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布施)
김병환
물이 얼면
얼음이 되고
녹으면 물이 되니
옳고 그름
한군데 담고
몸부림치지 마라
돈에
눈이 멀면
혈육도 남이 되니
마음의
평수를 넓혀
베푸는 삶 살아라
탐욕이
넘쳐흐르면
패륜아 태어나니
계곡물
흘러가듯이
깨끗한 삶을 살자.
김병환 시인의 <보시(布施)>는 불교의 핵심 덕목인 보시(조건 없이 베풂) 를 주제로 하여, 현대인들이 잊고 살기 쉬운 삶의 가치와 마음 가짐을 담담하면서 도 날카롭게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1. 시인은 물이 얼면 얼음이 되고 녹으면 다시 물이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제시합니다. 본질은 같으나 형태만 바뀔 뿐이라는 이 이치는, 우리가 세상사에서 아등바등 따지는 '옳고 그름(是非)' 또한 결국 한 끗 차이임을 말해줍니다. 시인은 이를 한군데 담아두고 너무 괴로워하거나 몸부림치지 말라며, 집착을 내려놓는 '마음의 평온'을 먼저 권합니다.
2. 세상에서 가장 단단해야 할 혈육의 정조차 '돈'이라는 탐욕 앞에서는 허망하게 무너지는 씁쓸한 현실을 고발합니다. 이에 대한 해방착으로 시인은 '마음의 평수를 넓혀 베푸는 삶', 즉 시의 제목인 보시 (布施)를 제안합니다. 물질적 소유보다 마음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풍요임을 강조합니다.
3. 탐욕이 극에 달하면 인륜을 저버리는 '패륜'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를 던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칠고 탁한 세상 속에서 '계곡물 흘러가듯이 깨끗한 삶'을 살자는 다짐이자 권유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4. 마음의 평수를 넓혀 베푸는 삶 살아라
이 시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표현은 '마음의 평수'라는 구절입니다. 우리는 보통 부동산이나 물질적인 집의 평수를 넓히는 데 평생을 바치지만, 시인은 정작 넓혀야 할 것은 타인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평수라고 말합니다. 내 마음이 넓어져야 비로소 남에게 대가 없이 베푸는 보시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5. 얼었다가 녹는 물 (유연함과 집착 없음)
흘러가는 계곡물 (정체되지 않고 스스로를 정화하는 깨끗함)
재물이나 욕심은 한곳에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지만, 계곡물처럼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베풀 때 인간의 삶도 비로소 깨끗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영적 교훈을 줍니다.
6.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그토록 몸부림치고 있는가? 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내 마음의 평수는 지금 몇 평인지 그리고 나는 계곡물처럼 맑게 흘러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하고도 준엄한 한 편의 명상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