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친구 소개로 꽃 가꾸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가 무료 꽃씨를 듬뿍 얻었다.
나눔 해준다는 건 염치 불고하고 죄다 신청했더니, 어느새 우편함에 쌓인 꽃씨 봉투가 바구니 하나를 가득 채웠다.
문제는 아는 꽃씨 이름이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고 나머지는 외국어 이름이라 도대체 무슨 색, 어떤 모양으로 피어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이곳 제천 청풍명월의 땅.
먹지도 못할 꽃에겐 땅 한 평도 내주지 않는 실속파 집주인의 마당에는 유실수와 채소만 주인 행세를 했다.
꿀이장 믿다간 평생 알록달록 가꾼 꽃밭 구경은 글렀겠다 싶어 내 손으로 꽃대궐을 만들어보겠다고 야심 차게 씨앗을 모은 것이었다.
꽃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봄꽃, 여름꽃, 가을꽃의 파종 시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꽃씨마다 제각각인 씨뿌릴 철을 다 무시하고, 겨우내 묵혀둔 수십여 종의 씨앗을 이른 봄날 마당 구석구석 손 닿는 대로 흩뿌렸다.
그러고는 눈만 뜨면 마당으로 나가 어디 싹이라도 트나 흙바닥을 살폈다.
하지만 온 산과 들에 봄꽃이 만발해도 우리 마당은 야속하리만치 감감무소식이었다.
기다림에 지쳐 온갖 상상이 다 들었다.
'너무 많은 씨앗을 한꺼번에 쏟아부어서, 흙 속에서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아우성치느라 못 나오는 건가?'
봄이 다 가도록 애를 태우더니, 5월 끝자락에 드디어 싹이 터 붉은 꽃 한 송이가 쏙 고개를 내밀었다.
양귀비꽃이었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꽃은 아무도 없었다. 화려하고 기 센 양귀비가 다른 여린 싹들을 다 이겨 먹은 거 아닐까.
그런데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땅속에서 온갖 싹들이 다투어 고개를 내밀었다.
마당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화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알고 보니 봄꽃이 아니라 여름과 가을에 피는 꽃씨들이 제철을 기다렸던 것뿐이었다.
이름을 아는 것만 꼽아도 해바라기, 백일홍, 참나리,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나팔꽃, 분꽃, 족두리꽃, 금화규, 금잔화, 꽈리까지 끝이 없었다.
게다가 무슨 씨앗인지도 모르고 뿌렸던 외국 이름의 꽃들도 저마다 독특한 빛깔을 뽐내며 피어났다. 곧 찬바람이 돌면 구절초와 국화까지 합세할 태세다.
마침내 청풍집 마당에 꽃잔치가 제대로 펼쳐졌다.
꽃향기가 진동하니 꿀벌들이 신이 나서 잉잉거리며 날아들고, 꿀이장은 잠자리채를 휘두르며 틈만 나면 말벌을 쫓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첫댓글 꽃잔치 벌렸네
ㅎㅎ
나두씨앗 얻어줘유 ㅎㅎ
말벌 뜨면 꿀벌들 아작 나는데
그래서 어디 한 번 마음 놓고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요.
잠깐 방심한 틈을 타 벌들을 아작 내버리니. ㅎ
어릴 적 잠자리채가 이런 용도로 쓰일 줄이야.
지존님도 꽃 한번 심어보세요.
꽃을 닮은 여인들이 마구 몰려올 테니. ㅎㅎ
ㅎㅎㅎㅎㅎ..
이장님 말벌 잡는다는 것에
뻥 터졋읍니다...ㅎ
말벌 옆에 잠자리들이 자기들 잡는 줄 알고 혼비백산 하겠어요.ㅎ
며칠전
장회나루에서
청풍까지
배타고
왔어요.
님 생각나더군요.
진짜요?
거기 제 구역인데
세금도 안 내고 다녀가셨군요.
옥순봉도 구경하셨겠어요.
@베리꽃 폰 앨범방에
사진있답니다.
보십시요.
청풍명월이라는이름에 결맞게
꽃잔치가벌어졌네요?
그꽃들에서 꿀들도 생산되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과가 이루어지길 바람니다.
오랫만에 글을올리셨슴니다.
잘보고갑니다.
청풍명월의 고장, 주소마저 이름값 하는 호반로입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초록길에, 손녀들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길이라고 하네요.
집을 나서면 사람은 보기 힘들고, 산짐승들만 슬그머니 친구 하자며 다가옵니다.
아니
그 화려한 꽃잔치 사진한장 이라도 주셔야지요
식물도 참 신기해요
당해년에 꽃피는 아이들은 그해 씨뿌려도 꽃이 나구요
월동해야 하는 꽃들은
땅속이든 어디든 겨울을 한번 지내야 월동해요
샤스타데이지 처럼 월동하는 아이들은 봄에 씨뿌리면 그해 여름에는 싹만 나오고 꽃은다음해 부터요
그래서 가을에 씨뿌리면 싹이난채 겨울지나고 이듬해해 봄부터 매년 핀답니다
한해살이는 대신 씨가 떨어져 다음해 많이 나와요
채원님 말씀 듣고 샤스타데이지 꽃씨 사놓았어요.
가을에 뿌려보려고요. 지금 서울 가는 길이라, 내려가면 한 번 제대로 찍어볼게요.
키다리 금화규가 마을 입구부터 대낮의 가로등처럼 우뚝 서 있답니다.
저는 언제쯤 채원님 흉내라도 낼 수 있으려나요.ㅎㅎ
@베리꽃 샤스타 데이지 꽃씨 사려면 키작은샤스타 로 사세요
갈수록 씨앗도 연구해서 키작은거가 이뻐요
곷대궐을 만드셨군요
축하드리며,
열정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언제 청풍명월에 인연되길 기대해 봅니다~~
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시는 김지원님.
곁에 계시지 않아도 늘 곁에 계신 듯 든든합니다.
글인연으로 만나 이렇듯 마음을 나누고 함께할 수 있음에 더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언젠가 꿀배가 익어가는 과수원으로 꼭 모실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가을 꽃은 시를 읊조리게 하는 법 가을 감성에 맞는 꽃이
청풍 정원에 가득하군요 올 가을 베리님 가슴은 가을 꽃물에
외로울 틈 없을라나요 가을 노래도 잊을 만큼 ...
댓글이 가을 노래 한 편을 듣는 듯합니다.
우리 카페에 운선님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글을 쓰는 이유가 되지요.
덕분에 늘 감동이 머무는 나날입니다.
꽃마다 피는계절이 달라 씨앗 발아 시기도
각기 다른가 봅니다~~~
생각해보니 고들빼기님은 꽃을 따로 심으실 필요가 없겠어요.
댁엔 사시사철 웃음꽃이 활짝 피어 나니까요.
베리꽃님의 제7회아름문학상심사결과
대상으로선정되심을 축하드림니다.
짝~짝~짝
감사합니다.
제 글에 댓글로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고마움, 늘 잊지 않겠습니다.
청풍집 마당
꽃향기가 그립습니다
초대 하이소 ㅎ
대문 활짝 열어둘 테니 꼭 놀러 오이소!
꽃 잔치. 꿀 잔치. 과일 잔치. 채소 잔치.
잔치 잔치 열렸네요.
삶의 방 식구 모두 모여 청풍 명월로 달려 가면 좋겠습니다.
웬지 분위기 띄워놓고
곡즉전님만 안 오실 듯.
오신다구요?
참고로 저희 집은
울타리가 없으니
대문도 있을 리 없지요.
참나리는 구하고 싶으네요.
야산에 가서 뿌리 채취해다 심어도 별 신통이
없어서요.
꽃 가꾸기도참 재밌는데 서양양귀비는
신경 쓰셔야 합니다.
너무 번지고 퍼져 나가서 자칫 다른 꽃들
밑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양귀비 번식력이 대단하다더니 정말 신경 써서 관리해야겠네요.
무악산님도 꽃을 정말 좋아하시고 조예가 깊으시군요.
꽃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마음씨도 꽃처럼 고우실 것 같습니다.
청풍명월의 가을의 시원한 바람에 하늘에는 밝은 달빛이 훤히 비칠 때
베리꽃님의 집안의 분위기를 생각해보게 되군요.
꽃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 사회를 밝게 하는 사람입니다.
아름문학상을 대상을 축하드리고 앞으로 더 좋은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축하와 아름다운 덕담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