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참사] 사고 원인 지목된 새떼… 공항선 어떻게 퇴치하나
기후변화로 조류·비행기 충돌 매년 증가
조류 퇴치 인력, 인천 40명 무안은 4명
14개 공항 중 조류 탐지기는 3곳만 설치
정재훤 기자
입력 2024.12.31. 06:00
지난 29일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7,500원 ▼ 710 -8.65%) 여객기 착륙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Bird Strike)’이 지목되면서, 국내 공항의 조류 탐지·퇴치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인력과 설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사건은 총 62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 108건 ▲2020년 76건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2020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 기후 변화로 철새가 텃새가 되거나, 출몰 시기와 출몰 조류종이 변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30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인근에서 새 무리가 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공항은 조류와 비행기의 충돌을 막기 위해 전문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 전담 인원을 투입하거나 조류 서식 환경을 관리하고 총포·폭음경보기, 음파퇴치기 등의 기구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더 탐지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조류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총포는 사람이 직접 공포탄을 발사해 공중의 새 무리를 분산시키거나, 울타리 바깥으로 쫓아낸다. 새가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실탄을 발사하기도 한다. 공항 외곽 곳곳에 설치된 폭음경보기는 가스를 폭발시켜 큰 소리를 내 새를 쫓는다.
공항에서 총포와 폭음경보기를 사용해 조류를 퇴치하는 모습. / 한국공항공사 제공
음파퇴치기는 요원이 다가설 수 없는 활주로 등으로 날아든 새를 쫓는 데 쓰인다. 조류가 싫어하는 음파를 수백m 거리까지 발사해 이동 방향을 바꾸도록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에도 조류 충돌 사고를 100%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항공사는 비행 시뮬레이터를 통해 조류 충돌 상황을 가상에서 경험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조종사에 교육한다. 대한항공(22,600원 ▼ 700 -3%)과 아시아나항공(10,400원 ▲ 220 2.16%), 제주항공(7,500원 ▼ 710 -8.65%), 이스타항공 등은 자체 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항공사도 시뮬레이터를 대여하거나 해외에서 훈련 받는다.
조류 충돌 예방 인력 규모는 공항별로 차이가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조류 퇴치 관련 인력 규모는 40명에 달하지만 무안, 광주, 울산, 여수는 각 4명, 양양은 3명, 사천·포항경주·원주는 각각 2명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운항하는 편수에 따 예방 인력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에서 음파퇴치기를 활용해 새를 퇴치하는 모습. / 인천공항공사 제공
공항으로 날아든 조류를 실제 퇴치하기 전 단계인 탐지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에는 조류 탐지 레이더가 없다. 또 열화상 기술을 이용해 조류를 탐지하는 기계가 설치된 곳은 김포·김해·제주뿐이다.
박 의원실은 “도쿄 하네다 공항이 2012년부터 조류 탐지 레이저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 대부분 공항에서 레이더와 화상 탐지기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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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훤 기자
조선비즈 산업부 정재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