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곧 다시 여름이 온다
네 혀
네 눈
네가 낮잠 자는 모습이
지금 내 앞에 뚜렷이 살아난다
너는 여름을 단 두 번밖에 알지 못했지만
나는 벌써 열여덟 번의 어름을 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여름이나 내 것이 아닌 여름들을 상기하고 있다
메종라피트Maisons-Laffitte의 여름
요도淀의 여름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다리의 여름
오랑 Oran의 여름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도대체 인간은 지금까지 몇 번의 여름을 알고 왔는지 하고
네로
곧 다시 여름이 온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있던 여름이 아니라
또 다른 여름
전혀 다른 여름이다
새 여름이 오고
나는 새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것 추악한 것 나에게 힘이 될 것 날 슬프게 만들 것
그리고 나는 물어볼 것이다
무엇일까
왜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네로
너는 죽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먼 곳에 가서
네 목소리
네 감촉
네 마음까지
지금 내 앞에 뚜렷이 살아난다
그러나 네로
곧 다시 여름이 온다
새롭고 한없이 넓은 여름이 온다
그리고
나는 역시 걸어갈 것이다
새 여름을 가을을 겨을을 맞이하고
봄을 맞이하고 더 새로운 여름을 기대하면서
모든 새것을 알기 위해
그리고
내 모든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사과에 대한 고집],비채, 2017(2015).요시카와 나기 옮김
첫댓글 나는 벌써 열여덟 번의 여름을 안다......
네로는 검은고양이 이름이었는데 일본에서는 개의 이름이었나요.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 검정 고양이 네로" 노래 생각이 납니다 ㅋㅋ.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1952)에 실린 시 . 시인이 1931년생. 18세 때 작품일까요?
쉬프트키를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변환시켜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