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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추억의 앨범을 넘기며... 글/사진: 이종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고..취직하고..또 치열한 생존경쟁을 겪고 나니까 ... 2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최근에 이런 학교모임들이 부쩍 늘어났다. 아마 아이들도 크고 옛추억이 그리울 때가 되었나보다. 대학동창, 초등학교 동창모임도 최근에 막 생기도 있다. 역시 인생을 통해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고3이 아닐까? 함께 힘들어하고 경쟁하고 ...졸업하고..고민하고...
학력고사 100일전... 그날은 6시까지 공부하고...리사이틀을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다. 각 반마다...춤추고..노래하고..그 때 당직 섰던 선생님은 얼굴이 상기가 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우린 무진장 깨졌다. 그러나 그 뜨거운 분위기를 어찌 식힐 수 있을까 학교를 마친후 남영동 생맥주 집에서 500cc 한 잔 나누면서 서로의 전의를 다졌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술 맛을 알고 1000cc 마신 놈은 현재 숙대 앞에서 생맥주집을 하고 있다. ^^ 졸업식날 교문을 나서면서 우린 뿔뿔히 흩어졌다. 교문을 나설 때만 해도 다음 주면 금방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재회할 때까지는 20년의 세월을 기다려만 했다. 그나마 6명 중에 1명밖에 나오지 않았고 소식을 모르는 친구들이 부지기수다. 고 3때 담임이신 오동식 선생님이시다...우리를 가르쳤을 때가 바로 지금 내 나이인 것이다. 나는 지각도 자주 하고 수업태도 불량으로 컵으로 머리통을 무척이나 자주 맞았다. 눈물을 찔끔 흘리며 선생님을 원망했는데.....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
20년이 지난 오늘의 선생님 모습이다. 그 옆에는 반장인 박종소...20년이 지나도 반장인가보다...선생님을 보필하고....현재 서울대 러시아어과 교수다. 술과 담배를 그렇게 좋아했던 선생님이셨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매실주스만 따라 드신다. 그 애처로운 모습을 지켜 보니 목이 메어온다. 그래도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변함이 없으시다. "선생님. 제가 쓴 못난 책입니다. 선생님 국어시간에 배운 실력으로 책을 썼습니다. " 제 책을 어루만지며 대견해하는 선생님이 너무나 고맙다. 기회가 되면 모놀답사때 꼭 모시고 싶다. 선생님 앞에서 소줏잔을 들이키기가 괜히 허색하다. "선생님. 술 마셔도 되요?' "종원아..니 나아ㅣ 40인데....." 고 3때 나는 참 여자친구들이 많았다. 선생님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그 달콤한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
고 3때 앨범을 함께 넘겨본다. 그 아름다운 잔영들이 오래오래 머문다.
우리반 아이들은 12명이 참가했다. 60명중에 12명이라... 어떤 아이는 선생님 보다 훨씬 늙은 아이도 있었다. 머리까지 벗겨지고... ^^ "너 선생님보다 머리 벗겨지면 죄악인 것 아니?" 그래도 우리 반은 낫다. 2반 최문성 선생님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 아이들만 잔뜩 나와 선생님을 애타게 부르짖는다. 대신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해서 새아버지 선생님이 자리를 지켰다. 6반은 겨우 2명만 나왔다. 박민수 선생님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지금은요..엑기스가 중요한 겁니다."
단체사진 뒷줄 왼쪽에서 3번째 윤정호의 3학년때 사진이다. 그땐 참 童顔이었는데...지금은 머리까지 벗겨지고.... 배는 볼록 진영호 충청도에서 서울로 유학와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더니...학력고사 전국에서 100등안에 들었다. 서울대 법대 정원이 300명이니까... 가장 행복한 놈이다. 그러나 고시 운은 무척이나 없었다. 1차도 여러번 번 떨어지고..1차 붙으면..2차가...괴롭히고...그걸 반복하더니.. 5년전인가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그때도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둑한 가방을 들고 힘겹게 걷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세월이 또 지나가고... 또다시 만났다. 그리고 나는 그의 변호사 명함을 받았다.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
돌아가면서 자식 몇 명이나 두었는지 물어보았다. 보통 2명.1명....우리때는 2명이 평균이네 "영호야..너는 애를 몇이나 두었니?" 아뿔사 내가 실수했다..그가 여태 미혼인 것을 몰랐다. 고시공부때문에 결혼 하는 것 조차 잊었던 것이다. 영호는 정말 착한 친구다. 대장이 강력추천한다. 최근에 모놀에 가입했다....주변에 좋은 처자 있으면....소개해 주세요. ^^
왼쪽이 홍철기, 오른쪽이 조홍주... 홍철기 이 놈은 학교 다닐때 무척이나 얌젼했는데..지금은 우리들의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20년의 세월이 사람의 성향까지 바꿔놓았다. 조홍주.. 참 공부 잘 한 놈이었는데...얼마전까지 고시공부를 하다가....지금은 고시학원을 운영한다고 한다. 수십년동안 법전을 옆에두고 공부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다시 새 길을 찾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정락희 ...우리 학교에서 제일 인기있는 유명스타였는데.... 그래도 세월은 어쩔 수 없나보다. 눈가에 주름이.... 중년아저씨가 들어오나 했지...고경환...학교 다닐 때 키가 작고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구용모다..서문여고 수학선생님이시다. 작가협회 회장님 따님....담임이라고 한다..세상은 좁다. "요새는 애들 때리니?" "애들 때리면 사진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선생님 끝장이야."
시험 끝나면 아이들 다독거리는데...스트레스를 무척이나 받는다고 한다. 얼마전에도 학생이 자살을 해서..
" 참..너 문과 나왔는데..어떻게 수학선생님이 되었니?' 이걸 묻지 못했네.
교가를 불렀다..왜 이렇게 낯설고 어색한 거야.
조명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교실에서 앞 뒤로 앉았고..용산도서관에서 늘 함께 공부했던 사이다. 내 여자 친구와 명범이 여자친구가 모두 친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냈다. 어머님이 무당이어서...누구보다 괴로워 했던 이 친구는 서로의 속내를 마음껏 드러냈다. 힘있는경찰이 되겠다고...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들어갔다...얼마전에는 '경찰청 사람들' 에도 나와...반가워서 브라운관을 어루만졌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동창회때 멋지에 만나겠구나.. 해후를 기대했는데..... 런데 그런데...그 사랑했던 친구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흑백필름을 돌이키며 친구와 나누었던 추억을 상상하며 말없이 소주만 들이켰다. 명범아.
대장의 고3때 사진입니다. 이때만 해도 얼굴이 갸름하지요.
한의사가 된 놈은 보약을 싸들고 선생님께 드리고.. 음반제작사에 근무하는 놈은 영화 cd를 잔뜩 들고 왔고....
20년만에 만난 우리들은 언제 또다시 모일까?
앞으로 20년 후면 내가 선생님 모습을 하고 앉아 있겠지. 허리가 굽은 놈도 있고....저세상에 간 놈도 있을 것이다.
그 날을 위해서 후회없이 살아가자. 세상을 떳떳하게 살아왔노라고... 그리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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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기있는 유명스타 정락희씨ㅎㅎㅎㅎ 알고 있는 사람인데.... 동창이군요 ^^*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나는군요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사제지간의 정과 친구들의 우정은 변함 없지요? 나도 대장님 보다 더 나이많은 제자들의 동창회에 참가하는 선생이 되고 있지요 ㅎㅎㅎㅎ 이 모습이 제자들의 카페에 이대로 올려진 적도---감회가 새롭군요
꿈속에서 만날까 ~~ 그리운 친구여 ~~
대장님 진짜 갸름 하셨었네요 ㅎㅎ 그런데 우린 왜 동창회 안하지? 다들 잘 살고 있겠죠?
대장님~~~ 저는 올해 여고 졸업 30주년 행사를 호텔에서 거창(?)하게 했는걸요 ㅎㅎ 그럼 제가 10년 선배되나요? ㅎㅎ
20년 전에는 울 대장 얼굴이 꽤 괜찮았네~~~
고등때 사진 너무 귀여워요...ㅎㅎㅎ금방 다시 만날것 같은 그 친구들으 20년만에 만났군요..우리고3때 담임 선생님 말씀이 딱 맞아요..선생님 졸업하고 자주 찾아 뵐께요~했더니 어디두고 보자~전번 졸업생들도 그런소리 하더니 한놈도 안오더라~~ㅎㅎ대장님 담임 선생님을 모놀에서 뵐날 기대 합니다
오~호~~~ 저..깔끔한 미소년이 ....진정 대장님 이란 말씀???.........(대장님 글을 보면....내게도 저렇게 추억할 친구들이 많았던걸 떠올립니다....나도 추억에서 꺼내 만저 보고 싶다....)
글을 읽으며 가슴속에 잔잔한 감동이...아마 이것도 나이를 먹어 그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이야기 이겠지요...갑자기 선생님들이 넘 생각나네요...지금은 어디 계신지 다 잊었는데...한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감동적인글 잘 읽었습니다.
내동생이 한문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배문고 컴 선생인디.........
희비가 엇 갈린 동창회였군요. 옛 생각이 나는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가능한 자주들 만나시게나.선생님도 자주 뵙고.... 나도 어제 문득 담임선생님 뵙고파서 전화드렸더니 벌써(20;40분경) 주무시다 전화 받으시면서 허허 웃으시더라구요.
용되셨네요...ㅎㅎㅎㅎ 잼있다..ㅎㅎㅎ
참 아름답고 정겨운 추억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