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지시로 정년을 1년 앞둔 서기관을 인터뷰 했다.
잘 진행됐다. 평소 알던 사이기에 분위기는 좋았다.
인터뷰가 끝났다.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먼길 오셨는데 차비라도 하세요. 업무 추진비가 여유가 좀 있습니다."
"아닙니다 저 기름값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가방에 쑤셔 넣어줬다. 정색하며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빳빳한 현금 20만원. 새 돈이다.
고민이 됐다. 1년차 지방지 기자의 월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기름값도 빠듯한 상황이다.
점심을 먹는 내내 가방에 담긴 봉투 생각 뿐이다.
다시 올라 갔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속은 후련하다. 솔직한 심정으로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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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지역에 있는 선배를 만났다.
"야! 용돈 받았어?"
"네 받았습니다. 돌려 줬습니다"
"왜 돌려줘 그걸. 원래 그런건 받는거야. 조져서 받는 것도 아니고 고맙다고 주는건데"
"뭐 그렇게 됐습니다."
원래 그런거라니. 양심과 현실사이의 고민에서 겨우 양심이 이겼는데 원래 받는거라니...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는 선배. 이해 할 수 있었다.
괜시리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든다.
생활이 빠듯하지만 아직 홀몸 먹고 살만은 하다. 그러나 가정을 꾸리면 나도 저리 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돈보다 명예보다 권력보다 신념을 쫓고 싶었던 꿈이 한방에 흔들리는 날이 됐다.
첫댓글 귀감이 됩니다.
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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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어택! 어감이 참 마음에 드네요. 어택은 맞 어택으로 맞서겠습니다.
건설경기가 한창일때는 시행사만 쫓아다니는 선배들이 있었드랬죠.. 일주일에 한두군데만 다녀도 월급보다 더 많은 촌지를 받으니까요.. 한때는 그게 당연하다 여겼는데 남의 돈 받는 건 무섭더군요..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수두룩하게 모가지 날라갔습니다..
월급보다 많은 촌지라... 끌리긴 하지만 아직 이 월급으로도 홀몸 먹고 살만은 하기에 참겠습니다.^^
잘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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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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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이면 평타는 치는거군요. ㅎㅎ 잠시 생각 났다가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인터뷰 기사는 언제 써야 하나... ㅎㅎ
주진우 기자는 그런답니다. 기자질 그만할만큼 줄 수 있냐고. 그게 50억에서 30억 정도로 낮아졌다지만ㅋㅋ 힘내세요!
조져서 받은거면 그렇게 말 하겠는데... 고맙다는 말에 약간 마음이 녹았었네요. 저는 한 20억 불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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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쉬웠지만. 아직은 양심이 앞섰네요.. ^^
참 잘 했어요^^ 토닥토닥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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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허접입니다. 더 구르고 배우고 속칭 뺑이쳐서 나아가야죠^^ 감사합니다.
그 애매한 상황이 눈에 그려집니다.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더 열심히 배우고 굴러서 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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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궁디가 따듯해 집니다. 감사합니다.
업무추진비가 원래 인터뷰비용으로 쓸 수 있는건가요??
뭐 어찌되었든 기자의 가장 큰 소명인 "정의"에 부합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힘내세요. 해뜰 날 올겁니다ㅋㅋ
'정의'의 범주에 넣어 주신다면야 감사합니다. 구르다 보면 해가 뜨겠죠? ㅎㅎㅎ
멋지세요b
글쓴 날이 꽤 됐지만 칭찬해드리고 싶네요!! 기자들 꽁짜 좋아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서 기운빠졌는데ㅠㅠ
멋집니다!!
나중에 기자수첩에 써버리죠..^^
잘햇소.
저도... 건설사 취재갔다 슬쩍 불러 주는 봉투를 손사레치며 돌려줬던 기억이.... 정말 떳떳한 기사 쓰고 싶다면 그게 당연한거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