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쉼표
늘푸른언덕
2022. 7. 4.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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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어지니라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더라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 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
창세기 2장 1절~3절
한 해가 시작되는 달력의 첫 장을 넘긴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반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입니다.
교회력으로는 맥추절기로 옛날 유대인들이 한 해의 첫 번째 소산인 보리와 밀을 풍성하게 수확하게 하신 여호와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예배를 올려드리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들도 이 절기를 맥추감사주일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 해의 반이 지나며 오늘날까지 인도하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다시 새로움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 해의 첫 번째 결실이 끝나고 새로운 소산을 준비하는 시점 사이에는 열심히 일한 자신들에게 쉼이라는 안식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치열하고 경쟁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현대의 직장인들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마다 자녀들의 여름 방학기간과 맞물린 7월이나 8월이 되면 지난 상반기를 마감하고 하반기를 준비하는 휴식의 시간이 부여됩니다. 일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다시 새로운 일을 준비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시간을 일컬어 ‘삶의 쉼표’라 부르기로 합니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여름휴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흥미로웠던 이야기라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직장인들은 대개 일주일 간의 여름휴가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야심차게 휴가 계획을 세워 휴가를 다녀온 후에 직장에 복귀하게 되면 오히려 그 휴가의 피로감 때문에 휴가의 역효과가 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말의 뜻은 대개 한국 사람들의 휴가는 진정한 쉼이 아닌 또 다른 일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휴가를 떠나면 재충전을 위해 편히 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바쁜 여행 계획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여행 중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추억으로 남기기 위하여 혈안이 됩니다. 결국 그 휴가 여행은 진정한 쉼이 아닌 또 다른 일이 됩니다. 빡빡한(?) 휴가 여정에서 돌아오면 별도로 3일 정도 쉬어야 하는데 바로 출근을 해야 하기에 더욱 피곤해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독일에서 주재원 근무를 할 때였습니다.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유럽 사람들은 우리들과는 사뭇 다른 휴가를 떠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중해 해변으로 가서 그곳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책도 본다든가 한 잔의 와인을 마시며 몸의 피로를 풉니다. 때론 숙소에 비치된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하고 늘어지게 잠을 자기도 합니다. 한편 깊은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흔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사람들이 다시 일에 복귀하여 더욱 정열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몇 년 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제가 다니던 회사의 팀장급 이상이 한때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회사 살리기에 매진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회사가 어려웠던 지난 수년간을 거의 쉬지도 못하고 회사를 살리는데 온 힘을 쏟아 정신적으로 거의 탈진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역발상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 회사가 과감하게 리더들의 참 휴식을 위한 배려를 베풀면 더 좋은 재충전의 기회를 통해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부분 회사의 경영진들은 그런 획기적인 결단을 감히 할 수 없음이 오늘날 경쟁력이 없는 회사들의 안타까운 자화상입니다.
교회에서 분에 넘치는 직분을 받아 기쁨으로 교회 사역들을 섬깁니다. 실로 많은 일들이 열심히 일하는 직분자들의 어깨 위에 편중되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믿음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게 되지만 전혀 쉼이 없이 일하는 모습에서 차츰 참기쁨이 사라지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교회의 일도 때로는 적절한 안식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은 마치 음악에서의 쉼표가 더욱 아름다운 명곡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중에 갖는
적당한 쉼이야말로
축복이요 행복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 인생의 악보에는 쉼표가 없어서
연주자인 내가 직접
필요한 쉼표를 찍어가며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쉼표 없는 악보는
좋은 음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쉼표 없는 인생 또한
참 인생일 수 없습니다.
최원현 <기다림의 꽃> 중에서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 우리의 인생길에 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귀한 글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인생이란 언젠가 끝이 나는 삶의 무대 위에서 스스로 지휘자가 되고 동시에 연주자가 되어 자신이 부여 받은 재능이라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주 과정에 쉼표 없이 연주하는 것은 연주하는 자신은 물론 연주를 듣는 이들에게도 결코 감동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연주 또한 결코 명곡이 될 수 없습니다. 바쁘게 연주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공간에 쉼표가 균형 있게 배치되어야 좋은 창작물로 탄생합니다.
한편 인생이란 하나의 연주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겐 마침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연주와 연주 사이에 적절한 쉼표를 조화롭게 섞어가며 끝까지 달려갈 길을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
“바쁜데 쉴 틈이 있습니까?”
“배부른 소리 아닌가요?”
“상황이 나를 쉬게 만들면 힘들어져요.”
살다 보면 이렇게 호기롭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꼭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스스로 쉼을 선택하고 상황을 지배하세요.”
첫댓글 바쁜 일상 가운데
삶의 쉼표로서의 적절한 안식은
또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됩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