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는 날 [송재학]
우리는 어디에서 헤어지는가 혼백의 이목구비가 이럴
까 꽃나무 아래 유령의 손짓에 이끌리는 꽃잎들, 낙화하
면서 꽃이었던 기억은 죄다 빗물에 씻겨버렸는가 붉은색
마저 헐벗었구나 향긋한 꽃잎이 아니라면 익숙한 서체인
거지 어디에서 왔느냐 묻지 않고 어디 가느냐 묻지 않는
다 꽃잎을 도려낸 얇은 입김에 얹혀 혓바닥에 앉은 종기
처럼 납작 엎드린 슬픔, 검은 바위에 부적처럼 붙어 있다
가 문득 혼과 백의 입말로 나뉘어 또 어딘가 흩날리겠지
너라는 영혼은 안간힘이기 전에 우선 꽃잎 또는 아껴놓
은 꽃잎이 남았기에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만난다는 거
지 꽃잎이면서 자꾸 무엇을 가리키는 열 개의 손가락은
반드시 챙기면서
- 슬프다 풀 끗혜 이슬, 문학과지성사, 2019
* 오월 초에 맹맹한 이팝나무가 하얗게 문을 열면
중순에 아카시아나무가 향기를 뿜으며 벌들을 모은다.
이내 질 때쯤이면 쥐똥나무가 하얗게 마무리 한다.
향기로 치자면 쥐똥나무가 으뜸이다.
가지 몇개 꺾어서 탁자에 올려두면 일주일은 하얀 향기에 취할 수 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가는 이 꽃들은
자연의 섭리를 알고 가는 것이니
꽃잎 모습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 향기만은 뇌리에 남아
훗날 깨달음의 오월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첫댓글 그래요? 쥐똥나무향기를 이렇게 아는군요. 마당에 쥐똥나무 하얗게 피었는데 한 번 향기 음미해봐야겠네요.
건강하시죠?
헛, 마당에 쥐똥나무가 있었던가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 걸 보니 꽃 필 때 가본 적이 없었나 봅니다.^^*
아,,그렇군요,,, 주페님의 해설,,참 좋으네요~~~
기린33님이 활동을 하시니까 분위기가 좀 사는데요.
겨우내 동면을 하셨나 봐요.
건강하시고 여기저기 많이 다니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