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관행 또는 조직문화라는 핑계로 자행되던 직장 내 부당한 괴롭힘이 이제 범법행위로 징계 대상이 되고, 피해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바탕으로 본다면 이 법의 시행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인격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법 시행 소식을 접하면서 `과연 나는 이 법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하지 않은 관습에서 나오는 악행으로 불편함을 초래한 적은 없는지, 관행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범법의식 없이 직원들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반문하고 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세 가지 약속을 하게 된다.
첫째, `직원들의 의견 최대한 존중하기'다. 흔히 공직사회에서 상급자의 의견은 거의 거역할 수 없는 불문율 같은 것이 돼 하급자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경원시되기 일쑤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의견은 상급자 한 사람의 의견보다는 필연적으로 현명한 판단일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상급자의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이 좋을 수 있으나 결국 여러 사람의 의견, 즉 다중의 지식을 통해 도출된 결론이 훨씬 더 좋은 판단에 가깝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다만 그것을 따르느냐, 못 따르느냐의 차이라 생각한다.
둘째,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때 다가가서 묻기'다. 공직사회에 익숙한 관행 중 하나가 업무자료를 구하거나 의견을 청취할 때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지시하고 호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보다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먼저 다가가 궁금한 자료를 묻거나 의견을 청취하면 어떨까?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호출당하는 하급자는 조금은 불편하거나 긴장할 것 같고 상급자는 직원을 호출하는 행위를 통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위계를 과시하려는 욕망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그래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먼저 다가가기는 호의적인 직장문화를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직원과 대화는 경어체로 하자'이다. 우리의 조직문화 특성상 상급자와 하급자 간 대화를 경어체로 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흔히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하대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고 심지어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에게도 하대하는 경우를 봤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곧 언어로 표현된다. 정중한 응대와 진심 어린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대한 예의와 존중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조직 구성원은 기계의 부속 같은 존재가 아니다. 직급과 관계없이 각자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고유의 인격체다. 자신이 가진 역량에 따라 기여하고 그에 따라 동료로부터 존경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권위를 갖게 된다. 스스로에게 한 세 가지 약속을 곱씹어 보면서 조직 구성원들과 더불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해 신선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책무임을 깊이 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