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자로 살아남기 위해 치과의사 선택한 문학소년
- 어릴 적 꿈은 작가였다는데, 정작 직업은 치과의사를 선택했다.
“셜록 홈즈가 좋았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고 작가를 꿈꿨다. 초등학교 때부터 200자 원고지에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쓰곤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작가의 꿈은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이민자 신분으로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작가보다는 전문직이 있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89년 앨라배마주립대 치과대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같은 시기 같은 학교에서 영문학 학사 야간 과정을 밟으면서 소설을 썼다. 다행히 학교에서 두 과정을 병행하는 것을 허용하더라.”
- 어떻게 등단했나.
“2009년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목 없는 인디언’이라는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같은 해 첫 장편 추리소설 ‘호텔 캘리포니아’를 냈다. 집필하는 데에 1년 조금 넘게 걸렸고, 구상까지 도합 4~5년 걸렸다. 병원에서 퇴근하고 3시간, 주말엔 6~7시간씩 썼다. 여행 갈 때는 차에서 노트북으로, 평일에 예약 환자가 오지 않을 때에도 진료실에서 틈틈이 썼다. 요즘은 익숙해져서, 작품을 쓰는 데 시간이 덜 걸린다. 2017년 말부터 올해까지 출판사에 넘긴 책만 재발간을 포함해 8권 정도다.”
- 미국에서 작법을 배웠는데 한국어로 소설을 쓰는 게 어렵진 않았나.
“소설 쓰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워 본격적으로 습작하기 시작한 건 앨라배마주립대 영문과에 다닐 때부터였다. 당시엔 영어로 소설을 쓰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미국에서 19년간 의학 공부와 의사 생활을 하고 2003년 한국으로 돌아오니 오히려 한국어 문장력이 떨어졌다. 지금은 다시 한국어로 15년째 글을 쓰다 보니 많이 편해졌다.”
◇“제주도는 영감의 원천... 제주도 살기 전에도 연 3회 방문”
- 올해 2월 ‘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이라는 추리 장편 동화 1권을 냈다.
“9편짜리 시리즈로 지금도 쓰고 있다. 제주도에 대한 작품을 쓰고 싶었다. 이전부터 제주도에서 글 쓰는 걸 꿈꿨고, 2016년 말에 아예 제주도로 집을 옮겼다. 제주도에 살기 전에도 1년에 2~3번은 제주도에 왔다. 세계를 다녀 봐도 이만큼 풍광이 아름다운 곳은 드물다. 재밌는 전설이 많아 소재를 찾기에도 좋다.”
- 제주도 말고 영감을 받는 분야가 또 있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문위원을 하고 있다. 2014년쯤부터 경기북부경찰청 골격수사연구회 일을 돕다가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변사체의 치아를 보고 신원, 사인, 연령 등을 추측하는 일이다. 2017년부터 경찰청 국과수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치아를 보고 일어났던 사건을 추적하면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