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애가(Lamentations of Jeremiah)
예레미야서의 슬픔에 잠긴 발문(postscript)이다. 이 책의 히브리어 제목은 본문이 시작하는 첫 단어를 따서 '어찌할꼬'라는 의미의 '에카(ekha)로 불렸으며, 헬라어로 기록된 70인 역의 제목은 '큰 울음' 또는 탄식시'라는 의미의 '트레노이'(threnoi)였다. 다섯 장의 애가를 통해 저자는 죄로 인한 예루살렘의 운명에 대해 탄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공의를 주장하는 예언자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이 책은 죄로부터 비롯된 슬픔, 비통, 고뇌, 황량함과 고통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애 3:1-18). 애가서는 예루살렘의 몰락을 슬퍼하면서 동시에 생존자들을 향해 비난하며 또한 그들에게 가르침과 희망을 주고 있다(애 4:22). 이 책은 에스겔서와 다니엘서와 함께 포로기에 속하는 예언서로, 예레미야애가가 지난 일에 집중하는 반면 에스겔서와 다니엘서는 앞날을 바라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 및 기록 연대: 히브리어 본문은 저 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몇 가지 점에서 예레미야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먼저 유대인들의 전승이 이 책의 저자로 한결같이 예레미야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며, 무엇보다 70인 역이 이 애가를 예레미야서 바로 다음에 놓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70인 역의 머리말에는 "예레미야가 앉아서 예루살렘에 대해 애가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예레미야가 저자라는 또 다른 주 장은 애가의 문체와 구절에 있어서 예레 미야서와 많은 유사점 때문이다(애 1:15 과 렘 8:21, 그리고 애 1:16과 렘 9:1;13:17;14:17). 역대하 35:25의 "예레미야는 저를 위하여 애가를 지었으며 노래하는 남자와 여자는 요시야를 슬피 노래하니 이스라엘에 규례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렀으며 그 가사는 애가 중에 기록되었더라"라는 기록이 애가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레미야가 애가의 저자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작 연대에 있어서는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즉 애가 서 전체에서 보여지는 예루살렘 파괴의 생생한 묘사와 충실한 감정에 비추어 볼 때 예루살렘이 멸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록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BC 586년 초나 말기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역사적인 배경: BC 588-586년에 바벨 론의 군대가 예루살렘 성벽을 포위하고 있었으며(왕하 25:1-10 참고), 유다의 동맹군인 애굽은 전쟁에서 패했으며, 유 다의 다른 성읍들은 차례차례 무너졌다 (렘 34:6-7 참고).
이제 예루살렘만 남게 된 것이다. 바벨 론의 포위로 말미암아 성중에는 양식이 다 떨어졌으며(왕하 25:2), 심지어 굶주린 어머니들은 자기 자녀들을 먹기도 했다(애 2:20; 4:10). 마침내 성벽이 뚫리고 바벨론의 군대가 도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왕하 25:4-7). 느부갓네살이 그 도시를 점령하기까지는 수 주일이 걸렸으며, 점령한 후에는 도시를 약탈했다. 그 후에는 여호와의 전과 왕궁과 예루살렘의 모든 귀인의 집까지 파괴하기 시작했다(왕하 25:8-9).
마침내 예루살렘의 성벽까지도 허물어버렸다(왕하 25:10). 바벨론 군사들이 예루살렘을 떠났을 때에 그곳에는 불에 그을리고 깨진 벽돌 조각들만 남았을 뿐이었다. 이 모든 광경을 예레미야는 목격했다(렘 39:1-14; 52:12-14). 예레미야애가서는 이처럼 예루살렘이 처참하게 멸망당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기록되었으며, 하나님께서 이 백성을 버리시고, 그들을 향한 은혜를 거두신 것에 대한 심리적, 영적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기록 목적: 예루살렘의 멸망에 대하여 슬픔을 표하며,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서는 그의 말씀과 그의 백성에 대하여 여전히 신실하심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기록하였다. 즉 하나님께서 악을 심판하시는 약속에 대한 신실성과 그의 백성에 대하여 아직도 불변의 사랑과 자비심을 갖고 계심을 강조하고 있다(애 3:22-23)
예레미야애가와 신명기 28장과의 관계: 애가의 저자는 예루살렘이 경험한 모든 비통과 고난이 이미 약 900여 년 전의 모세가 예언한 신명기 28장의 저주가 어떻게 성취되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이 당한 불행의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과 계명에 대한 불순종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게 한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세우신 언약에 성실하셨다. 이스라엘이 당한 불행은 불순종의 결과 일뿐이다. 따라서 불순종에 대한 심판을 약속하신 하나님은 또한 회개에 대한 회복도 약속하셨다(신 30:1-10). 이는 애가의 저자가 그 와중에서도 희망을 제 시할 수 있는 이유이다(애 3:21-32). 포로 된 이스라엘 민족을 향한 예레미야의 메시지는 그들로 하여금 신명기 28장의 교훈을 배우고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예레미야애가 5:21-22의 기도는 낙담 한 백성들의 의심하는 부르짖음이 아니 라 오히려 신명기 28장과 애가서의 교 훈을 알고 있는 포로들의 믿음의 반응인 것이다.
애가의 구조와 문체적 특성: 애가의 형 태는 두 가지 구조적 요소의 사용에 의 해 강조된다. 첫째는, 다섯 장 중에서 세 장의 첫머리에 나오는 '아! 오 (히브리어로 '에카>)라는 단어의 반복이다(애 11; 2:1: 4:1 참고). 이 '에카'라는 말은 극도의 놀람이나 비통한 감정을 나타낸다.
애가 형태가 강조하고 있는 두 번째 요소는 1-4장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키 나'(qinah)의 사용이다. 애가나 기타 애가 문학은 보통 그 나름의 독특한 보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그 보법에는 '키나'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이것의 가장 큰 특징은 평행 구절의 두 번째 콜론(colon)이 항상 첫 번째의 것보다 짧다는 것이다. 이와 같 은 절름발이식의 보법 형태는 독자에게 허무감과 불안전한 느낌을 갖게 준다. 이러한 두 가지의 요소는 애가에 슬픈 기분을 더해 주며, 그들의 감정적 격렬함을 높여 주고 있다. 애가는 모두 5장에 걸친 일련의 비탄시이지만 각 장은 서로 분리된 애가이다. 1-4장은 비록 그 세부적인 점에서는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다 개별적이고 완전한 '알파벳 두운 시’(acrostic poetry)이다. 1, 2장과 4장은 각각 히브리 알파벳의 22자로 시작되는 22절로 되어 있다. 3장은 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66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장에서 처음 3절은 히브리어 첫 글자인 '알렙'으로 시 작되며 그다음 3절은 히브리어 두 번째 글자인 '베트'로 시작된다. 단지 5장만은 22절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알파벳 두운 시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
애가서의 문학적 구조는 또 하나의 독특성이다. 1-2장과 4-5장은 서로 평행을 이루는 교차 대구법으로 배열되어 있다. 2장과 4장이 하나님께 중점을 둔 반면, 1장과 5장은 사람에게 중점을 두고 있다. 3장은 고뇌 중에 있는 저자의 반응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 책의 주축을 이 루고 있다. 그 배열은 오른쪽 그림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기록 연대: 예루살렘 함락과 성전 파괴, 유다 백성이 바벨론 포로로 살아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주전 586년에서 주전 516년(파괴된 예루살렘 성전이 재건되 고 봉헌된 시기) 사이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한다.
기록 목적: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해 언약 백성으로서의 표지들을 상실한 처참 한 상황이 하나님 심판의 결과임을 인정한다. 이에 저자는 예루살렘 멸망이라 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고뇌를 드러내는 한편, 언약 공동체에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소망하라고 촉구한다.
주요 신학: 전반부에는 불의를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공의가 부각된다. 이후에 레미야는 정상적으로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과 공홀, 언약에 대한 변환없는 수 상항식과 영원하신 하나님의 통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언약 백성의 회복과 구원을 기대하게 한다.
슬픔과 탄식을 담은 노래
예레미야애가는 다섯 편의 애가' 즉 슬픔의 노래를 모아 놓은 정교한 작 품이다. 1, 2, 4, 5장은 히브리어 알파벳의 수와 같은 22절로, 3장은 그것의 3배수인 66절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12 4장은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로 시작하는 이합체 시(acrostic poems)에 해당한다. 저자가 탄식하는 주된 내용은 바벨론에 의한 유다의 패망, 예루살렘 함락, 성전 파괴, 그리 고 약속의 땅에서의 추방이다. 그는 일련의 비극적 상실을 경험한 언약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유다가 당한 처참한 현실을 고뇌하며, 이를 통렬하게 묘사한다.
절망에서 구원으로
하나님의 도성으로 불리던 예루살렘은 다윗 왕조를 통해 하나님 통치가 이루어지는 근거지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표지 로서 성전과 언약궤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유다의 현실은 제사장들과 예 언자들의 광포와 부패로 신성 모독이 자행되고, 백성은 하나님이 전적인 은혜로 주신 언약에 부합한 삶을 거부한다.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표지를 모두 상실한 것이다(1:1~7). 이에 하나님은 그분의 언약적 파트너 상 였던 유다 백성을 향해 진노하시고 심판하신다(2:1~10).
이 모든 참상을 경험한 저자는 고뇌하며 슬퍼하고 절망한다. 그는 약속의 땅에서 추방되어 유배지와 같은 바벨론 땅으로 끌려와 고통당하는 유다 백성을 치료해 줄 위로자가 필요하다고 절규한다(2:11~22). 슬픔의 노래를 부르는 그는 마치 욥처럼 하나님께 처절하게 부르짖으면서도, 하나 님의 선하심을 향한 믿음의 초점은 놓치지 않는다.그리하여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하심(히, 헤세드)과 긍휼(히, 라하밈)을 의지하고, 실패한 언약 백성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을 소망한다(3:1~66).
유다는 한때 순금처럼 찬란한 영광의 시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도자들의 변절과 타락으로 아무 가치 없는 포로가 되어 두려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41~22). 그들은 하나님이 다윗과 맺으신 언약을 기억하며, 자신들의 죄를 시인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51~22), 하나님께로 돌아오 는 것만이 진정한 회복과 구원을 얻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