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자신이 맡아 진행 중인 재판의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소속 A모 판사의 허위 공판 조서 작성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신들을 허위 공판 조서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지난 1년여 동안 진행돼 온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재판을 담당한 A 판사가 그간의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해 자신들은 물론 법관 스스로 법과 국민 전체를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판조서에는 법정에서 진행된 사실만 기록되어야 한다. 하지만 A 판사는 공판 심리 중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을 공판조서에 허위로 기록했으며, 누락 또는 허위 작성된 부분이 무려 6군데나 된다”며 문제가 된 항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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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명예훼손으로 재판을 진행 중인 피해자가 담당 판사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한국
공판조서 허위작성 무려 6군데 달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의혹은 대략 6가지.
▲검사가 증인신청 및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데 대해 판사가 공판기일에 모두 불허했음에도 공판조서에는 “별 의견이 없으며 신청할 증거도 없다고 진술”해놓은 점, ▲검사가 아무런 의견진술을 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진술로 구형했다고 기록한 점, ▲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최종의견진술권을 주지 않았는데도 진술기회를 제공했다고 기재, ▲변호인에게 최후진술권을 부여하지 않고도 변호인이 최후진술권을 받아 피고인을 위해 유리한 변론을 했다고 기재한 점, ▲최후진술권을 받지도 않은 피고인이 선처를 바란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작성,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증인과 방청인들을 재판장 밖으로 내보낸 뒤 비공개 재판을 진행해 놓고 공판조서에는 이에 대한 기록과 사유를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피해자 정환교 씨는 “법이 보장하고 있는 쌍방 최후변론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판사가 뜬금없이 선고하겠다고 선언해 놀라서 공판조서를 확인해보니 전회 공판조서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공판조서에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구형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검사에게 확인한 결과 구형한 적이 없었다. 이뿐 아니라 검사, 변호인, 피고인 어느 누구에게도 최후진술권을 부여한 적이 없으면서도 절차에 따라 검사의 구형이 이뤄지고 변호인의 최후 변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으로 허위 기재되어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 씨는 “검사가 최후 의견진술을 하지 않았음에도 버젓이 했다고 기재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후진술권도 부여하지 않았으면서 한 것처럼 기재한 것은 명백한 허위공문서 작성이고 공무원 윤리강령 위반”이라며 판사의 위법성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법관이 법을 위반하고 공무원윤리강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누가 재판결과를 수긍하고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A 판사가 공판조서 허위작성을 인정하고 정상적이고 객관적인 심리를 진행하여 억울한 피해자들이 두 번 고통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법원이 적극 나서서 법의 신뢰를 떨어뜨린 문제의 판사의 징계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피해자들도 “A 판사가 공판조서 허위작성뿐 아니라 재판 심리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들을 상대로 수없이 말 바꾸기를 시도하고, 증인을 가해자 취급하며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법원이 A 판사의 재판을 지휘감독해야 할 책임을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하고 진상규명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공판조서 허위작성은 사법부 신뢰 무너뜨리는 위법 행위 한편 A 판사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판조서 허위작성 의혹에 대한 해명을 거부했다. 차후 진행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쌍방 최후 변론 없이 이뤄지는 ‘무죄 선고’ 공언에 대해서도 10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 직접 참관해 결과를 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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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판사 규탄 기자회견. ⓒ뉴스한국
공판조서는 공개된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 피고인 사이에 오간 모든 신문과 답변을 사실적으로 작성하는 기록이다.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며, 대법원 판례에 의해 절대적 증명력(신빙성)을 인정받는다.
따라서 이를 임의로 작성하는 것은 형법, 형사소송법 등 각종 법률을 위반하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표방하는 ‘공판 중심주의(재판과정의 모든 증거자료를 공판에 집중시켜 공판정에서 이뤄진 심증만으로 심판하는 것)’에 반하는 행위다.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은 형법 제227조(허위공문서 작성죄), 형법 제225조(공문서 위조/변조죄), 형사소송법 제56조(공판조서의 증명력), 형사소송법 제311조(법원 또는 법관의 조서), 형사소송법 제48조(조서의 작성방식), 형사소송법 제51조(공판조서의 기재요건), 형사소송법 제54조(공판조서의 정리 등)에 위배된다.
취임 직후부터 공판 중심주의를 강조해 온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관이 판결로 말한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법원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재판을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하려면 법정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공판 진행과정과 이를 담은 공판조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올해 초에는 전체 사법부를 대표해 “사법부가 인권을 보장하고 법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바로 서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조계의 정화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폐단에 따른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이때, 현직 판사의 공판조서 허위작성 의혹 제기에 따른 국민의 사법 불신이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첫댓글 사방을 둘러봐도 우리 편은 우리 회원분들과 국민과 바른 언론 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떡찰이나, 견찰, 사법부의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을 듯 합니다....질긴 놈이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