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문은 기이한 꿈을 꾸었다.
성삼문의 조부 성달생이 꿈에 나왔는데, 옥황상제의 딸이 조선 땅에 내려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렇다. 그분께서 조선을 도우러 직접 온다고 하시더구나.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문제라니요?"
성삼문이 들어보니, 옥황상제의 딸은 조선을 돕기 위해 내려왔으나, 자신이 옥황상제의 딸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조선으로 내려오는 길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더구나. 그래서 자신이 옥황상제의 딸이라는 것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그분을 찾을 방도가 없습니까?"
"걱정 말아라. 그분은 가진 능력이 뛰어나기에 쉬이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니까"
성달생은 손자를 진정시키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옥황상제의 딸은 조선 백성들을 위해 여러 방법으로 백성들을 도울 것이니, 한양에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있다고 성달생은 덧붙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분이 여자라는 이유로 너희들이 옥황상제의 도움을, 하늘의 도움을 거부할까봐 나는 두렵구나. 하여 너희들에게 약속을 받을까 한다"
"무슨 약속 말씀이십니까?"
성삼문이 엎드리자, 성달생은 한쪽 입꼬리가 올라 가려던 걸 턱을 매만지는 척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부디 옥황상제의 따님을 잘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분에게 당신은 옥황상제의 따님이십니다! 같은 소리도 하지 말고. 그러면 그분께서 도로 하늘로 돌아가실 것이다. 그러니 그저 그분을 잘 지지해주도록 하거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너희가 비록 괴력난신을 믿지 않는다 하나, 옥황상제의 선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내가 화탕지옥 같은 곳에 떨어지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지 않느냐?"
성달생은 농담이랍시고 그런 말을 했지만, 그걸 들은 성삼문은 온 몸에 피가 빠져나갈 것 같았다.
"약속할거지?"
"아이고! 조부님,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약속합니다!"
성삼문이 그렇게 외치며 대답하자, 그는 온몸이 땀투성이인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성삼문은 잠에서 깨자 아버지 성승에게 달려갔는데, 성승도 성삼문과 같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경들은 들으시오, 과인이 어젯밤에 아주 기이한 꿈을 꾸었소! 태조 대왕께서 꿈에서 나타나시었는데-"
왕(세종)과 왕대비 등 왕실 웃어른들은 물론이요, 아침 조회를 위해 정전에 모인 다른 대신들, 집현전의 학자들까지 성삼문과 비슷한 꿈을 꾸었다는 게 아닌가?
"이 일은 이 나라 조선의 명운이 달린 문제이옵니다!"
"전하! 시급이 그 아이를, 아니 옥황상제의 따님 되시는 분을 찾아야 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 있을 때, 한 수령의 보고가 눈에 들어왔다.
산에 들끓는 호랑이와 맹수를 사냥하고,
처음 보는 농작물을 재배하여 퍼트리고,
약을 제조하여 병든 자들을 치료하고,
산을 깎아 길과 다리를 만든다는,
갈색 머리카락의 시골 소녀에 대한 소문이었다.
"당장 사람을 최대한 꾸려 그분을 모셔야 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신중해야 합니다. 사람이 많이 와서 그분을 모셔간다 하면 오히려 겁을 먹고 도주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정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게 조심해야 합니다. 만일 그분이 정체를 아신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대들의 말이 옳다! 그분이 옥황상제의 딸이라는 사실은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분을 한양으로 모셔온다!"
그렇기에 이 일들은 그들만의 비밀로 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입방정 잘못 했다가 조상님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어 불효를 하는 자식이 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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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노비 참새는 한양으로 올 것을 명한다-!"
하고, 수령이 말하니 노비 참새는 공맹서당 훈장님이 시키시는 대로 엎드려 절할 뿐이었다.
"까치야, 한양에 사는 임금님께서 날 보고 싶다 하시는데 왜 그러는 걸까?"
어리둥절한 참새가 까치에게 물어보자 까치는 날개로 부리를 가리며
"글쎄?"
하면서 후후훗 하고 웃을 뿐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묻어버리고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까치야, 우리 한양 가면 임금님 만날 건데, 임금님에게 선물로 뭐 드리는 게 좋을까?"
"글쎄. 아, 저번에 남쪽 섬에 심었던 사탕수수 남아있지?"
"응! 설탕 두 가마 분량이니까 한 가마 들고 가면 되겠다"
참새는 까치에게 나는 법을 배워서 날아본 김에 남쪽 섬까지 갔는데, 거기서 수수 같은 걸 심어서 수확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만든 설탕이 열 가마였고, 마을 사람들이 이리저리 먹어 치우면서 남은 게 두 가마였는데, 그 중 한 가마를 참새가 들고 가기로 했다.
이는 후에 왕이 그녀의 능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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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새로운 노예를 얻을 겁니다. 아마도.
첫댓글 아니 이건 뭐지 ㅋㅋㅋㅋㅋㅋ 땡기는 소재네요
삼한일통님 글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디시 대역갤에도 올려보고 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네요
ㅋ쑥쑥읽히네요.ㅋ순삭ㅋ
그나저나 8가마니의 설탕을 먹은 마을주민들은...... 당뇨......애도ㅜ ㅜ
앗 대역갤에서도 봤는데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