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객(老客)들의 꽃밭
조단서 막사리 뻐드타 버쁘바 까토나 2021년 9월3일(금) 저녁 5시17분에 종로3가역 15번 출구에서 만난다.
백년지기(百年之己)들이 간만에 근처 맛집 어가(魚家)로 한 자리에 들어선다. 모처럼 막사리가 까토나의 78주년 생신축하(生辰祝賀)를 주선한 모임이다. 축하케잌도 양주의 대명사인 B ~~타인이라는 한 병을 막사리가 가져온 선물이다. 엉까페도 스나미도 당연한 주인공인데 부득불 생략이다. 4인 이하만 모임이 가능한 시국인데 다섯명이다. 어느 녀석을 걷어차고 가라고 할 수는 없다. 저나 나나 똑 같은 함께 하고 보고픔이리라. 칸막이가 잘 되어 있는 몇번 완샷의 기쁨을 맛본 곳이다. 모두가 COVID -19 VACCINE을 2차 접종을 완료한 노객이니 어찌 할 수가 없다.
생일축하 케잌을 마주하니 어렵을 때 지난날의 생일을 어떻게 보냈을런지 추억의 필름을 거꾸로 돌려본다. 아버지 어머니 큰 누님 작은 누나 남동생 여섯 식구가 피난길에 나선 것이다. 1951년 1.4후퇴 때이다. 나이가 몇살일 때인지 계산을 해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버지 오바코트 품속이 그립기만 하다. 맏아들이 세차게 몰이치는 눈보라에 온몸을 보호하기 위함이렸을 것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때의 밥상은 어떤 메뉴들이 올려졌을런지 전혀 짐작키도 어렵다. 생일축하 케잌은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 미역국에 하얀 쌀밥이라도 먹여주고픈 부모의 마음만이 전부였지 않을까.
서울의 영희 초등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며 방학숙제는 제대로 했을까.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1차와 2차 모두를 불합격이다. 당연한 결과에 불과하다. 오늘의 중부시장 터에서 피난민 판잣촌에서 여섯 식구가 살기 위해 살아가고 있던 시절이다. 피난 나온지 6년으로 접어드는 막막한 하루 하루였을 것이다. 1957년도 중학교의 입학식이 모두 끝난 4월로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입학한 곳이 동북중학교이다. 입학시험도 치르지 않고 아버지의 하소연에 흔쾌히 받아들인 중학교이다. 이처럼 온갖 사연을 가슴에 품고 1960년에 입학한 그토록 유명(?)한 동북중고등학교 동기들이다. 세월은 어느덧 61년 회갑을 지난 모습이다. 철없이 여리디 여린 하많은 꿈을 꾸던 소년들이다. 오늘의 모습은 어떨까. 얼굴과 모든 육체 곳곳이 오장육부도 찌그러지고 막히고 뒤틀리고 시들고 힘빠진 노객(老客)들이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짜릿한 ALCOHOL의 한잔 술은 20대 청소년으로 회귀 시키고 있다. 목소리는 주탁(酒卓)을 흔들고 넘쳐나는 술잔에는 10대 청소년의 추억이 서린다. 터져 나오는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맏형님 생일 축하 드립니다 " 부딫치는 술잔엔 웃음꽃이 만발하고 생년월일을 주절이는 기준은 저마다 생각뿐이다. 어느 누가 막내이고 누가 맏형님인지 주민증은 그저 허구라고 떠들고 있다. 너는 잰내비 나는 양띠 말띠 저 녀석은 38년생이라니 무슨 동물인가.
" 야 ! 아우들아 이 맏형님 말씀 잘 들어보라우 , 내래 니북에서 김일성 유치원 다닐 때이다. 같은 반에 42년생의 정일이가 있다. 나보다 그 때 네 살이나 어린 녀석이다. 쪼그마한 녀석이 기어 오르면 꿀밤 몇대는 피할 수가 없다, 울면서도 들이밀면 업어치기 한판으로 끝이다 " " 정남아, 제발 우리 아들 정일이 좀 때리지 말고 잘 봐주라무나 야 , 알갔네 " 엄마인 김정숙 여사의 읍소의 애련함도 지금도 귓등을 스치곤 한다. 이런 멋진 행동의 소유자가 누구인가. 바로 너희들의 지기인 까토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되는 게 아닌가. 믿거나 말거나 그 때 그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박았으면 얼마나 멋있는 사건이냐.
계속 이어지는 ONE SHOT의 즐거움이 바로 우리들의 낙원인 PARADISE 꽃밭인 천국이리라.
중학교 2학년이 되도록 공부에는 관심 밖이었다. 금호동에 집은 흙벽돌로 벽을 쌓고 지붕은 코올타르를 입힌 천막이다. 피난 이후에 처음 판잣집이 아닌 첫 흙벽돌 천막집인 것이다. 여름에는 코올타르가 흘러 내리고 겨울에는 천장에는 허옇게 서리가 서리고 자릿기의 물은 꽁꽁 얼어 붙는다. 수돗물도 전기도 없다. 뒷뜰에 자그마한 샘물을 파서 식수이며 일종의 생명수이다. 전기불은 언감생심으로 호롱불이 고작이다. 아버지가 노점상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한다. 여름이면 개구리 참외가 그토록 먹고 싶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지금은 속이 분홍색으로 먹고픈 그런 참외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 아이스 케키 ~~~ 시원한 어름과자가 있어요 " 나무상자에 아이스케키를 가득 짊어진 어린 소년의 축 처진 어깨도 안타까울 뿐이다. 주머니엔 땡전 한닢도 없으니 팔아주지도 못하고 마음만이 아프다. 겨울 밤이 찾아오면 " 메밀묵 사려 ~~~ 찹싸알 떠어억 ~~~ " 먹고픈 마음은 굴뚝 같으나 한마디 입 뻥끗도 못 한다. " 따아악 딱 따아악 ~~~ " 밤마다 두드려 대는 방범대원들의 나무 딱따기 소리가 그립기도 하다. 하루 하루가 힘에 겨운 시절이었으니 어찌 하겠는가. 오늘 이 자리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껄껄 웃어대며 거푸 술잔을 들이키는 지기들도 별반 다름이 없던 생활이었으리다. 지금은 그 때 그 세월이 그립고 보고픈 이유는 무슨 까닭일까.
중학생 3년이 되어서야 학생의 본연의 신분으로 돌아온다. 정신이 번쩍 트이는 느낌이다. 집 뒷편에 나즈막한 동산이 있다. 밝은 보름 달이 떠오르면 동산으로 오른다. " 앞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보다 나은 고등학교에 반드시 들어 갈 것입니다. " 두 손을 모아 달님께 굳세게 약속을 드리며 맹세에 맹세로 다짐을 하곤 한다. 잠도 제대로 자지를 못 하고 공부하다가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이 들기도 한다. " 정남아, 잠은 제대로 자고 해야지 " 아버지의 걱정스런 충고가 한두번이 아니다. 잠시 잠이 들면 무섭고 해괴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몸이 허약해지니 밤마다 일종의 가위눌리는 현상의 지속이다. 손가락 발가락도 움직일 수 없고 소리를 지르려 해도 말 한 마디도 뱉을 수 없다. 꼼짝 달싹도 못하는 전신의 마비증상이다. 깨어나면 온 몸은 땀으로 범벅으로 밤이 되는 게 무섭기만 하다. 그래도 앞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겪어야 할 과정이리라. 공부에 자신감이 생긴다. 별 볼일 없는 똥통 같은 쓰레기 집단인 동북의 울타리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 확신이 선다.
중 3년 그 당시에 학교 당국은 고교 진학 원서를 K ,S , K 3대 일류 고등학교 외는 불가하다는 어거지를 펼친 시절이다. 3류도 안되는 중학교에서 아무리 공부를 1등을 한다고 해도 초일류라고 하는 고등학교에 합격은 불가항력인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본교에 유인키 위한 하나의 술수인 것이다. 모두가 추풍낙엽 신세로 본교로 돌아올 밖에 없다. 장학생 시험이라는 미끼를 던지며 그들은 유인한다. 어린 제자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동북이라는 학교의 스승들의 꼴불견이다. 댓명의 이름이 장학생 명단에 이름으로 나의 이름도 오른다. 항변 한 마디도 못하는 순진하고 착한 학생들인 셈이다.
돌이켜 보면 그 순간도 우리의 앞날이 결정되는 계기가 되었을 터이다. 타고교로 합격을 했다면 어떨까. 그곳에서의 삶이 더 멋지고 훌륭한 인간으로 탈바꿈 했을런지도 모른다. 오늘 이곳에 이마를 맛대고 울렁찬 건주가(健酒歌)의 행운은 어드메에 있을런지 알 수도 짐작키도 어려운 운명이리다. 너는 18외(外)이고 나는 18내(內)라는 그런 단어도 없었을 것이다. 180여명의 고3 동기들은 대학입학 능력고사를 치르던 때이다. 1차로 18명만이 합격선에 오른다. 이들이 바로 18내(內) 의 동기들이라는 궤변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 한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 현상이 발생한다. 재차 다시 2차 3차의 커트라인 낯추어 인원 수를 수정하는 기이한 현상도 어쩌는가. 이들이 18외(外)라고 어느 멍한 동기 한 녀석이 별명 아닌 별명을 붙인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만난 다섯명 조단서 뻐드타 버쁘바 막사리 까토나의 참 뜻은 무엇인가. 아내들도 모르는 스스로만이 알고 있는 비밀 호칭이다. 이처럼 지난 청소년 시절의 사연들은 끝없이 터져 나오고 부딫치는 술잔에 우정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다시는 보기 싫다고 두번 다시 니 녀석은 절대로 아니 만나리라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끊을래야 끊지도 끊어지지도 잊을려고 다짐을 수없이 해도 잊지도 못 하는 어쩔 수도 없는 백년지기로 회귀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순간의 착각과 자신만의 오판이 상대에게도 통하지는 않는 것이다. 조금 기다려 주고 돌아오는 자는 품에 끌어 안고 뒤틀려 나가는 녀석은 세월이 약(藥)이라 기다림도 유효한 것이다.
너와 나의 우리들의 삶의 시작과 끝은 대동소이가 정답이 아닐까. 어쩌면 헤여나지도 피할 수도 변경치도 못하는 동북의 건아들 백년지기들이다. 국적(國籍)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學籍)은 불변(不變)이라는 명언(名言)이 가슴을 흔들고 있다. 오늘 함께 못한 지기들 그 중에도 동반자 엉까페도 스나미도 이 자리의 벗들도 다름이 없으리라 생각코 있다. 매월(每月) 두번째 네번째 토요일은 우리들만의 아성이며 삶의 보금자리가 아닐까.
스쳐지나는 바람에 구름은 흘러가고 차가운 바람에 꽃닢과 입사귀는 낙엽(落葉)이 되어 흩어질 것이다. 우리들 노객들도 어느 날 그와 같은 모습의 알지도 못할 깊숙한 계곡으로 휩쓸리고 말 것이다. 서산에 해는 기울고 노을빛이 화사하고 황홀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닌가. 지난 80년 바로 엊그제 같은 추억만이 어른 거리고 있을 뿐이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 왔는지 누구를 위한 삶이었을까.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얼마나 무슨 기록을 남겼는가. 여명(餘命)의 시간은 노객들인 우리에게는 기다림이 없다. 순간으로 찰나의 순간만이 우리들을 비추고 있다. 겨우 33년 만이 우리들의 세월이라 어찌 할 것인가. 앞으로의 남은 인생 후회됨이 없는 삶이기를 기원하며 살아 감이 어떠냐.
바로 우리들의 꽃밭인 동북중고교 백년지기들의 테두리에서 말이다.
2021년 9월 3일 무 무 최 정 남
여기가 우리의 꽃밭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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