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숙의 회고-
경숙의 고향은 전라남도 화순
광주에서 전남대학교를 나와 광주에 있는 제일 은행에 취직하여 직장 생활을 삼 년간 할 때까지는 경숙도 장미꽃들이 만발한 처녀의 아름다운 꿈이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청춘의 한 중앙을 지나고 있었다.
더욱이 아버지가 화순 농협에 계속 근무하시다가 3년 전에는 농협 조합장으로 선출되어 가정적으로도 안정되어 경숙은 화창한 봄날 같은 활기차고 희망이 부푼 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토요일 저녁
근무가 끝난 후 친구들과 어울려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저녁때 집에 돌아가 보니 광주에 사시는 고모부가 와 계신다.
고모부는 광주에서 작은 기업체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고모부가 사업수단이 좋으시고 건실하게 회사를 운영하시어 광주에서는 이름 있는 중소기업체이다.
현관을 들어서는 경숙에게 문을 열어주던 어머니가
“고모부 오셨다 가서 인사드려라.” 하신다.
딸이 없는 고모부는 무척 경숙을 사랑하여 주신다.
그런 고모부의 사랑을 잘 알고 있는 경숙도 고모부를 무척 좋아하고 따른다.
고모부는 경숙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아니 대학 다닐 때에도 경숙을 가끔 불러서 용돈도 주시고 선물도 주시고 하셨고 지금도 가끔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신다.
아마 외동아들로 자라 친형제가 없는 고모부가 경숙이 아버지를 동생처럼 경숙을 친 조카처럼 생각하시기 때문인가 보다.
하긴 아버지도 고모부라면 끔찍이 생각하신다.
한번은 고모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서울 출장 가셨던 아버지가 일도마저 보지 않고 내려오시어 병원으로 가셨다.
그때 고모부의 병은 맹장염 이였는데.
경숙은 방으로 들어가며
“고모부 오셨어요.”
하고 인사를 하며 얼굴 가득 웃음을 띠운다.
“그래 경숙이 들어오는구나. 우리 경숙이는 볼 때마다 예뻐지는 것 같다.” 하신다.
“고맙습니다. 고모랑 오빠랑 동생은 안녕들 하시지요?”
“그래! 모두 잘 있다. 너는 직장에서 근무 잘하고 있냐?”
경숙은 배시시 웃으며
“고모부가 보시는 것같이 이렇게 건강하니까요.”
그 말에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저 버르장머리 하고는, 형님이 너무 귀여워 해 주시니까 애가 버릇이 없습니다.”
하고 한마디 하신다.
“괜찮아 나는 귀엽기만 하구먼.”
“예쁘게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모부.”
“그래! 요새 직장 일이 바쁘냐? 고모부도 안 보러 오게.”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이 많아서요.”
하고 경숙은 고모부께 눈웃음을 치고는 “옷 좀 갈아입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떴다.
그런 경숙을 보고 고모부는 빙그레 웃으시고
아버지는 “저! 저런! 버르장머리 없이---” 하신다.
경숙의 행동이 아버지는 못 마땅하신가 보다
하지만 경숙은 고모부가 그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다.
경숙이 저녁을 먹고 나자 고모부가 가신다며 가시기 전에 경숙에게 할 말이 있으니 오라고 하신다.
경숙은 고모부가 정색을 하고 부르시니 조금 겁이 난다.
혹 아까 자기 딴에는 고모부와 아주 친하고 사랑한다는 뜻으로 농담처럼 고모부에게 어리광을 부렸는데 너무 버릇없이 굴어서 야단을 치려고 그러시나 하는 걱정으로, 고모부는 관대하셔도 엄하실 때는 또 무척 엄하시어 잘 못 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혼을 내시기 때문이다.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다소곳이 고모부 앞에 앉으니 고모부가 어떤 청년 사진을 한 장 내놓으시며
“아까 낮에 너 오기 전에 네 아버지하고는 이야기를 끝냈는데 광주에 사는 내 친구가 내게 자기 아들 신붓감을 좀 알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알아보던 중 생각해보니 우리 경숙이도 시집갈 때가 다 된 것 같아 네 생각이 나서 오늘 이렇게 온 것이다.
상대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군대 갔다 와서 한전에 작년에 입사한 청년인데 김정수라고 어려서부터 나도 그 청년을 잘 안다.
착실하고 성격도 착하고 어려서 수재라고 평판이 자자하던 사람이다.
그 집 어른들도 좋은 분들이고 광주에서 큰 도매상을 해서 가정형편도 괜찮은 집안이다. 그 청년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광주에 내려오는 모양이더라. 친구의 말이 이달 중순에 아들이 내려오기로 되어 있다고 그때 한번 만나도록 주선을 해 달라고 해서 오늘 내가 너를 보러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청년이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직장을 광주지사로 옮기려고 하고 있어 결혼하면 광주에서 살게 될 거란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혼처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그 말을 듣고 경숙은 조금 당황했다.
시집가는 것에 대하여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시집을 갈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여기까지 경숙이 말했을 때
“여러 소리 말고 만나 보거라. 그 일로 고모부가 일부러 오셨잖니. 너를 생각해서.”
하고 아버지가 거드신다.
“그래! 만나본다고 다 성사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들이 서로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니까, 고모부가 소개했다고 부담 갖지 말고 한 번 만나 보거라. 아까도 말했지만 남 주기가 아까운 곳이야.”
하신 것은 고모부이고
“한번 만나나 보거라. 고모부가 이렇게 권하시니.”
옆에서 어머니도 한마디 하신다.
세분이 모두 권하시고 특히 고모부가 이 일 때문에 일부러 오셨다는데 아무리 지금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경숙이더라도 싫다고 거절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만나보겠다고 약속을 했다.
고모부는 가시며
“내가 친구를 만나서 확실한 날짜와 약속 장소를 정하고 다시 연락하마.” 하셨고 경숙은 계면쩍어 엷게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고모부가 돌아가신 후 자기 방으로 돌아와 주고 가신 사진을 다시 본 경숙은 아까는 어른들이 계셔서 대강 보아서 잘 몰랐는데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청년이 꽤 미남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고모부가 그렇게까지 칭찬하실 정도면 사귀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며칠 후 고모부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정수라는 청년의 아버지가 서울로 연락을 해보니 아들이 회사 일로 바빠서 이번 달에는 못 내려오고 다음 달 20일경에 내려온다고 하니 그때 다시 연락하여 만나자고 한다고 확실한 날자가 정해지면 또 연락을 하겠다고
경숙이 그 남자를 못 만나서 애를 태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에 한 가닥 기대를 가졌던 약속이 미루어지니까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든다.
첫댓글 즐~~~감!
무혈님!
감사합니다
내일이 추석이네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