준으로 금액을 대폭 낮춰,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었죠.”
주택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적용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패시브하우스는 난방 부하를 최대한으로 축소(80% 이상)시키고 사람의 체온과 생활열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태양열만으로도 충분히 유지가 가능하다. 또한 3월~11월은 온수와 난방을 95% 해결할 수 있다(단, 동절기인 12월~2월까지는 약 45일 정도 난방이 가능하므로 동절기용 보조 보일러를 필요로 한다).
침대 생활에 익숙한 유럽인의 경우 보일러를 돌리지 않고도 잘 지내지만, 좌식 생활이 편한 우리에게 난방이 되지 않는 바닥에서 자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닥에는 목재온돌(간접 난방)을 시공해 35~38℃ 정도의 따뜻한 온도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빨리 따뜻해지되 천천히 식는 전통 구들장의 기능을 구현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높인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온돌 시공에 시멘트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친환경 건자재만 사용해 건강주택을 짓겠다는 윤인학 씨의 신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 에너지를 위해 사용된 기술
1. 4중 유리(복층유리 2중 창호) : 주택이 지어진 양평의 경우, 겨울철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3중이 아닌 4중 유리로 결로의 피해를 막았다.
2. 전열교환기 : 패시브하우스의 필수 설비인 전열교환기는 설비비(본체와 배관 설치비용)가 만만치 않다. 또한 덕트 타입을 사용할 경우 시간이 흐르면 배관 내부가 오염이 되는데, 청소·소독하는 일이 번거롭다. 그래서 이곳에는 창호 부착형의 전열교환기(2대 이상)를 설치하였다. 이는 열 회수율 75% 이상의 효과가 있고, 매립 덕트형의 전열교환기가 소음이 심하고 소비전력이 300W 이상인 것에 비해 소비전력이 17W에 불과하다. 위생적인 문제 해결뿐 아니라 시공비도 1/4 정도 줄일 수 있었다.
3. 태양광 발전, 인버터 : 인버터는 태양광발전 시 Solar Cell에서 발생된 직류(DC)를 교류전기(AC)로 전환해주는 장치로 PCS(Power Conditioning System)라고도 불린다. 변환된 AC전력은 계통전력 또는 전력 사용처로 공급된다. 2달을 측정한 결과 872㎾의 전기가 생산되었고, 취재 당일 시간당 약 2.16㎾(최대 3㎾)를 만들어냄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태양열 설비 : 별도의 장치 없이도 샤워가 가능할 정도의 따뜻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5. 우드칩(Wood-chip) : 우드칩은 폐목재를 분쇄한 작은 알갱이로 Ø1~3㎜ 크기다. 밀도는 25% 내외이고, 습도는 기건35% 이하를 사용한다. 주로 침엽수를 분쇄하여 사용하는데, 침엽수 중 잣나무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경제적이다. 목재의 발화 온도는 460℃ 이상이므로(스티로폼은 180℃) 우드칩은 불이 잘 붙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