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가 밭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라 해서 이름 붙은 딱바실(닥밭)골은 지리산의 동쪽 끝자락 웅석봉(1099.5m)과 그 봉우리를 정점으로 하는 달뜨기능선의 왼쪽(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웅석봉은 지리산 태극종주와 백두대간 늘여달리기의 시·종점이고 달뜨기능선은 이병주의 빨치산 소설
'지리산'에 그 이름이 나와 더욱 널리 알려진 능선이다. 그에 비하면 딱바실골은 무명에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이름없는 폭포와 아기자기한 소(물웅덩이)는 그런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백운계곡은 달뜨기능선이 남쪽으로 가지를 펼치고 있는 그 사이를 파고든 골짜기다.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이자 영남 사림파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 선생이 가장 즐겨 찾던 곳이기도 한 이 계곡은 이름 그대로 구름처럼 흰 반석들과 그 자락을 타고 굽이쳐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한 곳이다. 크고 작은 폭포와 깊고 맑은 소가 연이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코스는 바로 이 두 계곡을 연결했다. 칠선,한신,뱀사골 같은 지리산의 장대한 골짝엔 미치진 못하지만 귓전을 때릴 듯 콸콸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가 지리산 여느 계곡 못지않게 우렁찬 것이 내세울 만하다.
사람 발길이 많지 않아 더욱 호젓하고 깨끗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의 하나다. 물소리를 따라 물소리에 젖어 물소리길을 종일 걸어보는 것도 무더위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하나의 방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산행은 딱바실골을 먼저 들른다. 구체적 경로는 (삼장면 홍계리) 동촌마을~딱바실골~능선삼거리(이정표)~954봉~고령토채취장~백운계곡~(단성면 백운리)영산산장 순.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정도이며 휴식을 포함한다면 5시간쯤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간은 산행종점인 영산산장 앞 삼거리까지만 계상되어 있다.
대형차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번덕마을까지는 20분쯤, 다시 진주행 노선버스가 다니는 20번국도까지 가려면 10분쯤 더 걸어야 한다.
등로는 주의가 요청되는 몇몇 지점과 능선 연결지점을 제외하면 길 찾기가 대체로 수월하고 수년 전 폭우로 등산로가 다소 훼손된 백운계곡과 가풀막으로 올라야하는 능선길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특히 능선길은 길이가 짧지만 고도차가 430여m나 돼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한다.
산행 들머리는 홍계리 동촌이다. 삼장면 석남리 대원사 들머리 삼거리를 직진으로 통과하면 2분쯤 걸려 닿는 홍계교의 오른쪽에 있다. 마을 진입로 입구에 표지석이 있어 참고한다.
등로는 이 마을로 난 길을 따라간다. 길은 최근에 축조된 사방댐을 오르내린 찻길로,한동안 시멘트길로 이어지다가 독립가옥을 만나고서부터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딱바실서 흘러내린 계류를 거슬러 올라간다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마을 표지석에서 호불사 입구 삼거리까지 5분,포장도로 끝지점까지 다시 6분이 걸린다. 사방댐까지 12분 소요.
사방댐에서의 등로는 물이 흘러드는 댐 상류지점에서 본격적인 산길로 바뀐다. 상류지점은 댐 하반부를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 저수지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가면 만난다. 가장자리로 가기 전에 가로 막고 있는 철망문은 그 왼쪽에 통로가 있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댐 상류지점까지 3분. 이후 등로는 계곡을 줄곧 따라간다. 물길을 10여차례나 건너 때론 길이 희미할 때도 있지만 계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다.
딱바실계곡은 즐비한 폭포와 소가 매력이다. 굽이를 돌면 쏟아지는 물소리가 걸음을 더디게 한다.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아담한 정취가 그만이다. 숲그늘이 높고 등로가 깨끗한 점도 청량감을 더해주는 요소다.
뚜렷한 갈림길을 처음으로 만나는 감투봉 갈림길까지 30분,능선으로 올라서는 주의지점까지 5분이 더 소요된다. 감투봉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의 리본을 무시한 채 물길을 따라 직진해야 한다. 주의지점에서는 물길을 오른쪽으로 건너 지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특히 주의지점에서 무심코 계곡을 따른다면(직진방향) 험로를 올라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주의지점은 감투봉 갈림길에서 5분 거리에 있으며,합수지점 바로 위의 제법 너른 소로 만난다.
주의지점에서 물길을 오른쪽으로 건넜다면 능선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된비알이다. 길은 외길이지만 비지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주능선 삼거리까지 35~40분 소요.
주능선에 올랐다면 등로는 왼쪽(북동쪽)으로 나 있다.
오른쪽은 마근담계곡 혹은 감투봉으로 가는 길이다. 삼장면에서 세워놓은 이정표가 참고 된다.
왼쪽으로 꺾어 12분쯤 가면 다시 왼쪽으로 갈랫길을 만난다. 이 길이 딱바실골로 바로 내려서는 험로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내려섰다가 적지않은 고생을 한다.
등로는 여기서 진행방향 정면으로 1분쯤 가다가 또다시 왼쪽의 뚜렷한 사면길로 꺾이는데,여기서 사면길을 무시하고 오른쪽 위의 희미한 길로 오르면 5분쯤 걸려 954봉으로 바로 갈 수 있다. 길잇기가 어렵다면 왼쪽의 사면길을 가다 만나는 안부에서 되돌아온다는 느낌으로 오른쪽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이 봉우리에 닿을 수 있다. 사면길로 에돌아가면 15분쯤 걸린다.
고령토 채취장은 954봉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2분쯤 내려가면 황톳빛이 그대로 드러난 개활지로 만난다.
백운계곡은 여기서 넓은 길을 따라 10분쯤 더 내려가서 만나는 운리 하산로(진행방향 왼쪽)를 직진으로 통과,
넓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 키 작은 수풀사이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 직진하면 백운산으로 이
어지는 숲속 능선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세심한 주의가 요청되는 부분이다. 리본이 많이 달린 운리 하산로
에서 2분 거리임을 기억한다.
백운계곡의 상류지점은 폭우에 길이 패어 다소 거칠다. 하지만 조금만 더 내려가면 걷기에 지장없다.
점점 커져가는 물소리를 따라 내려가면 또다른 주의지점이 나온다. 상류의 주의지점에서 15분 거리다.
여기서 길을 잘못 들어서면 백운계곡의 아름다움과는 영영 멀어지기 때문에 역시 주의가 요청되는 곳이다.
등로는 작은 다리를 만나기 바로 전 넓은 길(왼쪽)을 버리고 직진 방향의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 길을 놓쳐 임도로 들어섰다면 되돌아오는 것이 좋다.
백운계곡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길은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이어지는데 수시로 들여다 보는
것이 좋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아예 계곡 안으로 들어가 물길을 따라 내려가볼 만하다. 남명이 왜 그토록
좋아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물과 흰 바위,그리고 노송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계곡의 풍치
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하다.
주의지점에서 쌍폭(반석위 물 건너는 곳)까지 30분,다시 출입금지 차단기까지 15분쯤 걸린다.
이후 길은 영산산장 아래 삼거리까지 넓은 길로 이어진다. 삼거리까지 다시 15분 소요.
#들머리안내
들머리와 날머리가 크게 떨어져 있어 교통편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다소 흠이다. 대중 교통편도 비용이 만만
찮아 단체 산악회 버스를 활용해볼 만하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면 서부시외버스터미널(사상)에서
진주를 경유,대원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진주행 버스는 오전 5시40분발 첫차를 시작으로 오후 9시30분까지 평균 15분 간격으로 다닌다. 요금 6천700원.
소요시간 1시간30분 정도. 진주에 닿으면 대원사·홍계행 버스를 탄다. 버스는 진주에서 오전에만 4편이 있지만
산행시간을 고려하면 오전 8시30분,10시30분이 있고 조금 더 늦는다면 낮 12시30분발도 가능하다.
요금 3천900원. 1시간 정도 소요.
귀가 버스는 단성면 자양리 덕문교 앞에서 탈 수 있다. 거림과 중산리,대원사 등지서 진주행 노선버스가 수시로
있어 별로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용으로 가겠다면 우선 서진주 분기점에서 통영~대전 간 고속국도로 갈아탄 뒤 단성나들목으로 빠져 나온다.
이후 바로 이어지는 두번째 사거리에서 지리산 방면 20번국도로 좌회전, 시천면 소재지인 덕산에서 59번국도로
바꿔타면 된다.
산행 들머리인 삼장면 홍계리 동촌마을은 덕산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차량 회수가 까다로워 그리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부산일보]
산행문의 위크앤조이 레저팀 051-461-4161,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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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