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5. 일요일
구름이 얇게 덮은 오늘은
바람까지 시원해 한국의 가을 날씨다
내가 이상하게도 정이 가고 안쓰러운 캐디 씨야를 올해 또 만났다
반가워서 이름을 불렀더니
사모님 하면서 꼭 껴안는다
우린 내 공마크 무당벌레로 맺어진 인연이다
공을 사서 빨간 펜으로 무당벌레 그리는 걸 보고 자기가 그려보겠다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걸 기억하는 것이다
캐디용품이 가방 하나에 다 정리된다
볼 닦는 수건, 그린 보수기, 마커,
거기에 퍼트를 끝낸 내 공을 닦아
착 붙여 넣는 독특한 고리까지 걸고 다닌다
재밌어서 사진으로 남겼다
사모님 이거요~~~
하면서 과일을 꺼내 준다
손톱으로 까려고 했더니 살짝 눌러서 까는 방법을 알려준다
달콤하니 먹을만하다
플루메리아꽃이 예뻐 다가가니
사모님~~~
하면서 내 폰을 가져가 사진을 찍어준다
오후엔 남편이 허리가 무겁다며 쉬고 싶다고 한다
같이 쉴까 했는데 극구 나가라고 해서
여자 셋이서 한 조로 나갔다
나는 카트를 혼자 타고 다니는 호사를 누렸다
힘차게 치면, 공이 호수 위를 날아 아일랜드 같은 그린에 올라가는 홀이 매력적이다
이 홀에 오면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을 빼앗긴다
평화롭고 고요한 기분을 만끽한다
난 너무 강하게 쳐서 그린 밖으로 공이 굴러갔다
더 강했으면 호수로 퐁당 할 뻔했다
저녁을 먹고 룸에 올라오니
하늘이 아름다운 노을을 풀어놨다
노을빛에 옅은 구름이 검게 보인다
남편은 수묵화 보는 것 같다며
연신 카메라를 누른다
그러고보니 이우환님의 작품들이 연상된다
굵은 묵선과 점으로 가득한 작품들이.
자연은 끊임없이 우릴 감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