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저절로 돋아난 풀들을 키웠다. 그 중에서도 유독 쇠비름이 잘 자랐고 많았다. 그 와중에 질경이 한 포기도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어서 키웠다.
모든 차를 만드는 방식은 거의 '차(차나무 잎) 만드는 방식'에서 왔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약재 말리듯이 말렸다면, 그 중에는 무난한 맛과 향도 있을 것이나, 대체로 팔팔 끓이지 않으면, 차처럼 우려 마실 때 별 맛이 없거나 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역한 맛은 우리 인체가 소화를 시키지 못하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차를 만드는 방식으로, 차나무 잎이 아닌 모든 것들(식용 가능한)을 제다할 때, 비로소 그것들은 '차'가 된다. 우리는 그러한 차를 '대용차'라고 부른다. 차를 '대용' 한다는 의미이다.
(대용차는 대체로 '녹차 만들기 방식' 응용이라고 보면 되고, 거기에 '볶기'를 가미한 것이다) 차만들기는 보통 살청과 증청이 있고 백차처럼 시들려 건조하기 방식이 있지만, 약초 또는 잡초는 반드시 제다를 통하여야 한다.
만약 그냥 햇볕에 말리다고 하여 차로 마실만한 맛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쇠비름 안에 있는 식물 그 자체가 가지고.있는 성분이 부드러워지는 것도 아니다.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이 '차만들기'를 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쇠비름은 수분이 많고 점액질도 많다. 나는 쇠비름을 깨끗이 씻어서 잘게(적어도 2cm는 넘지 않게) 도마에서 썰었다. 그리고 찜 솥에서 푹 쪘다(귀찮아서 질경이도 같이). 왜냐하면 쇠비름과 질경이는 살청 방식보다는 증청 방식이 이 재료를 다루기에 더 적합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김 익었다고 생각되면 마포에 담긴 그대로 꺼낸다. 그리고 헤쳐서 열기를 빼내고, 어느 정도 식으면 일회용 장갑을 끼고, 마포를 둥글게 말아서 오므린 후 꼭 짜준다. 쇠비름과 질경이 모두 수분과 점성이 강해서 미끈한 액체가 빠져나온다. 손이 뜨거우면 찬물에 담갔다가 하면 된다.
어느 정도 수분과 점액질이 빠지면, 탈탈 고르게 털어서 건조기로 바짝 마를 때까지 건조시킨다(시간이 꽤 걸린다. 넉넉하게 건조기 타이머 12시간으로 맞춘다).
다 건조되면, 열기 뺀 후 지퍼 팩에 보관했다가 기분 내킬 때, 불에서 볶는다. 캠핑 장비 중에 작은 철솥이 있는데 그게 가장 적당해서 그것을 사용한다.
솥을 달군 후 불을 약불로 맞춘다. 바짝 마른 쇠비름+질경이 인지라, 나무 주걱으로 계속 뒤적여 주어야 한다. 달군 솥에 그대로 마른 채로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자나지 않아 구수한 향이 올라온다. 약불에서 십여 분 또는 그 이상 볶아준다. 반면에 너무 구수한 향이 싫다면 불을 더 낮추거나 아예 끈 후 솥의 열기로 볶아지면서 열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완성되면, 완성된 차의 밑 찌꺼기(부스러기)는 버리고 식힌 상태로 용기나 봉지에 보관한다(습이 스며들지 않게).
그리고 물을 끓여 우려 마시면 된다. 물은 한소끔 끓고 나면 너무 식히지 말고 뜨거운 상태로 우려야 좋다. 이렇게 우려 낸 차를 마시면 몸에서 땀이 난다.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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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쇠비름 차가 향이 그다지 없으므로, 작년에 만들었던 허브류(허브 종류를 섞어서 만든 차)를 살짝 가미하여 우린다. 그러면 맛이 균형감이 생겼다. 어찌 되었든 이래저래 '블랜딩 대용차'가 되었다.
식물이 차가 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고, 차만들기는 어쩔 수 없이 노동이다. 그럼에도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그 기쁨이 더 크다. 사람에게 있어 노동할만한 가치, 그리고 일상의 패턴과는 다른 행위를 통하여, 다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그것만큼 특별한 의미는 없을 것이다.
대용차 만들기를 통하여 차만들기의 의미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반면에 이런 저런 복합적인 일상을 마치고 나면,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그런 생각은 금방 희석된다. 힘들게 만든 만큼 차를 우려 마시는 그 시간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차를 우려 마시는 시간만큼은 확실하게 나의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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