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요
고양이 한 마리 동그랗게 누워 있다 앉았다 어디론가 걸어간다
요리조리 흙을 헤집어 보고 버려진 양동이를 기웃
물성이 궁금한 듯 핥아 보고 건드려 본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기다리지 않는 것도
햇빛 한 줌으로 한나절을 놀 것 같은 자세
발을 길게 뻗어 비린 골목의 맛을 물고 다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바람의 보법으로 걷는다
은밀하고 무심하게
마른풀만 남은 겨울의 공터 박새 한 마리 언 땅을 톡톡 두드리고 간다
고양이는 어떤 궁리에 도달한 듯 덤불을 헤치고 오래 들여다본다
//......
사람이 가끔 충동적일 때가 있다.
거실 바닥에 누워 텔레비전 보는 남편을 보며
"나 병원에 잠깐 갔다올께"
외출복에 늘 메고 다니는 낡은 가방 둘러메고 현관에 섰는 마누라를 멀뚱거리며 봐라 볼 뿐 따라 나서질 못한다
이 때다 싶어서 얼른 문 밖으로 나서는 그녀.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바깥은 습하고 무거운 바람이 발밑에서 알짱거리다 만다.
몇 십 년 만에 찾아가는 교보문고는 생각보다 멀었다 지하철 세번씩 갈아 타고 내린 종각역, 경기도 언저리 사는 어리버리 촌 아짐 비까번쩍 화려한 빌딩 숲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이 안된다.
지하철 빠져나온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얌전히 앉아있는 아가씨한테 교보문고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묻는 그녀에게 그 아가씨 지나치게 친절한게 문제였다
한 칸 다음 블록으로 돌아 쭈욱 내려 가란다.
한 참을 내려 가는데도 호텔,회사 건물만 보이고 교보빌딩이 보이질 않는다.
건물 돌담 벤치서 핸폰하고 앉은 젊은 남자에게 다시 물으니 귀에 꽂은 이어폰 빼고 핸드폰을 열고 길찾기로 이리저리 상세하게도 가르쳐 준다.
가르쳐 준대로 열심히 가다보니 후두둑 비는 내리지 우산은 없지 비를 쫄딱 맞다시피 겨우 교보빌딩 지하계단으로 내려 가려는 순간 검은 우산이 머리위를 덮는다.
깜짝 놀라 다 왔으니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돌아보니 잘생긴 청년이 밝게 웃는다.
그러고 보니 옆에 걷던 아이보리색 바지 입은 우산 쓴 아가씨도 교보문고로 들어가는 같은 방향이었건만,....혼자 쌩 하니~
계단 다 내려와 기어이 문 안까지 우산 씌어 주던 그 청년의 미소가 참 아름다웠다 아마도
한동안 생각 날것 같다.
비가와서 그런지 책방 안도 내 꼬락서니 만큼 축축하고 후텁지근 어수선 하다.
핸폰에다 메모한 방통대 교재 중 4권,얇은 워커북 4권까지 사선 왔던길을 부리나케 집으로 왔다.
그렇게 힘들게 사 왔던 책 엊그제 부랴부랴 다 환불 하려 길을 나섰다
사 들고 올땐 그리 무거운줄 몰랐는데 다시 환불하러 가는 책 무게는 몇 배로 무겁고 힘들었다 가방에 넣고 가는 몇 권 안되는 이 책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데 머리속에 들어 앉은 그 많은 활자들은 어디로 눌러 앉았을까?
교보빌딩의 지하 책 방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바닥에 앉아서, 책꽂이에 걸터서, 구석에 서서도 책 읽는 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희끗희끗한 긴 머리 대충 틀어 올린것 하며 누가봐도 공부하고는 거리가 먼 형색의 허름한 가방에 든 책 내밀며 쭈빗거리는 한심한 몰골의 그녀다.
누가 등 떠밀었던 것도
누가 눈치 준것도 아니건만
제 풀에 꺽여 반납하는 책
현대시론, 근현대문학사,한국문학과대중문화 등등......
첫댓글
아
저런책들은 국문학과 이겠군요
다독하는 스타일 멋있습니다 ㅎ
회사다닐때
베스트셀러로 회자되는 경영 경제 미래예측 책중에
내가 먼저 읽어보고 무릎을 딱치는 책이면
10권씩 사다가 책장에 두고
나를 찾아온 사람중에
이책이 도움이 되겠다 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1권씩 나눔했던 기억이 납니다 ~ ㅎ
글 공부 좀 해 볼까 싶어 그 먼 교보문고까지 가서 산 새 책
어느순간 이 나이에 뭔 주책이고 머리아픈 짓인가 싶어 61000원 환불 했네요 ㅎ~
그러고도
당근에 올라온 헌 책들 국문학 관련 책 10권 되는 책 딜다 보고는
독서 하는 셈 치고 살까말까 고민 하다
에공 걍 여기저기 문학카페에서 위의 글 처럼 좋은 시나 수필 소설 다양하게 읽을거리 많은데 싶어 관뒀습니다
참 한심하지요?
국문학과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때는
조금
젊어섰는데요.
신미주님도 국문학과 생도 였네요
나이 먹으니 뭐 하나에 얽매이고 싶지가 않아 선뜻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네요
연전에 현대소설 국문학사에 나오는 소설 중 단연 으뜸인 대작을 읽었어요ㆍ
플롯ㆍ문맥ㆍ언어 등에서 뛰서난 작품으로 한 100년전에
나온 대작 소설은 염상섭 작가의 삼대ㆍ
반갑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분이신가 봅니다
100년전에 나온 대작 염상섭 삼대.
기회되면 읽어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요요님 보면 볼수록 매력 덩어리란 생각을 해바유 갑장님
멋져요
부럽구요
뭐가 멋져유
지는 한 개도 안 멋져유
부럽긴 개 뿔 ㅎㅎ
어쩐지 글솜씨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글을 내린거 아까운 생각 많았고요.
저는 체육분야 여서 문학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글만 보아도 참 수준급 입니다.
글솜씨야 무악산님이 대단하지유
책 몇권 사서 공부 좀 해 볼까 싶다가 다 때려 쳤다는 말인디유 ~허참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비를 맞으며 찾아간 교보문고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합니다.
빗속을 뚫고 다녀오신 그 걸음이 고운 글들의 귀한 밑거름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참 오랫만에 혼자 한 외출이었네요
역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한다니까요
어쩌다 변덕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네요
시 쓰면 머리 빠져요 ㅎ
ㅎㅎ
그렇네요
해서 시 안 쓰려구요
머리 빠지는건 또 못 참지 말입니다
그나저나
상 받았으니 한 잔 사셔야지요 ㅎㅎ
@요 요
서산 내려가더니
서울에 한번 안 온다고
창립 기념일에 오라고
차비 준걸 가지고
거기에 입을 적시네 ㅎ
@호 태 그건 또 그렇네요
이번 창립 기념일은 아주 근사할것 같더만유
여기저기서 후원금이 막 들어 오디만유
한심한 그녀가 뉘신지 참 궁금합니다.
저도 조금 전 어디 다녀오는 길에 전철 안에서 보기 드문 광경을 봤습니다.
한 커플이 나란히 앉아 둘 다 책을 펴 들고 있더군요.
얼마나 심신이 건강한 젊은이 들일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차내 어딜 살펴봐도 책 읽는 사람은 한 사람도 안 보입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핸 폰 들여다 보기에만 열중합니다.
더러 혼자 책을 펼쳐 든 경우를 접하긴 하지만 한 쌍이 나란히 책을 읽는 광경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요즘 보기 드물게 젊은이 한 쌍이 지하철에서 독서를 했군요
저는 책 글씨 보다 핸폰으로 문학상 탄 수필이나 시 단편소설 잘 읽습니다
책은 들고 댕기기도 힘들고 글씨도 잘 안 보이고
궁금 해 할것 하나도 없어요
한심한 몰골이라 실망할까봐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멋쟁이 요요님 ~
고양이 비린 골목의 맛을 물고 다니다~ 란 문장
음미 해 봅니다
책을 샀던 마음만 기억하세요
책은 내 것 이 되면 게을러 져요
저는 욕심내어 가져다 둔 책을 그냥 쌓아 두고 있네요
굶어도 읽을거리만 있어도 행복했던 지난 날이 무색해 지는 요즘 입니다
요요님은 문학에의 열망은 노력으로 더 해서 곧 좋은 결실을 맺을 겁니다
항상 좋은 글 좋은 모습 감동입니다.
에공
거창하게 문학에의 열망이라시니
몸둘바를 모르겟네요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이 곳에서
서스럼 없이 할말 못할말 주절거리며 노닥거리고 세월 보내고 싶어요
젊고 팔팔한 젊은 사람들이나 열심히 공부 해야지 운선님 말씀대로 어디에 얽매이는 것은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아요
이제는 설렁설렁 편하게 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잘 하셨어요..
눈도 침침하고
머리도 멍텅하고..
ㅎ..
저 말이예요..ㅎ
새삼
이론을 무장하여
글쓰지 않아도
주옥같은 문장이
거미줄 처럼
빠져나오는데..
골 패는 공부는
때려치웁시다..
환불받은 책값
육마넌..
막걸리나 한잔 합시다..ㅎㅎ
ㅎㅎ
유일한 요씨가문
오랫만입니다
언제 한번 마주 앉아 거나하게 막걸리라도
마시면서 못다 푼 신세 한탄이라도 해얄 텐데요
세월은 붙잡을 세도 없이 빠르게 도망 가버리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