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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뵙습니다. 오늘 아침에 할아버지께서 작고하셨으나 혼자만 중간고사 내일까지 마지막 시험을 치기
위해 집에 남은 관계로, 컴퓨터가 비었습니다. 고로, 착잡한 마음으로 공부도 안되는 즉,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_-; 지난번의 그 '회고록'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보니 조금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국대에
관련한 글이 워낙 많았고, 그러면서 자원이 고갈났다고나 할까요. 회고록의 작업은 아직 멀고도 멀었는
데,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 이 글을 쓰면서 슬럼프를 어느 정도 털어내 볼까 합니다.
클럽에 관련한 얘기를 중점으로 써 나갈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지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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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 -
“졸려요. 정말 졸리다구요! 어젯밤에도 딱 세 시간 잤어요! 너무 이르잖아요, 이건!”
“헛소리 하지 마. 너는 지금 기.자.지.망.생 이라고. 기..,”
“기자가 그렇게 쉬...쉬...쉬운 줄 알아? 으아함. 죽겠네, 진짜.”
“푸훗.”
이형은 뒤돌아보며 그렇게 피식 웃었다. 저 뒤에 졸린 눈에 까치집을 지은 머리, 턱이 빠질 정도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저 녀석이, 이형 자신의 몇 년 전 모습과 너무도 똑같기 때문이리라. 이형이 그렇게 다시 돌아서자, 그 녀석이 정말로, 정말로 징그럽다는 투로 소리질렀다. 자신과 똑같이.
“정말 너무해요!”
꼭두새벽이다. 정말 꼭두새벽이다. 아직 동이 트려면 멀었나? 어떻게 되었든, 말쑥하게 차려입은 두 남자가 빌라의 문을 슬쩍 열고 나온다. 문에 놋으로 만든 요란한 종이 붙어 있기에, 새벽마다 시끄러우니 제발 조용히 좀 해달라는 주민들의 청원 신고를 받지 않기 위해선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조심스레 빌라를 빠져나온 그들은 차를 달렸다. 그들을 기다리는, 그 무궁무진한 세계를 향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그러면서도 항상 톡톡 쏘는 사이다 같으면서도, 절로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드는, 그런 세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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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The World League.
“어, 이형. 왔어?”
“그래. 어떻게 된 거야? 팩스 보고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니까.”
“피파가 돌아도 아주 제대로 돌았어. 이걸 보라구.”
이형은 그의 회사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 중 하나인 지웅에게서 팩스를 받아 들었다. 그리곤 그도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어, 이형 선배. 오셨어요? 으아함~ 정말 졸려 죽겠네.”
“어~ 혜진 누나. 누나도 졸리죠? 거 봐요, 이형 선배!”
“이 녀석아, 조용히 좀 해!”
저 뒤편에서 졸린 눈으로 한 뭉치의 서류를 읽고 있던 뚱뚱한 박조성 과장의 호통에 녀석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녀석은 그냥 기자 지망생 신분으로 이 신문사에 입사했다. 아니, 아직 지망생이니 입사라고 할 수도 없겠지. 그냥 단순히 아주 잘 나가는 기자인 ‘이형’의 백으로 이 회사에 들어온 거라고 밖에 할 수 없으니까. 어느 날 이형이 그냥 지망생인 녀석이라고, 커피 담당으로라도 써 주면 안 되냐고 무작정 데려왔기에, 이형이기에 받아 준 녀석이니까. 어쨌든, 지금은 녀석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박이야. 아주 대박이라고. 이건 피파에서 언론사들이 먹고 살라고 만들어준 길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어.”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야.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 솔직히...이거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
“그래, 그렇긴 하지. 그렇긴 하지만...”
이형, 헤진, 지웅과 자신의 커피를 모두 들고 온 녀석이 느긋이 앉으면서 한 마디 던졌다.
“대박인 건 확실하죠.”
“그래. 이건 진짜, 정말 대박이야. 뭐 지웅이 말대로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아니고, 아무것도 밝혀진 건 없어. 공식 발표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형과 혜진, 그리고 지웅마저도 얼굴에 모처럼 생기가 넘쳐흐른다. 정말 오래간만에 이런 진정한 가십거리가 걸려든 것이다. 얼마나 걸릴지, 진정 이 프로젝트가 실현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출범만으로도 그들은 희망을 마시고 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세계 전체가 뒤흔들릴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런던(London). 신사들의 나라 영국. 그리고 그 중심지 런던. 하지만 지금의 런던은 단지 ‘신사들의 나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실, 축구 종가로서의 영국이 지금 현재는 대세이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이라는 보비 찰튼, 케빈 키건, 개리 리네커 등을 비롯하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 아스날의 감독 아르센 벵거, 그리고 첼시의 감독 조세 무리뇨까지 이 한 자리에 다 모인 것은 결코 단순히 ‘심심해서’가 아니었다.
“공문이 왔습니다. 드디어 우리 이 괴짜분이 일을 내셨지요.”
‘The Legend.' 보비 찰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들어서 알고 있다는 얼굴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피파의‘계획’에 불과한 것이었음에도, 모두가 그것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시대를 움직일 만한, 그런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적 모임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그 퍼거슨 경까지도 이곳에 발걸음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하여 컨퍼런스 리그까지 총 합해서 일곱 개의 리그를 보유하고, 그에 걸맞은 최고의 선수들을 비롯하여 최고의 팀으로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칭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우리가 이런 허무맹랑한 제의에 응해야 할까요?”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골게터였던 케빈 키건이 먼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긴 하겠지요.”
그러나 바로 뒤이어, 무리뇨가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시한폭탄 같은 발언들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그의 발언이 더 주목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우리 잉글랜드 클럽들이 세계 속에서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솔직히, 챔피언스리그로는 좀 성이 차지 않는 게 사실이 아닙니까.”
“그건 첼시의 일이겠지, 조세.”
교수 벵거가 날카롭게 말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 우리 거너스도 빼놓을 순 없을걸세. 어떻게 되었든,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고 있는 클럽 아닌가. 우리 아스날도, 이 허무맹랑한 계획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세계 속에서 시험해보는 것이야말로 모든 클럽들이 꿈꾸는 일 아니겠습니까, 라파 베니테즈?”
“물론입니다. 우리 리버풀이 전년도 챔피언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겠죠. 하하하.”
“라파. 난 솔직히 밀란과의 경기에서 이뤄냈던 4년 전의 기적이 더 기적적이었다고 생각하네. 저번 시즌에서 우리 맨체스터를 꺾느라 마드리드는 정말 힘겨워야만 했어. 호나우두, 라모스, 그라베센까지 모두 경고누적으로 빠지지 않았는가.”
“너무 그러시지 마시지요. 어쨌든 저희가 우승팀은 우승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만들 하고. 슬슬 결정을 내 보죠. 피파는 당장 동의문을 보내달라고 성화도 아닐 겁니다.”
이들의 논쟁은 사실 거의 모두가 찬성에 가까웠다. 단지, 누가 여기서부터 기선제압을 하느냐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좋습니다. 우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이 계획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아직 피파에서 공식적으로는 아무 것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참, 웃긴 일이지 않는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이제 와서 ‘처음으로 밝히는 일이니, 모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피파는, 드디어 그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야 말았다.
“이형, 시작해. 빨리 와!”
“기다려, 기다려! 아직 시작하지 말라고 그래!”
“흐응. 언제나 저렇다니까요. 헤헤.”
지웅과 헤진은 TV 모니터 앞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 방송을 통해서가 아니라, BBC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이미 해외에 수 차례 나갔다 온 그들로서는 영어는 껌이지 않은가. 드디어 카메라에 기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 안녕하십니까. 샌디입니다. 저는 지금 피파의 정식 발표를 몇 분 앞둔, 이곳 국제축구연합 본부에 들어와 있습니다. 저 뒤로 보이시는 무대에서, 약 3~4분 뒤 피파 회장 제프 블라터가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 합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희귀하다고 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젝트라고 평가받을 것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이 프로젝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카메라를 무대로 돌리겠습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정말...”
“일단 조용히 보는 수밖에 없다고.”
이형과 지웅, 헤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초조하게 TV 모니터 안을 바라다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피파 회장 제프 블라터가 한 걸음씩 무대 위로 내딛기 시작했다.
“아, 아. 모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피파 회장 제프 블라터의 공식적인 발표가 이어지겠습니다.”
청중들 앞에 올라선 블라터는 한번 짧게 가벼운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잇기 시작했다.
“우리 피파에서 계획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거론된 적도 없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계획이고, 실제로 그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피파는 초청할 수 있는 모든 국가들의 동의를 철저히 받아놓은 상태이며, 앞으로 몇 개 국가의 동의도 더 얻어낼 생각입니다. 이는 최고의 계획이 될 것이며, 피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모든 국가가 축구로 단합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이형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실현이다. 실현이야. 이 꿈의 경기들이...실제로...”
“대박이다. 대박이라고!”
“이젠 진짜 축구 보는 맛에 살겠어! 진짜라고!”
그들의 흥분은 이제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제프 블라터는 고개를 들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청중들을 한 번 쓰윽 둘러보더니, 다시 눈을 미리 준비해 온 원고로 돌렸다. 그리곤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 리그 당 열 다섯 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한 시즌동안 총 스물아홉 경기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이는 제일 위에 있는 프리미어리그부터 제 2리그인 프리메라리가, 제 3리그인 세리에 A, 제 4리그 분데스리가, 제 5리그 르 샹피오나, 제 6리그 에레디비지에, 그리고 제 7리그인 슈퍼리그와 주필러 리그가 모두 이 원칙을 따를 것입니다. 이는 나라와 나라를 오가며 장기간의 비행을 해야 하는 팀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며, 일주일에 한 경기 이상은 절대 치르지 않습니다. 도중에 컵 경기는 FA 컵 하나만이 있으며, 이는 브레이크 기간과 쉬는 일을 잘 이용할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FA 컵은 철저한 예선을 거쳐 제 7리그인 슈퍼리그, 주필러 리그에 속한 모든 팀들이 다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입니다.”
다들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듯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그 표정은 반으로 나뉘었다. 한편으로는 이를 환희와 감동으로 받아들였고, 한편으로는 이를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현재 존재하는 챔피언스리그와 유에파 컵, 인터-토토컵 등은 이 월드리그에 참여한 팀들은 참가를 제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는 장기간의 비행과 비행을 겹쳐야 하는 선수들의 정신적, 체력 문제를 고려한 것이며, 앞으로 챔피언스리그 외 다수 대회들은 이 월드리그에 속하지 못한 팀들이 슈퍼 리그와 주필러 리그로 올라올 수 있는 하나의 등용문으로 삼겠습니다.”
웅성거리는, 아니 시끌거리는 군중을 앞에 두고서도 블라터의 연설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다들 이 주장 하나에 모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시즌부터 진행되는 월드리그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총 7개의 리그, 그 중에서도 7리그는 슈퍼리그와 주필러 리그, 둘로 나뉘어서 구성이 될 것입니다. 한 시즌 당 세 팀씩 승강될 것이며, 슈퍼리그와 주필러 리그에서는 한 리그당 각각 두 팀씩, 총 네 팀이 승격되고 에레디비지에 리그에서는 네 팀이 강등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각 리그에 속한 팀들을 발표하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시 조용해졌다. 이제 진짜 중요한, 진짜 알짜배기 발표가 나온다.
“제 1리그인 프리미어리그입니다. 먼저, 종전의 프리미어리그에서 네 팀이 선발되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첼시, 리버풀입니다. 그리고 라 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입니다. 세리에에서는 인테르 밀란, AC 밀란, 그리고 유벤투스가 선발되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바이에른 뮌헨, 샬케 04가 합류했습니다. 프랑스의 르 샹피오나에서는 올림피크 리용이 합류했고, 에레디비지에에서는 PSV 아인트호벤만이 합류했습니다. 마지막 한 팀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셀틱이 뽑혔습니다. 이어서 제 2리그인 프리메라리가입니다...”
이형과 지웅이 멍하니 텔레비전만을 쳐다보고 있을 때, 혜진은 블라터의 말을 다 받아적어 이미 하나의 표를 완성시켰다. 이 월드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은 정말 강력하다면 너무 강력한 팀들이었다. 각국 천하에 퍼져있는 이 클럽들이 강등이라는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리그에 덜컥 뛰어든 까닭은 무엇이란 말인가. 혜진은 물끄러미 자신의 손에 놓여 있는 프린트를 바라보았다.
“야, 야, 이형. 서이형! 이거 충격이 큰데. 아직 슈퍼리그랑 주필러 리그에 모든 팀이 꽉 들어찬 건 아니지만 이제 뭐 남은 팀들도 없겠는걸. 한 열댓 개씩은 있는 것 같던데. 어쨌든, 서이형! 내 말 듣고 있냐?”
“응? 그래, 응.”
이형은 월드리그를 상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계 각국을 누비면서 많은 축구 경기를 보아왔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제법 잘 나가는 스포츠 아니 축구 기자로 손꼽혔다. 그런데 이 경기들은 상상이 되지 않질 않는가! 한 경기씩만 붙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새벽잠을 설치며 TV를 시청하는 팬들이 난리 부르스를 추던 게 맨체스터와 마드리드의 대결이고, 첼시와 유벤투스의 대결이 아니었던가. 이제 그런 경기를 매일 본다 이 말이지...
“그래서 우리가 해외로 나가게 될 거야. 당장 짐 싸야 할거야. 알겠지?”
“응?”
“서이형!”
“이는 우리 한국 축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미 월드리그는 유럽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제 4리그인 분데스리가에 아르헨티나의 보카 주니어스와 리베르 플라테. 그리고 브라질의 상 파울루와 산토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젠 남미와 유럽의 국경을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비록 맨 마지막 리그이지만 참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는 확 죽어있는 우리나라의 축구 붐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적극 찬성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맨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많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글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기술위원회장 김진국이 그렇게 반대하고 나오자 이사들은 기가 찼다. 위험 부담이라! 무슨 위험 부담이란 말인가! 누가 보더라도 이 기회는 한국의 축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닌가. 그 때, 저 구석에서 한 젊은 이사가 손을 들었다.
“참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어제 방송을 보고 난 뒤로 한국 팀들은 왜 참가하지 않았냐면서 많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주필러 리그에는 일본의 프로리그 팀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엔 중국의 다렌 스더와 선전 젠리바오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슈퍼리그에 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야말로 이 암울한 K리그로 계속 진행해 나가야만 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더 위험한 일인 것 같습니다.”
홍명보다. 한국 축구의, 아시아 축구의 영원한 전설의 한 축으로 남을 홍명보다. 그가 말을 꺼냈다. 많은 이사들이 여기에 동의하고 있었다.
‘젠장, 지출량이 엄청날 텐데…….미치겠군.’
“회장님, 결정나신 겁니까? 그렇다면 곧 공식 발표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지금 기자들이 난리도 아니거든요.”
여기서 지체하면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김성현 이사는 빠르게 진행시켜 버렸다. 재빨리 나가 기자들에게 크게 소리쳐 알리는 소리가 회의실 내부로 다 들려왔다. 결국 KFA는 쓴웃음을 삼키며 언론에 공식 발표를 해야 했다. - 회장과, 기술위원장만 말이다. -
“서이형! 서이형!”
“이형 선배, 아까 파주에 간다고 나갔어요. 오늘 파주 NFC에서 KFA가 발표하는 게 있다고 해서...”
“그래? 알았어. 이형이 오면 나한테 좀 오라고 그래, 혜진아.”
“네.”
지웅은 또 하나의 팩스를 들고 있었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이 또 하나의 특종감임을 예감하게 했다. 헤진은 궁금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이형이 오면 같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형은 파주 NFC에서 심한 몸싸움과 함께 귀가하는 중이었다. 그의 손에는 만족스런 기삿거리가 들려있기는 했지만, 그의 몸은 상당히 피로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기자들에게 채이고 채이면서 얻어낸 영광의 자료랄까. 그는 차 뒷좌석에 올라타 그대로 뻗어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요?”
“어떡하긴. 회사로 가야지.”
“또요? 벌써 열 시가 넘었어요!”
“얌마, 힘들어 죽겠으니까 가라면 쫌 가라, 응?!”
“아~ 진짜 너무하네.”
“그럼 나가든가!”
“알았어요, 간다니까요!”
녀석은 그렇게 차를 몰았다. 늘 투덜대면서도 한결같이 그렇게 말이다. 그는 언제나 이형의 곁에 있을 것이다. 김병무. 그 녀석이.
“야, 서이형! 빨리 내 사무실로 좀 와봐, 혜진이랑 같이.”
“야~ 형님 정말 피곤해서 돌아가시겠어. 꼭 오늘 봐야만 하냐?”
“응. 그러니까 애들 데리고 빨리 와.”
“아~ 나 진짜 미치게 만드네.”
이형은 늘 그렇듯 병무에게 커피를 부탁하고, 혜진과 같이 지웅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뭔데!”
“짜증을 내고 난리야. 아주 대박 자료라고. 특종, 초초초초초 특종!”
“허풍이면 죽여 버릴지도 몰라.”
“알았어.”
지웅은 팩스 한 장을 이형에게 보여주었다. 이형은 종이를 주욱 읽어내려 가면서 점점 살의 등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본이 참가한다는 거! 다 알고 있는 거잖아! 죽고 싶어, 현지웅~!”
“진짜? 진짜 알았냐? 너 이거 어떻게 알았어!”
“오늘 KFA가 발표한 내용 아니야! 혜진이 넌 이런 거 알았으면 미리 알려주지 그랬냐.”
“나도 몰랐어, 이형 선배. 참...아까 뉴스할 때 지웅 선배 없었나?”
지웅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형은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오늘의 그 정신없었던 하루가 지웅에 의해 멋지게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병무도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현지웅 씨. 제발...제발...!”
“알았어, 알았다고!”
첫댓글 재미있는 소재군요.. 클클
힘든일을 당하셨는데... 잘 헤쳐나가리라 믿고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회고록을 기다렸는데...또 새로운 스케일이 엄청난 작품을 시작하셨네요....^^ 조성철과 비슷한 인물이 또 나오겠죠?? 쭈~~~욱 기다릴께요~~
신선하고 재밌네요. 건필하세요!
기대하겠습니다^^건필!
역시 로드님.. 건필하시길... !
기대 되네요, 엄청난 스케일이 될듯, ㅎ 건필하십시오,
커헉 스왑리그다 - 0-;;;
진짜 스왑리그네요 . 이것 역시 기대
고인의명복을빕니다
재밌네요..`
건필하세요.ㅋ
열심히 하세요!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