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 멋있지? 한울이..? "
재준이가 물었다.
" 뭐... 글쎄... "
인정할 수 없어..
인정 못해!!!!!!
" 니 눈은 그게 아닌데? "
" 내 눈이 뭐? "
"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아무리 니 남자친구지만
질투난다. "
" 쓸데없는 소리한다. "
" 아니. 나 진짜 질투나 "
재준이는 쫌 진지한 듯 말했다.
갑자기 기분이 또 묘해진다.
" 괜찮았냐? "
이 때 시건방 멘트 날리며 등장하는
이한울군
" 진짜 멋있더라. "
그런 이한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재준이
" 어땠어? 나? "
혹시 니 지금 눈빛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고 있니?
" 들어줄 만은 하더라. "
" 그래? 실력자에게 인정받으니 기분 좋으네 "
" 류재은, 이한울! 그래 니네 최강 커플이다.
커플 노래 자랑같은 데 나가봐라. 상 휩쓸껄? "
재준아.. 무슨 그런 압박스러운 소리를.. 하고 그러니..
커플 노래 자랑이라니..
" 오늘 둘 다 고마웠다. 덕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거 같다. "
성훈이 오라버니는 나와 이한울의 어깨를 탁탁 쳐주며 말했다.
" 스카웃 잘 됐어요? "
" 뭐, 일단은.. "
성훈이 오빠는 긍정하는 듯했다.
정말 잘됐다.
" 재은이 너.. 잘 생각해 봐. 어차피 당분간은..
드러머랑 키보디스트 애들 개인 사정 때문에 활동을 못할 거 같거든
2주일 정도 생각해보고 꼭 연락 줘. 뭐, 빨리 결정해준다면
더 좋겠지만.. "
" 네... "
" 우린 정말 니가 필요하다.. "
" 네... 생각해볼게요.. 진지하게.. "
" 너는.. 밴드할 생각 있니? "
" 아뇨. "
성훈이 오빠의 질문이 끝나자 마자 아주 냉정하게도
짧고 굵게 대답하는 이한울.
" 그래? 꽤 소질이 있던데...
그냥 썩히면 아깝지 않겠어? "
" 네. "
이한울 이 싸가지를 그냥!
성훈이 오빠 저 당황한 얼굴 좀 보라고!!
진짜 성훈이 오빠가 사람 좋았기에 망정이지
딴 사람 같았음 벌써 주먹 오가고도 남았다.
" 재준아. 나랑 재은인 이만 가볼게. "
뭐야? 누구 맘대로?
" 너나 가.. 난 여기 더 있을 거야!! "
" 위험해 "
녀석은 또 은근슬쩍 내 손을 잡았다.
" 재준이랑 같이 가면 돼. "
" 말 듣자 류재은? "
녀석.. 얼굴은 웃으면서 내 손을 잡은 녀석의 손에는
엄청난 힘을 가했다.
아오.. 아프다..
" 그럼 이만. 재준아. 일 잘해라. "
이렇게 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녀석에게 끌려나와버린 나
" 아파. 좀 놔!! "
" 아. 미안. "
녀석 내가 난리부리자 쫌 당황하더니
꽉 잡고 있던 내 손을 나아주었다.
" 갈거면 니나 가지. 왜 나까지 괜히 끌고 나와!! "
" 위험하다니까~ "
" 아무도 나 안 잡아가거든? "
" 그건 모르는 일이다. 취향 독특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
으이구 속터져..
" 그냥 너랑 조용히 얘기나 하고 싶어서 그랬어. "
갑자기.. 또 뭐야.. 이 진지한 모습..
" 너랑 단둘이.. 있고 싶었어.. "
#32
처음 보는 녀석의 이런 모습에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뭘 또 그렇게 보냐? 오해하지마. 그냥 단지
너라는 애에 대해 궁금해졌을 뿐이니까 "
뭐. 그렇다고 해도..
쫌 너무 생소한 걸.. 니 이런 모습
" 쫌 놀랐어.. 너가 노래에 소질있는 지.
민혁이 자식 니 얘기는 그렇게 많이 해줬어도.. 그 얘기는
한 적 없던 거 같은데 "
" 당연해..민혁인 나 노래하는 거 싫어했으니까 "
" 왜? "
" 민혁인.. 내가 망나니짓하고 다니는 게 음악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
녀석은 아무말이 없었다.
그냥 내 옆에서 걷기만 했다.
" 너랑 이렇게 민혁이 얘기해도 되는 거냐? 근데?
나 또 불안하다. "
" 사심 섞이지 않고 말하는 거면 상관없어. "
" 그게 어떻게 맘 먹는대로 되냐? "
" 노력해. 내가 말했지만.. 내가 너한테 이러는 건 "
" 나한테 가르침을 주기 위한 거라고? "
" 잘 아네 "
난 웃기지 말라는 듯이 녀석을 바라봤지만
녀석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니까
괜히 챙피한 기분이 들어
이내 얼굴을 거두었다.
" 밴드.. 망설이는 거 민혁이 때문이냐? "
" 대답 거부. "
" 긍정이군. "
"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사실 자신이 없어. "
" 자신? "
" 응... 사실 난 좀 무책임한 편이야. 18년 인생 아무 책임 의식 없이
살아왔어. 그래서 남들 피해 많~~~ 이 입혔지.. "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녀석을 바라봤다.
" 그래서 두렵다.. "
" ...... "
" 웃긴다.. 근데.. 내가 왜 너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있는 거냐..
남한테 한번도 한 적 없는 소린데.. "
" 영광인데? "
큰 눈을 살짝 깜빡이며 웃어 보이는 녀석
나도 답례로 씩 웃어보이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 너랑.. 생각하면 할수록 웃긴 망할놈의 그 3단계 말이야..
처음으로 내가 책임의식 느끼고 하기로 한 거야.
그래서 하루에도 수백번씩 당장이라도 때려쳐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애써애써 참아내고 있다. "
" ....... "
" 어쩌면 이건 민혁이 세아와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내 첫키스 뺏어간 것도 모잘라서 춤대회 나가서
이상한 짓거리나 하라고 시키는 너 드럽게 재수없고 꼴 뵈기 싫지만
해내 보이려고. "
" 내가 그렇게 재수없냐? "
"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 진짜 밥맛이야. "
" 그런가? "
녀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전혀 자기는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다..
하긴.. 진정한 음치는 자기가 음치인걸 모르는게
음치이듯이
진정한 싸가지는 자기가 싸가지인 걸 모르는게
싸가지인 법!
" 여기서 무너지면. 난 아무것도 못 할거야.. 그래서
해낼거야. 나 보란듯이 그리고 너 보란듯이. "
" 그런 맘가짐을 갖게 되었다니 왠지 내 교육 효과가 좀
있는 듯 싶다? "
" 쪼금은.. "
" 좋아. 내가 이 점 참작해서 3단계는 좀 쉬운 걸로 하지. "
" 아니. 어려운 걸로 해도 돼. 해낼 거니까. "
" 제법 멋진데? "
" 이한울 "
나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녀석에게 악수를 청했다.
녀석은 멀뚱히 날 쳐다봤다.
"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 "
녀석의 트레이드마크인 왼쪽 입고리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악수를 받는 임재식
" 좋아. "
류재은
어깨 쭉 펴고
맘 굳게 먹고
어른이 되는 한 단계라고 생각하자
잘 할 수 있어
그럼~!
재준이 식대로
나 류재은이야~ 왜 이래?
#33
일요일이다.
결전의 날이 코앞에 다가왔다.
내일... 내일...
내 인생의 엄청난 전환점을 맞게 될
큰 사건이 터지게 되는 것이다.
근데
아무리 대범하게 맘을 먹으려 해도
자꾸 생각나고
자꾸.. 걱정되고 심난하다.
오우.. 놀라워라 이 춤대회의 압박..
띠리리리리~~~~~~~~~
어? 세아네?
" 응. 세아 왠일? "
< 모해? 재은! >
" 그냥 뒹굴지 뭐. 내가 뭐 하는 일 있나 "
< 그럼 나와. >
" 데이트 안 해? "
< 오늘은 너랑 있고 싶어. >
" 왜? 무슨 일 있어? "
< 무슨 일은~~ 그냥 오랜만에 너랑 샤핑 좀 하려공.
우리 재은님 센스가 또 알아주시잖아? >
" 샤핑?? "
샤핑이라..
아무래도 이거 춤대회 전까진
계속 기분이 꾸리꾸리 할 거 같은데
그래! 잠시라도 잊자
"좋아! 그러자! "
< 이대 갈까? >
" 일단 홍대에서 만나서 홍대, 신촌, 이대 이렇게 한 바퀴 싹
다 돌아주시자. "
< 오키오키. 가서 샤핑도 하고. 밥도 맛난 거 먹어주시고~!! >
" 그래그래그래. 나 저번에 못 먹은 거 그거 뭐지? 꼬마 와플
그거 꼭 먹을 거야 "
<나도나도!! >
좋았어!
내가 진짜 돈 오백원 없어서 못 먹었던 거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룰루루~ 오늘은 좀 넉넉히 돈 갖고 가서
그날 같은 불상사를 만들지 말아야지.
후후.
나는 오늘 멋을 쫌 냈다.
내가 안 꾸며서 그렇지 또 꾸미면 멋나는 여자라구
물론.. '나름대로' 멋이 나서 문제지만
딱 옷 입고 딱 대충 찍어 바르고
집을 출발하려는 그 순간
핸드폰이 또 울렸다.
" 여보세요 "
< 나. >
으이구..
" 아~~ 너구나? "
< 내가 누군데? >
" 있어. 기분 좋은 주말을 확 엎어 버리게 하는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는 인간 "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 한번 겁나게 호탕하다. 미친놈.
" 왜 전화 했냐? "
< 보고 싶으니까 >
" 제발 헛소리 좀 거둬줘. "
< 어? 진짠데 >
" 쯧쯧. 헛소리 할거면 끊는다. 나 바쁘다. "
< 왜? >
" 세아 만나야 돼 "
< 너도 참 벨 없다. 이 좋은 일요일에 만날 사람이 없어서
세아를 만나냐? >
" 넌 참 오지랖도 넓다. 남일 신경 쓰지마. "
< 아니. 난 걱정이 되니까 그러지. 그럴바엔 차라리 집에서
노래틀고 몸좀 돌리겠다. 내일 망신 안 당할려면.>
"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안 들리네. "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끊어버렸다.
재수 코딱지 같은 놈
발가락 사이에 낀 떼 같은 놈
일주일 안 감은 머리 냄새 같은 놈!!!!!!!!!!!!!!!!!!!!!!!!!!!!!!!!!!!!!!!!!!
근데.. 나 약간 불안하다..
왠지.......... 느낌이..............
그게................
그냥 웃고 넘어갈
남의 일이 아닌 듯 싶다...
나 진짜 웃기지도 않게 좀 연습해갈까??
에라이
류재은!!
정신 차려!!
어차피 넌 그 날 인생 완전 끝장나게 정해져 있어..
발악하지마..
그냥 니 식대로 살아
그래~ 그냥 이대로 살아~
#34
" 재은아!!!!!!!!"
끊임없이 날 괴롭히는 춤대회를 뒤로한 채
달려간 홍대역에는
젠장... 너무나 예쁜 세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저놈의 가시나는 뭘 믿고 저리도 이쁜지..
저 우유빛 피부를 보시라
찬란하다.
" 오우 재은. 오늘 쫌 꾸며 주셨는데? "
" 그래. 이년아 너 때문에 내가 빛이 안 나잖아.
떨어져. 눈부셔!! "
" 오호호호호. 그건 내 죄가 아닌 것을.. "
" 미친.. "
" 어우 야~ "
세아는 아양을 부리며 나에게 팔짱을 꼈다.
" 나 커플링 했어. "
세아는 자랑하듯 왼 쪽 손을 쫙 피면서 나에게 말했다.
" 예쁘다.. "
" 그지? 이거 살려고 진짜 내가 종로 바닥을 다 돌아다녔어. "
세아는 .. 내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은
모두 갖고 있다..
이제는 질투도 나지 않는다..
그저 마냥 부러울 뿐..
그리고... 그래..... 모두가 잘 된 일이라고..
인정할 뿐..
" 우리 밥부터 먹자. 배고프다. "
난 커플링에 고정된 내 시선을 애써 돌리며
씩씩하게 아주 씩씩하게
세아에게 말했다.
" 밥 안 먹었어? "
" 아니. 먹었지. "
" 뭐야~ 류재은!! 난 밥 먹었는데~ "
" 그래서. 너 안 먹을 거야? "
" 헤헤. 내가 안 먹긴 왜 안 먹어. 갑시다!! 먹으러!! "
세아는 팔짱 낀 손에 힘을 주며 나를 잡아끌었다.
그래!!
잘하고 있어 류재은!!
멋지다!! 멋져!!
오늘따라 입맛 상태가 아주 좋은 나는
무서운 속도로 스파게티를 싹싹 한 접시 비워주웠다.
좋다. 이 느낌.
포만감..
내가 사는 이유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 하나 만큼은 자~~~알 먹으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 가!!
비록 너무 많이 먹어
숨 못 쉴 정도에
치마 바지 자크 안 잠겨 다 풀러야 하고
소화 안 되서 트름 끅끅 나올 정도래도
사람은 자고로 배가 가득 차야 한다는 게
내 신조다.
배도 든든해졌으니 (배야 항상 든든하지만)
본격적인 샤핑에 들어간 우리.
홍대 앞에 있는 옷가게들을 하나 둘 씩
섭렵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새로 생긴 옷가게가 딱 눈에 들어왔고
간판이며 인테리어며 독특하니 쏙 맘에 들어
세아와 신나서 들어갔다.
역시나 예감대로 이쁘고 특이한 옷들과, 소품들이
엄청 많아서 눈이 휘등그래져 보고 있는데
분명, 수다스럽게 '여기 너무 좋다~~~ ' 이래야 하는
은세아양께서 입을 딱 다물고 있는 게 아닌가
난 이상한 마음에 민주를 보았고
세아의 상태는 그야 말로
'일시 정지' 상태였다.
" 은세아 왜 그래? "
" 나.. 나가자... "
세아는 몸에는 아무 움직임이 없는데
입만 움직이며 말했다.
나는 세아의 시선을 따라갔다.
세아는 왠 멋쟁이 남정네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 뭐야? 아는 사람이야? "
" 나가자.. "
세아는 얼굴이 사색이 돼서는 나를 간절히 쳐다봤고
뭐, 그냥 나가기엔 아쉬우나
아무래도 세아 표정이 심상치 않아
조용히 따라 나서려는데
그 멋쟁이 남정네가 뿅하고 나타나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 은세아 오랜만이다 "
이거 너무 꽃 날리는 미남이신데..
웃음이 사람 녹이네 녹여..
헛!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세아는 지금 거의 얼굴이 죽어가는 표정인데
" 오.. 오랜만이다.. "
눈도 못 마주치고 땅만 보며 말하는 세아
" 왜 그러냐? 너. 내가 잡아 먹냐? "
분위기가 이상하다..
" 나... 나가게.. 비켜줘.. "
" 사람 얼굴 좀 보고 말해 "
" 비.. 켜줘.. "
" 오랜만에 만났잖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 정말 이럴거야? "
이 남자... 다중인격 같다..
미소 --> 승질 ---> 애원
변화가 다양하군
" 난....... 보고 싶었는데... 넌.... 아니었어? "
남자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가슴이.. 이상하게 매여온다..
" 미... 미안해.... "
세아는 남자를 밀치고 가게 밖으로 뛰어 나갔다.
" 이제야..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
남자는 울먹이며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는 세아가 나간 문쪽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 힘내요.. "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35
밖으로 나가 난 한참 세아를 찾았고
계속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다 보니
골목길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세아가 보였다..
"세아야.... "
세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세아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리고 앉았다.
" 왜 그래.. 누군데.. 그래.. "
" 말하기.. 싫어... "
" ....... "
" 넌.. 나 이해 못 할거야..... "
세아의 목소리가 떨리는 거 보니
세아도 울고 있는 듯 싶다.
" 일어나자... 얘기 안 해줘도 돼... "
나는 세아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세아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앞장섰다.
" 나 중2 때부터 민혁이 만나기 전까지 사귀던 애야.. "
나는 걸음을 멈추고 세아를 바라봤다.
" 우리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은 애였어. 딴 학교애들도
다 알 정도로.. 유명했구..
나... 내내 서울에서 살다가 아빠 때문에 중학교는
부산에서 다녔어.
그 때.. 정말 적응도 못하겠고.. 많이 힘들었는데..
저 애가 날 좋아한다면서... 나한테 잘해주고...
많이 힘을 줬었어..
모든 애들이 날 부러워했지... "
세아는 뭔가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세아를 바라보며..
마음과 머릿속이 복잡해져 오기 시작했다.
" 그러다가 난 다시 고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됐고..
민혁이를 알게 되면서... 나 정말 못되게도 연락 딱 끊고..
살았어.. 정말 이기적인 거 알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민혁이라는 거... 단지..
저 아인.. 필요했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기댔었을 뿐이라는 거..
깨달았거든. "
나는 세아의 친구라... 세아의 입장에서 세아를 이해해야 하겠지만
자꾸... 축 쳐진 그 남자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 남자애의 눈물이 자꾸 걸렸다.
그래서 세아가 너무나 야속했다..
그렇게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딴 사람 때문에 외면한건지..
왜 하필 또 그 딴 사람이.. 민혁이인 건지....
" 이해 못하겠지? 나.. "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세아의 눈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 나 재수없니?? 그래? "
" 아니야.. "
" 아니.. 너 지금.. 날..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하는 눈으로 보고 있어. "
" 그런 거 아니야.. "
" 괜히 말했어..... 괜히 말했어..... "
세아는 고개를 떨구며 후회를 했다.
언제나 늘 보호해주고 싶던 세아였지만
지금의 세아는 그 어떤 때보다 한없이
약하고 안쓰러웠다.
세아도 분명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데...
난 세아의 친구인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굳이 왜 더
세아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지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인데...
세아뿐만이 아니라
민혁이를 뺏겼다는 생각을 하며
세아를 원망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나도...
너무나 이기적인데....
" 다행이다... "
나는 세아에게 다가가 세아의 작은 어깨를 감싸안아주며
말했다.
세아는 고개를 들어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 그래도.... 니가 정말 원하는 사람, 정말 사랑하는 사람
찾았잖아.... 그리고 그 사람 곁에 있구..
그거면 된거야... 중요한 건 너잖아.. "
" 정말 그렇게 생각해? "
" 그래... "
" 고마워.... 고마워 재은아.... "
세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 내 품에서 세아는
많이.. 울었다..
그동안의 맘고생을 깨끗이 씻어내려는 듯 ...
그런 세아를 보듬어주면서
나도 모르게 나도 눈물을 흘렸다.
세아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 난 뭔가 이런 기분 찜찜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끌려,
내 핸드폰에 찍힌 녀석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왠일이냐? >
역시나.. 지 성격대로
여보세요? 라는 기본 멘트는 날리지 않는 녀석
" 뭐해? "
< 알아서 뭐해? >
ㅡ,,ㅡ ;;
그래...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 뭐야.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지 >
" 야. 나 머리 감당못하겠어 "
< 뭐가? >
" 내일 머리 이러고 가면 미친년이란 소리들을꺼 아냐!! "
< 아~~~~ >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뭔가 깨달음의 목소리를
내는 녀석
" 어쩔거야? "
< 그건 걱정마. 내가 해줄게!! >
" 웃기지마! 너 이상하게 만들려 그러지! "
< 걱정 붙들어 매셔!! >
" 못 믿어!! "
< 너가 진정 못 믿어야 할 것은 니 얼굴이야. 난 걱정된다
그 얼굴로 과연 티비는 어떻게 나갈지.. "
" 시끄럽거든? "
< 오우.. 걱정돼 오우 >
" 개새끼 너 끊어!! "
< 왜 이래? 누가 전화했는데? >
아 맞다. 내가 했지 ㅡㅡ;;
< 좋으면 좋다. 그냥. 말로 해. 이쯤에서 나에게 고백하면
춤대회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어. 뭐, 날 좋아한다면
민혁이 자식 잊은 거라는 뜻이니까. >
얘 말하는 것 좀 봐.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거래?
< 뭐. 니 맘을 내가 받아줄 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거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솔직하게 말이야. 니 감정을 표현해 봐. 어?
너 자꾸 그렇게 살다간 병난다. >
" 너 미쳤니? 끊어! "
나는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스팀 오른다. 으.. 미친놈.. 진짜..
아니 어쩌면 진짜 미친 건 나일지도 몰라
나 왜 얘한테 진짜 전화를 건거야??
괜히 기분만 더 드러워졌잖아!!!!!!!!!!
된장 된장 된장
#36 (세아이야기)
난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다.
난 지저분하고. 이기적이고. 약았다.
" 야 쟤네야. 쟤네. 최민혁 박재준 류재은 최성민 신원 4인방!! 쟤네도
우리 학교 왔다더니 왠일이야!! "
" 완전 장난 아니다. 급이 달라. 급이. "
" 멋있다... 진짜.. 멋있다. "
입학식날 소란스럽게 구는 애들 때문에
저절로 시선이 가게 되었고
그때 처음으로 난 너희들을 보게 되었어
아무도 날 알아보는 사람은 없는데..
너희들은 모두가 다 알아봤지..
부산에선..
나를 좋아해 주던 진우 때문에
모두가 날 부러워하고
모두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했었는데..
그때 결심했어...
너희들 틈에 끼어 보겠다고..
너희들과 친해져 보겠다고..
하늘이 도운걸까?
민혁이, 재은이가 나와 같은 반이 되었고..
재은인 내 짝이 되었어.
근데 그것만으론 끝나는 게 아니었어..
너희들에게 다가가긴 너무나 힘든 거더라구..
모든 거에 무관심해 보이는 듯한
재은이의 눈빛 때문에
난 몇 일 동안 말 한마디도 못 걸었어.
내가 하는 일이라곤
수업시간 내내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재은이의 긴 속눈썹을
바라보며
' 속눈썹이 진짜 예쁘구나... '
속으로 감탄하고
늘 넷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붙어 다니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며
' 난 정말 안되겠구나.. '
체념하는 일 뿐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 야. 짝. 나 양호실 갈테니까. 선생 들어오면 말해줘 "
처음으로 재은이가 말을 걸어 온거야.
나는 너무 놀라 재은이를 멍하니 쳐다봤어
재은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심드렁하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내 얼굴 가까이로 다가오는 거야.
" 어? 너 예쁘게 생겼네??? 야! 최민혁. 내 짝 예쁘게 생겼다.
너 알았냐? "
장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은이가 엄청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들떠서
민혁이를 부르자 민혁이도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 몰랐다. 예쁘네. "
" 나 이런 얼굴 너무 좋아. "
" 왜? 너랑 상반되서? "
" 죽을래? "
난 그저 이게 꿈인가 생신가
내 앞에서 내 얘기를 하고 있는 재은이와 민혁이를
보며 아무말 못하고 계속 굳어 있었어.
" 얘 왜 이래?
" 그러게. 야. 짝! 왜 그래? 왜 돌덩이가 됐어? "
"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얘 완전 굳었다. 굳었어 "
" 얘 표정 봐. 진짜 골 때린다.. 이봐. 정신차려!! "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그 일을 계기로 난 너희들과 친해졌지.
친해지면 그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은 정말 끝이 없는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동물이라 그런지
난 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었어.
정말 이렇게 표면적으로 친한 게 아닌
너희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
내가 없으면 너희들도 없는..
그런 존재...
재은이처럼...
고1 초여름 때였을 거야.
학교 안에서만이 아닌 밖에서 처음으로
너희들을 만났지.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앞에서 성민이의 목을 조르며 장난을 치고 있는
재은이를 바라보며
민혁이와 웃으면서 가고 있었지.
" 너희들 정말 좋아 보여. "
" 뭐가? "
" 많이 친하고 아껴주고.. 너희들같이 멋진 친구가 있다는 거..
정말 재은이가 부럽더라.. 물론 너희들두.. 부럽구
재은이처럼 멋진 친구가 있으니까. "
" 글쎄.. 재은인.. 나한테 있어서.. 가장 가까운 녀석이지만 재은이한테
난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어. "
" 무슨 뜻이야? "
" 재은인 방어막이 있어. 그래도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들한테도...
물론 그 방어막 때문에 재은이란 친구가 더 매력적이겠지만. "
이 말을 하면서 재은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민혁이의 눈빛이 어찌나 애잔하던지..
갑자기 쓰려오더라.
" 너도 그랬지? "
" 어? "
" 너도 그래서.. 재은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고 재은이랑 더 가까워지고 싶고"
" 응.. 그런 거 같다."
" 공통점 발견! "
늘 차갑게만 느껴왔던 최민혁이라는 아이가
그땐 얼마나 따뜻하던지
나를 향해 보여주던 그 미소가
얼마나 눈부시던지
거기서 그냥
'좋은 녀석이다. ' 하고 멈췄으면 좋았을 것을..
그 순간부터..
난 최민혁이라는 사람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던 거야..
난 진우가 있는데...
날 너무나 아끼고 좋아해주는 진우가 있는데...
처음엔 이러면 안된다고
내 자신을 끊임없이 어르고 달래고
그러다 안되면
혼냈지..
근데..
내 안에 진우의 자리보다
민혁이의 자리가 더 커져갈수록
내 안에서 다른 뭔가가 반기를 들고 일어섰어.
진우가 지금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으로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난 더 필요하다.
어쩌면 진우를 좋아했던 것도
진우라는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한 게 아니라
날 여왕으로 만들어주는 진우의 주변 것들을
좋아한 거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진우가 아니라..
민혁이다..
난 그리고 이 반론을 인정했어.
그러다보니.
나에게 힘이 되어주던 진우의 전화도 메일도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고.
더 이상 죄책감도, 미안함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모두 끊어버렸어.
난 그렇게 생각했어.
과거보다 중요한 건 현재고
추억보다 소중한 건 지금
그리고..
우정보다는 사랑...
날 나쁜년이라고 욕할지도 몰라.
천하의 몹쓸 기집애라고 해도 좋아..
난 알고 있었어
민혁이가 재은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재은이도 같다는 걸..
사랑을 크기로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난 자신 있었어..
재은이 만큼이나
민혁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랑하고 있다는 자신
난 정말 재은이를 좋아하지만..
너희들 틈에 내가 정말로 자리잡기 위해선
민혁이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욕심을 부리고
민혁이를 가졌어.
늘 나를 볼 때마다 텅 비어 있는 눈을 하고 있는
민혁이지만
상관없어.
내가 좋아해
내가 사랑해
그런 민혁이가 난 필요해
그리고 재은이에게 진 내 이 빚은..
살아가면서
갚을 거야..
그러면 되는 거야..
#37
월요일..
결전의 날...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젠장.. 어제보다 증세가 심각하다.
하긴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제정신이게 생겼냐고!!
수업시간 내내 낑낑대며 있는 날 세아는 이상하게 바라보며
계속 꼬치꼬치 물었고
점심시간 내내 코빼기도 안 비치는 날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들은
우리반에 방문하여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물었고
심지어는 선생님들도 나의 이상한 기운을 눈치챘는지
내 눈치를 슬슬 보며 무슨 일이 있는 지 물었다.
그리고 난 그들의 질문을 모두 씹어주었다.
대답할 기운이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 어디 아파? 괜찮니? 약 사다 줄까? ' 이래가며
엄청나게 내 앞에서 능청을 떨고 있는
이한울 자식을 열라게 째리는 일..
그리고..
무심하게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계를 바라보며
그저 시계가 멈춰 주었으면
그저 전쟁이라도 났으면
그저 지구가 멸망했으면
그저 그냥 심장마비로 이 세상 마감했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하기 뿐이었다.
하지만 내 이 간절한 소망은 너무하게도 단 한 개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모든 수업이 끝이 났고
이 가혹한 운명을 한탄하며 한숨 푹푹 쉬며 교실을 나서는데
누군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 류재은. "
재준이다..
" 너 정말 왜 그래... 진짜 어디 많이 아픈 거 아니야? "
" ........ "
" 말 좀 해봐!! 걱정되잖아. "
그래도 류재은...
인생은 가혹해도 친구 하나는 잘 뒀지..
이렇게 날 걱정해주는 놈도 있잖아..
" 류재은!! "
" 재준아.. 나 괜찮아.. 신경쓰지 말고.. 니 일 봐. "
나는 재준이에게 씩 웃어주며 말했다.
하지만 재준이의 얼굴은 계속 근심 그 자체였다.
" 너 진짜 괜찮은 거야? 밥도 안 먹었잖아. 밥 먹으러 가자. "
" 괜찮다니까..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래 "
" 그게 말이 돼? "
너무한다. 나도 가끔은 밥 맛이 없을 수도 있지
대체 왜 사람들은
내가 밥 안 먹으면 무슨 세상 큰일 나는 줄 아는 거야
" 괜찮다니까. 제~~~~~~발 그만 신경 끄고 니 일이나 해!! "
" 그래두.. "
" 신경쓰 "
" 아 거참. 박재준!! "
내가 재준이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려는 찰나
내 목을 휘감으며 등장하는 이한울
" 야. 박재준. 내 여자친구는 내가 알아서 챙기니까
신경쓰지 말고 재은이 말대로 가서 니 일이나 해.
짜식이. 니가 그러면 난 뭐하라고 재은이 챙기냐? "
" 답답해 이거나 풀러. "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날 둘르고 있는 이한울의 팔을
내팽겨쳤다.
" 이봐. 이 차가운 반응!! 재은이 속으로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친구도 이렇게 신경써주는 데 넌 대체 남자친구란게 뭐하는 놈이냐고
다 너 때문이야 임마. "
키아~~~~~~~~~~~ 이 자식. 이 연기하는 것 좀 봐
연예인은 재준이가 아니라
얘가 해야 돼 암~ 그렇고 말고
" 그래.. 알았다.. 그럼 한울이 너가 재은이 좀 잘 챙겨줘.
재은아. 푹 쉬어. 연락할게 "
재준이는 너무나 다정스럽게도 말하며 나와 한울이를 번갈아보며
미소짓고는 자신의 교실로 향했다.
" 너 진짜 괜찮겠냐? "
" 뭐가? "
" 너 얼굴이 진짜 지금 장난이 아니야.. 지금이라도 관둘라면 "
" 됐어! 잔소리말고 따라와. "
나는 이한울의 말을 딱 끊으며 큰소리로 말하고는
앞으로 걸어갔고 이한울은
내 오른쪽 팔을 잡았다.
" 아! 아파 "
" 얼굴이 진짜 안 좋다니까 "
" 됐어. 니가 언제부터 날 신경썼다고 그래. "
나는 녀석의 팔을 뿌리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녀석은 다시 내 팔을 잡았다.
" 아! 왜! "
" 없었던 일로 하자. 그냥 없었던 일로 해.. "
" 뭐? "
" 진짜 도저히 안쓰러워서 못 봐주겠다. 너 진짜 얼굴이.. "
" 됐다고 했지! 나 해 보일 거라고 했잖아. 너 자꾸 웃기지도 않게
나 신경 써주는 척 하지마. 너가 이러는 거 진짜 웃겨.
안 어울린다고. 갑자기 왜 인간인 척 해!! "
" 뭐? 인간인 척 하다니 그럼 내가 인간 아니고 뭔데? "
" 니가 양심이 좀 있어봐라 니가 나한테 한 짓이
인간으로서 할 짓이냐?
그리고. 이건 나와의 약속이야. 내 자신과의 약속.
그니까 괜히 웃기지도 않게 착한 척 하면서
껴들지 말고 그냥 내버려둬. 알았어? "
" 아주 기를 쓰고 덤비는 구만. "
" 그래. 나 아주 악 밖에 안 남았다! "
" 쳇. 그래~ 그래~ 좋아.. "
녀석은 뭔가 떨떠름하면서도 뭔가 숨기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내 손을 잡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진짜 그만두고 싶다..
그러고 싶은데
그러면 난 정말 지는 거다..
해내야 한다..
떨린다... 진짜 미치도록 떨린다..
모르겠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38
대기실..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인데다가
그 곳에 있는 엄청난 날날이 같이 생긴 아이들 때문에
너무나 어색했다.
진짜 내가 별별곳을 다와 본다.
내가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기 못하자
그런 내 모습을 이한울 아주 한심하게 쳐다본다.
" 뭘 봐? "
" 너 왜 그러냐? "
" 나 알레르기 있어. "
" 무슨 알레르기? "
" 저런 아이들을 보면 나는 알레르기. "
" 쯧쯧. 그러니까 니가 그 모양이지.. 내가 보기엔 이쁘구만."
" 잘났다? "
" 너보단. "
잘났다.
비교할 사람이 없어서 나랑 비교하다니 쳇!
나는 이한울 자식에게 주먹을 한방 날리고는
대기실에 있는 화장대로 갔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녀석이 나에게 준 스커트와 악세사리를 꺼냈다.
진짜 굉장하다..
이렇게 .. 어울리다니!!(푸하하~혼자만의 생각-_-;;)
" 이야~ 어쩜 저렇게 안 어울리냐.. "
어느새 내 뒤에 서서 거울로 나를 바라보며
똥씹은 표정의 이한울
" 나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안 어울리는 애
처음 봐.. 쯧쯧.. 왜 사냐"
" 좀 닥쳐줄래 ? "
" 싫어. "
왠수. 왠수. 천하의 왠수.
" 자 그럼 시작해볼까? "
뭘 시작하겠다는 건지..
거울에 비친 녀석의 표정은 정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내가 섬찟 놀라자 녀석은 씩 웃어보이고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기 시작했다.
" 뭐야? 왜 만져? "
" 머리 해야지 "
" 너 이상하게만 해봐!! "
녀석은 대답없이 그냥 웃으며
내 머리를 이리저리 만져댔다.
거울로 비치는 녀석의 손동작은
꽤 능숙했다.
스피드도 있고
쫌....... 많이.......... 의외였다.
" 미안하다.. "
녀석의 모습을 거울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진지한 목소리로 녀석이 말했다.
" 뭐가? "
" 너무 괴롭혀서. "
이한울....
이거 왜 이러시지?
" 내가 너한테 그렇게도 인간같지 않게 비쳐졌다는 게
좀 그러네.. "
뭐야... 이한울 또 그 우울한 듯한 표정은
" 그래도 이왕 나쁜 놈 된 김에 확 너 더 괴롭힐랜다.
어차피. 좋은 소리도 못 들을 거.. "
그래..
알겠다... 이거였어..
더 괴롭히겠다는 걸 합리화시키겠다는!!
" 자 다 됐다!! "
나는 거울을 봤다..
그리고 놀랐다..
내 머리는 요즘에 나오는 연예인틱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오.. 이한울.. 손재주 하난 좋은데?
" 솔직히 너무 잘하지 않냐?
완전 사람이 달라보인다. "
남자놈이 여자 머리 잘 하는게 뭐 그리 자랑이라고
아주 저 거만한 표정을 좀 봐라
어이가 없다.
" 좋겠다? "
" 내가 우리 동생 머리만 몇년동안 해줬는데"
" 뭐야. 너 여동생 있어? "
" 어. "
" 위로는? 누나나 형 있어? "
" 아니. "
" 머야. 너 그럼 장남이야? "
" 어. "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이런 인간 이하가 장남이라니!!!!!
그것도 !! 여동생이 있다니!!!!!!!!!!!1
" 뭐야? 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
" 진짜 못 믿겠다... "
" 뭐가? "
" 너 말야.. 니 여동생이 어떤 미친놈한테 약점 잡혀서
시달릴 생각을 하면 가슴 안 아프냐? "
" 내 동생은 그럴 일 없어. "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표정으로 싹 짤라 버리는
녀석
" 혹시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 의해 "
" 너 뭐야. 너 지금 혹시. 너와 내 동생을 이입시켜서
동정심 유발하려고 이러는 거냐?
아님 나 나쁜놈 만들려고 ? "
눈치 빠른 자식...
암튼.. 상황판단은 드럽게 빨라요.
" 어떻게 니랑 내 금쪽같은 동생을 비교하냐?
너도 진짜 웃긴다. "
어쭈? 그래 지동생은 또 이뻐라한다 이말이지?
"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이거나 먹어라. "
녀석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나한테 불쑥
내밀었다.
약이었다.
" 이거 먹고 떨지마. 너 촌시려워서 방송 경험 처음이잖아. "
" 그러는 닌 뭐 해봤어? "
" 내가 너냐?
난 뭐 일본에 있을 때 기집애들이 하도 날 쫓아다녀서 뭐 고백프로다
뭐다. 많이 나갔었지 "
" 믿으라고 하는 소리는 설마 아니지? "
" 믿기 싫음 마. 어차피 넌 부인하고 있지만
속으론 맞아... 쟤.. 그랬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
오.... 맙소사...
오... 하느님...
" 자!! 촬영 들어갑니다!! 모두 나와주세요!! "
헉~~~~~~~~~~~~~~~~~~~~~~~~~~~~~~~!!
모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거야?????????
안돼... 안돼........ 안돼!!!!!!!!!!!!!!!!!!!!!!!!!!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어댔고
나야 그러던 말던
다른 출연자들은 하나둘씩 대기실을 나섰다.
" 뭐해. 안 가? "
" 가.. 가만히 좀 있어봐!! 쫌 "
" 뭘 가만히 있어! 빨리 나가!! "
" 아. 알았다니까!! "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냐고!!
나도 진짜 당당하게 나가고 싶다고!!
근데 다리가 안 움직이신다고!!
" 뭐야. 대체 어디간 걸까? 아까의 자신감은???"
" 가.. 갈거야!!! 누가 안 간데?? "
참 희한한 일이게도 이한울의 말에 금방 존심이 상해갖고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내 다리가 멀쩡하게도 움직였고 난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가기 전에
숨 한번 크게 쉬고 녀석이 준 약을 마시려는데
녀석 갑자기 뛰어오더니
대기실 문을 잠그며 문 쪽에 기댔다.
그러고는 내 손에 들고 있는 약을 뺏어서는
바닥으로 다 쏟아내 버렸다
" 뭐야? "
" 이거보단 딴 게 나을 듯 싶어서 "
" 뭐? "
또 나왔다! 저 악마웃음!!
으..... 나 저거 너무 싫어..
" 야! 됐어. 너 나와. 나 나갈거..읍... "
녀석의 입술은 예고없이 내 입술을 덮쳤다.
한참 후에야 알았다.
녀석과 내가 입술 박치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정신 차리고
녀석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통제 불가능이었다.
막무가내다.
그럴수록 더욱더 무섭게 덤벼들었다.
다리에 또 힘이 풀린다...
주저앉아 버릴 거 같은데.....
안되는 데.... 안되는 데...
" 그렇게 황홀해? "
입술을 떼며 나에게 씰룩 윙크를 하는 놈
" 아주 정신을 못 차리시네 이 아줌마가? "
" 야 너 죽을래!! "
" 약이야. 약. 긴장 없애는 대엔 특효야. "
" 야!!!!!!!!!!!!!!!!!!!!!!!!!!!!!!!!!!!!!!!!! "
" 가자!! "
" 야!!!!!! 너 거기 안 서!! 이 미친놈아!!!!!!!!!!!!
이 그지같은 자식!! 너 죽었어!!!!!!! "
녀석은 얄밉게도 웃으며 대기실을 유유히 나서고
등신 머저리 찌질이 같은 난
혼자 씩씩대며 녀석에게 달려가고
또..... 녀석에게 완전 당했어
완전 말렸다고!!
#39
" 안녕하세요? 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죠?
오늘은 저희 '생방송 춤대회'에선 한국 최고의 댄서들의 불꽃튀는
경쟁을 볼 수 있습니다. 기대되시죠 ? "
풋.. 한국 최고의 댄서??
설마 거기에 나도 포함되는 거야?
근데 도대체 내 자리 왜 이래?
왜 맨 처음이냐고~~~~~!!
" 자 그럼 오늘 경쟁을 펼칠 10명의 멋진 학생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신원고에 류재은 학생. "
사회자의 말에
카메라는 일제히 나를 비추기 시작했고
방청객 쪽에서 굉장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 꺄~~~~~~~~~~~~악 류재은 파이팅!!!!!!!!!!!!!!!!!!!!!! 멋지다! 왕섹시!!
짱 예뻐!!!!!!"
이런 짓 할 놈이 뭐
이한울 밖에 더 있겠어?
진짜 못살아 내가
" 네. 굉장히 열정적인 응원단이 와주었군요. 한 명이 몇십명의 역할을
해주네요. "
이한울의 오바엑션에 약간 놀란 사회자는
대충 웃으며 얼버무렸다.
쯧쯧.. 사회자.. 너도 불쌍하다..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앞으론 더 큰일이 있을 거라구..
여기서 놀라선 안돼.. 알겠니??
나는 사회자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자는 다른 애들을 소개시켰다.
" 자. 다들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라구요.
이제 자신이 할 차례가 오면 무대 가운데 서주시고
음악이 나올것입니다. 음악은 랜덤으로 나오고
그것에 마추어서 춤을 추시면 되겠습니다
점수는 뒤에 심사위원 5명이 각각 매깁니다. "
에효....
이 방법이고 뭐고 나는 뭐 그냥 쳐다만 보고 있어야 겠다..
이딴 건 대체 누가 생각해내는 거야..
난 그냥 조용히
" 자 그럼 일단, 제일 먼저 무대를 뜨겁게 해줄 류재은 학생을 모시겠습니다!!.
류재은 학생 무대 앞으로 나오세요! "
" 예 ? "
" 무대앞으로 나와주세요!!.. "
어쩔수 없이..무대 위에 섰다.
모두들 나에게 시선집중이다..
후아.. 이런 거 진짜 싫은데.
저 재수없는.. 저 재수 드럽게 없는 저 자식 때문에
이게 뭐람.. 날 구원해줄 이 없나..
그러면서 나는 애처러운 눈빛을 그 놈에게 날렸다.
'류재은 존나 멋있어! 짱먹어!'
저것이 바로 누구겠느냐..
내가 바란게 병신이었지..
너는 쪽팔림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자식이구나..
어쩌다 저런 놈한테 걸려들어서 내 인생이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자 음악 흘러나갑니다.!!"
'♪I need time (time)
Love (love) ♬'
무대위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헛!! 저것은 브리트니의 'overprotected'이 아니더냐!!
저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래야 가만히 있을순 없지!
얼마나 연습해댄 곡인데!
'ACTION!♬'
나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오호.. 이거야 이거. 바로 이 느낌..
'와우~!!!!!'
'쟤 장난아니다~!!'
여기저기 환호성 나는 것도 무시한채
나는 춤을 춰댔다.
좋았어 좋아~
흐흐~ 이한울 어떠냐? 누나 쫌 멋져?
'류재은.. 나와'
그때 갑자기 나에게 들린 음산한 목소리..
바로 그 자식이다..
니가 시키고선.. 왜 그러냐고!!
내가 나오라고 하면 나갈것 같냐?!
웃기시네 웃기셔..참나..원..뿡이다 뿡!!
'야. 안 나와..? 그럼 내가 데리고 나온다..'
그러면서 무대 위에 올라와 내 손목을 붙잡고
끌고가는 놈..
"어디 가십니까?!! 거기 학생!!!"
사회자 말은 싹 다 무시한채 이한울은
내 손목을 잡고서는 무대 밖으로 나갔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끌려나갔다...
#40
"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그만 좀 웃어 "
" 푸푸푸푸푸풉!!!!!!! "
" 그만 하랬지!! "
" 야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냐 이 상황에 "
"무슨 상황인데?! 그리고 너 대체 왜 나 끌고 나온건데!!"
" 그게 댄스냐 탈춤이냐ㅋㅋㅋ"
"닥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놀라 굳은 틈을 타
무대위로 뛰어온 임재식의 손에 끌려온 나..
그 때 정말 나를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던
사회자 애들 그리고 감독들이고 뭐고
암튼 그 표정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벌써 한시간 째 좋아라 웃고 있는데
아주 사람 승질 돋군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 젠장.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냐고!!!! "
" 걱정말라니까. 아무도 너 못 알아봐.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뭐,"
녀석은 내 얼굴을 헝클트려놓았다.
휴..... 진짜 제발 그랬음 좋겠다
제발..
나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를 했다.
하지만..
" 야.. 아까 쟤 걔 아니냐? 아까 방송에서 도망치던 애? "
ㅜ.ㅜ 모야..... 모냐고....
" 어디? 아니야~ 걔.. "
그래.. 그래... 잘한다. 잘해..
너만 믿는다.
" 어? 아니다. 그러고 보니까 맞는 거 같고?? 야!! 맞다
왠일이니!! "
으~~~~~~~~~~~~~~~~~~~~악!!
" 야. 니네 절루 안 꺼지냐? "
난 절망감에 허덕이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이한울. 걔네들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 그래. 얘 걔 맞아. 어쩔건데? 어쩔거냐고? 싸인해줄까? "
제~~~~~~~~~~~~발..
" 못생긴 것들이 눈썰미만 좋아 갖고는 당장 꺼져!! "
이한울은 재수털린다는 듯 단지 죄라곤 눈이 너무 좋아
날 알아본 것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워이~ 워이~ ' 거리며 내몰았고
그 아이들은
이 싸이코새끼의 차가운 눈빛에 쫄대로 쫄아서
꽁무니를 감추었다.
" 밥이나 먹자. "
멀어져가는 그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차던
녀석이 말했다.
" 집에 갈래. "
" 왜 입맛 없냐? "
" 니가 나라면 지금 이상황에서 밥이 넘어가겠어? "
" 오우. 너 요즘 살 많이 빠지겠다? "
" 뭐? "
" 요즘 밥 잘 못 먹잖아 안 그래? "
그래.. 생각해보니 나 밥도 요즘 잘 못 먹고..
꿈속에서도 나와 날 괴롭히는 녀석 때문에
잡도 설치고
아마 살 많이 빠졌을 거야.. 암..
" 그러고 보면 너도 나 만나서 인생 참 풀리는 거 같아 "
진짜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 풋. 뭐? "
"그렇잖아. 세상을 살아갈 힘도 길를 수 있지~~ 다이어트도 돼지~ "
" 야야. 어지럽다. 그만해라 "
대체 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정말.... 대책이 안 선다. 안 서
" 암튼 밥이나 먹자. "
녀석은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내 손을 잡았다.
" 놓으시지? "
" 왜 그래.. 한두번 잡혀본 것도 아니면서.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
저 능글맞은 표정 좀 봐..
진짜 못 봐주겠다.
속 미슥거려서
" 가자!! "
녀석은 내가 맘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그저 지꼴리는 대로 내 손을 잡고 또 마냥 걸어가기 시작했다.
" 어디 가는데? "
" 쫄면 먹으러. "
" 뭐? "
" 쫄면 먹고 싶어. "
" 왠일이셔~ 너가 쫄면을 다 먹고 싶어하고~ "
" 나도 쫄면 좋아해 "
" 오호? 그래? 언제부터 좋아하시게 됬을까? "
" 니가 쫄면 좋아한다고 할 때부터 "
두근... 두근....
뭐야.. 나 왜 이래?
갑자기 왜 가슴은 뛰기 시작하는 거야
이딴 시덥지 않은 소리에
" 왜? 설마 너 내 뜻대로 쫄면 먹으러 가면 내가 널 사줄거라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기대하는건 아니지? "
" 풋. "
" 뭐야? 왜 웃어? "
" 귀여워서. 아오 야. 나 배고프다. 빨리 가자 "
난 순간 너무 놀랐다..
녀석에게도..
이런 인간적인 미소가 있을 수 있다니..
" 뭘 그렇게 봐? "
" 어? "
" 얼굴 닳거든? "
나 이상해...
내 몸도 이상하구...
내 머리도 이상하구.....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뛰던 내 가슴도
이상해...
자꾸만.. 자꾸만..
떨려온다.
녀석의 미소 하나에..
카페 게시글
소설연애
☆.*.자작
◈그놈에게 딱걸렸다(031~040)◈
멋쟁ol♡
추천 0
조회 20
04.08.02 12:0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