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0년이 넘게 아니 40년 가까이 살았지만 서울에서 추어탕을 먹어 본 기억은 거이 없습니다.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더듬어보니 학교 앞 설악추어탕에서 남들과 두어 번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서울이 아닌 덕소에서 서너 번, 안산에 가서 한 번 먹은 것이 다 입니다. 어려서는 가을이 아니더라도 비만 오면 나가서 물고기 잡아다가 끓여 먹었고 가을이면 벼 베기 전에 논에 물을 뺄 때와 추수가 끝나고 나면 틈벙 물 품어내서 미꾸라지 잡아다가 동네 잔치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와서는 추어탕 집이 흔하지도 않을 뿐더러 추어탕을 사 먹는다는 것이 왠지 촌스러운 것 같아서 잘 먹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제 형님하고 다동 용금옥에 갔었습니다.
'용금옥'이라는 간판을 가진 집이 서울에만 여러 집이던데 그 중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다동 용금옥에 갔습니다. 1932년에 무교동에 처음 문을 열었고 1960년인가에 현재 자리로 옮겼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훨씬 작고 좁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고 40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가난한 예술인들 특히 문인들이 많이 오던 곳이라 한 번 앉으면 오래 먹고 마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용금옥이라는 말을 들어 본 것은 꽤 오래 전인데 시인으로 알려진 '이용상'님이 쓰신 '용금옥 시대'라는 수필집을 소개 받은 뒤입니다. 추어탕을 얘기하면 보통 남원 추어탕이고 한편으로는 원주 추어탕인데 저는 서울 충무로에 있는 원주 추어탕에는 멏 번 간 적이 있지만 거기서는 추어탕을 먹은 것이 아니라 메기매운탕을 먹었습니다.
남원 추어탕은 간 적이 없었고 간혹 금산 추부에 가서는 추어탕을 먹었지만 서울식 추어탕은 어제 용금옥에서 먹은 것이 처음입니다. 제가 충청도 광천이 고향인데 우리 음식은 특특하지 않고 진하지 않은 것이 서울경기지방 음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어제 용금옥 추어탕도 들깨가루를 넣지 않은 맑은 맛이라 더 좋았습니다. 비린내는 나지 않았고 짜지 않고 진하지 않은 양념도 제게는 좋았습니다.
저는 미꾸라지를 갈아서 먹기보다는 통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미꾸라지가 씹히는 맛이 좋기 때문입니다. 입에 들어갈 때는 미끈거림이 있어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던데 일단 입에 넣고 씹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음식점을 대를 물려가면서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벌써 3대 째라 하고 또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어른들이 다니기에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밑반찬의 맛도 정갈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자주 갈 곳은 아니겠지만 오래 된 서울의 맛을 보고 왔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습니다. 다른 안주 없이 추어탕에 소주 한 병씩은 무난할 것 같고, 미꾸라지튀김이나 술국으로 소주를 마시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손님이 넘친다고 하는데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그래도 한가한 편이라고 합니다. 추어탕은 지금이 제철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로 들어가기 전에 추어탕 한 번 드시기 바랍니다. 요즘엔 자연산을 바라는 것은 사치일 것 같고 다 양식일 것인데 국내산인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