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참 좋은 토스트였습니다 [배수연]
그는 참 좋은 토스트였습니다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못난이 핫도그가 추도문을 읽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웠지만 뽐내지 않았고
그는 가진 것이 적었지만 인색하지 않았고
그는 경직된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아, 솜사탕은 이 대목이 너무 슬픈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아랫도리를 적셔 버렸습니다
토스트의 두 귀는 얼마나 적당한 갈색이었는지
아침 햇살에 윤이 나는 정수리는 얼마나 단정했는지
그의 가슴은 얼마나 바삭하고 부드러웠는지
토스트기에서 튀어 오르던 그의 명랑한 까꿍
모두가 눈을 감고 그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가 모는 버스는 그를 닮은 진실된 사각형이었습니다
버스 안은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고
우리는 따뜻한 배를 두드리며 아기 엉덩이 같은 일출을 함께 본 친구였습니다
아, 누가 그의 버스를 호수로 몰게 했습니까?
그날따라 호수의 우유는 왜 그리 불어났던 건가요?
그의 성긴 속살이 뿌옇게 풀어지는 것을
포악한 오리와 잉어들이 달려드는 것을
우리는 막지 못했습니다
성가가 울려 퍼지고
딸기 잼과 땅콩 버터는 이마를 맞대고 흐느꼈습니다
가로세로 4X6, 호두나무로 짠 관 위로 무수한 국화꽃이 떨어졌습니다
이제
토스트가 없는 아침을 맞아야 합니다
차가운 시리얼을 삼켜야 할 것입니다
- 조이와의 키스, 민음사, 2018
* 저녁 어스름, 동네를 산책하다가 고등학교 후문에 있는 핫도그집에 들어갔다.
여러 종류의 핫도그와 토스트를 팔았고 빙과류도 엄청 많았다.
야자하느라 고생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가게였다.
두번 정도 모짜렐라 소시지 핫도그를 먹고 세번째쯤 갔을 때
침묵을 지키던 주인 남자의 여자인 듯한 분이 핫도그를 주문한 나에게
토스트가 정말 맛있다며 영업 멘트를 날린다.
이브의 유혹쯤으로 여기고 하나를 샀다.
햄과 양배추가 듬뿍 든 것이나 나에겐 추억의 토스트가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그다지였다.
어릴 적 형과 스케이트를 타러 번동 논밭으로 가면
아버지가 노릇노릇한 사각 빵에 계란하나 부쳐 넣고 설탕 뿌린 토스트를 가지고 오셨다.
그땐 소머리표 마가린으로 빵을 굽던 시대니까 마가린 맛으로도 고소할 때였다.
세상에 없는 그 토스트는 정말 맛있었다.
추억의 그 토스트를, 훗날 내 어린 삼남매에게 똑같이 만들어주었지만
아이들은 그게 맛있는 줄 몰랐다.
내 아버지의 토스트는 참 좋은 토스트였다. 그게 맞다!
첫댓글 토스트 하니까
덴뿌라 튀김이 생각나네요 그 땐
그런 것도 팔았는데 ㅎ
덴뿌라도 맛있지요.
요즘 애들은 잘 안먹지만.
입이 고급이 되어서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