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하고 난폭하며 불온하고 탁월하다. 보는 이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뒤흔들어놓는 영화가 올해 또 나올까.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에서 평범한 구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술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카프카) 같은 것이니까. 과격하면서도 모호한 화법을 가진 '엘르'는 우리가 관성적으로 편안하게 들어앉아 있는 통념들을 마구 들쑤시며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중략)
'엘르'는 이자벨 위페르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해주는 영화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숱한 배역을 거치며 프랑스 영화를 대표해온 이 위대한 배우는 특히 뜨겁게 들끓는 내면을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에 담아내는 절제된 연기를 통해 남성중심 사회 속에서 억압된 여성상을 그려낼 때 가장 강력했다. 21세기에 나온 작품들에만 한정해 본다면, 캐릭터의 궁극적인 행동 방향은 상반되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를 떠올리게 하는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와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는 폭력적인 외부 세계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서려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이자벨 위페르 2부작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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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엘르'는 신의 침묵 속에서 생의 의미를 가늠하지 못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
http://magazine2.movie.daum.net/movie/40731 (출처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첫댓글 헉 이 영화 우리나라 개봉해요? 되게 보고싶었는데
네, 지금 개봉해서 상영하고 있어요. ㅎㅎ
우어 평 보니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