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것이 생각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해서 얼마 전에 스텐레스 보온병을 하나 샀는데 그게 산에 갈 때면 몰라도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또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 보온병을 어른들이 '마후병'이라고 해서 대충 일본말인 줄은 짐작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마후가 아니라 '마호(魔法)'이었습니다. 일본말로 '마법의 병'이라는 것입니다.
<보온병을 두고 연세 지긋한 분들은 '마호병'이라고 부른다. '마호(魔法)'는 일본어로 '마법'이라는 뜻인데, 담아 놓은 물의 온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처음 경험한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큰 마법이 있었을까. 뜨거운 물과 얼음을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 보온병이 찬사받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추운 날 밖에서 마시는 뜨거운 물 한 잔은 여전히 감동이다.
튼튼하고 성능 좋은 보온병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스탠리(Stanley)다. 1913년 미국의 발명가 윌리엄 스탠리(William Stanley)가 만든 진공 물통은 스테인리스 이중 벽으로 설계해 튼튼하고 제품 전면을 코팅해 긁히거나 흠집 나는 일이 적다. 끓는 물을 담으면 24시간 가까이 유지할 정도로 성능이 좋아 1942년 미군의 군납용품이 되어 군인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 극지를 탐험하거나 심해 탐사를 나서는 모험가의 짐꾸러미에도 스탠리의 보온병은 빠지지 않았다. 크고 무겁고 튼튼하며 극히 실용적인 디자인이라 언뜻 투박하고 건조해 보이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관심을 끌어 탄생한 지 100년이 넘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잘 팔리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 다양한 색의 제품 가운데 '스탠리'의 정석이라면 1953년부터 사용해온 진한 민트색인 '해머톤 그린' 클래식 보온병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어카운턴트'에서 일상을 보여주는 소품으로 등장하는데, 오래 사용해 흠집도 나고 색도 살짝 벗겨져야 비로소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오래가는 브랜드는 사용자들이 만들어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탠리 공식 블로그에는 '절대 깨지지 않는 튼튼함(Stories of Unbreakables)'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트럭이 깔고 지나갔는데도 멀쩡했다거나 지나가던 강도가 총을 쏘아서 보온병에 맞았는데 끄떡없었다는 이야기, 가스 폭발로 다른 소지품은 다 불타 사라졌지만 스탠리 보온병만 '재 속에서 불사조처럼'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쯤 되면 사용 체험기가 아니라 신실한 간증을 듣는 듯하다.
값비싼 양복을 입고 남이 몰아주는 차를 타고 신발에 흙 묻힐 일 없는 사람이 이 보온병이 주는 위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배관공, 벌목공, 광부, 힘든 임무를 수행 중인 군인과 새벽에 출근하는 고단한 노동자와 늘 새로운 길 떠나는 모험가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 이 투박한 보온병을 사용할 때에는 어쩐지 경건해진다.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몇 십 년쯤 더 갈 수 있겠지. 이 보온병도, 뜨거운 차를 담으며 조금씩 함께 담은 우리의 열정이나 성실함과 투지 같은 것도.>조선일보, 김은령 월간 럭셔리 편집장
저는 텀블러와 보틀을 구별할 줄 몰랐던 촌사람입니다.
오늘 젊은 분에게 물었더니 텀블러는 컵 종류이고 보틀은 병 종류로 보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컵처럼 사용하는 것들은 텀불러이고 병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틀인 것 같습니다.
겨울철에 보온이 되는 도시락이 나온 것이 혁명이라고 했는데 그 시절에는 물병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늦가을이 되면서 작은 보온병을 몇 개 받았는데 만듦새가 다 허접해서 애착이 가지 않는 것들입니다.
좀 멋있고 괜찮은 것을 사려고 했더니 10만원을 훨씬 넘어서 엄두도 안 내고 있습니다. 그냥 15000원 주고 산 스텐레스 보온 병을 써야겠습니다. 제가 이 보온 병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바로 마개 부분이 스텐레스가 아닌 플라스틱이라는 것입니다.
전체가 다 스텐레스인 제품을 구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겨울에도 생수가 좋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여름에도 따뜻한 물이 몸에는 더 좋다고 합니다. 조금 귀찮고 폼이 안 나더라도 보온병을 들고 다니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겁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