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시되는 자외선 차단제는 SPF 50의 이름표가 붙어 있지 않으면 경쟁에서조차 제외되는 수모를 겪는 듯하다. 완벽한 자외선 차
단을 위해서는 SPF 50 제품만이 해답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를 찾았다.
오프숄더 점프 슈트는 에스까다.
바르면서도 늘 미심쩍은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과연 효과가 있긴 한지, 있다면 얼마나 지속되는지, 덧바르면 지속 시간이 늘어나는지 하는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게다가 아직도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백탁 현상을 일으키거나, 미끈거리는 질감으로 곧 내 피부가 트러블의 온상이 될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바로 자외선 차단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SPF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와 같은 치명적인 단점이 더 많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만큼은 반드시 매일 발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 뷰티 북을 출간한 유진은 자외선 차단제를 ‘약품’ 에 비유하며 충분한 양을, 꼼꼼하게, 매일, 두껍게 바를 것을 적극 권장했다. 나이가 서른인데 아직도 잡티 하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뽀얀 아기 피부를 간직한 그녀의 말이기에 일단 수긍이 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신은 어떠한가? 지금 당장 거울 앞으로 달려가 자신의 피부를 찬찬히 살펴보고 그 소감을 세 글자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제발‘ 배신감’만은 아니길 바란다.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종류의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발라온 사람으로서 배신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피부 위에 남은 건 지저분한 기미와 주근깨, 그리고 이름 모를 거뭇거뭇한 자국들이 대부분이니까.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을 갖기 한참 전인 이십대 초반부터 뷰티 마니아임을 자처하며 값비싼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발라왔는데, 도대체 왜 기미와 주근깨는 내 피부를 떠나지 않는 것일까?
1 촉촉한 수분감으로 피부를 편안하게 유지시키고 밀리지 않아 바르는 즉시 피부에 밀착된다. 자외선 차단제. 아벤느 이드랑스 옵띠말 UV레제르 SPF 20/PA ++. 40ml 3만9천원. 2 오일-프리 성분이 들어있어 자외선 차단제로 인한 피부 트러블 증상을 막아 여드름성 피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크리니크 시티 블럭 오일-프리 데일리 페이스 프로텍터 SPF 25/PA++. 40g 4만2천원. 3 가벼운 질감으로 베이스를 바르는 것처럼 얇게 펴 발려 피부에 들뜨지 않고, 번들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어 매끈한 피부로 연출해준다. 에스티 로더 스킨 디펜더 멀티 어썰트 프로텍터 SPF 30/PA++. 30ml 5만8천원. 4 메이크업한 위에 덧발라도 뭉치지 않는 가벼운 질감으로 밀리는 현상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하얗게 들뜨는 백탁 현상도 없어서 매일 부담 없이 바를 수 있다. 라네즈 UV 프로텍터 SPF 31/PA++. 35ml 2만2천원. 5 에어 피트 파우더가 들어 있어 감촉이 부드러운 것은 물론 피부 자극을 최소화해 민감성 피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오르비스 UV 컷 썬스크린 온 페이스 오리지널SPF 34/PA++. 35g 1만5천원. 6 일상생활은 물론 야외 활동 시에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사용감이 촉촉하다. DHC 화이트 썬 스크린 SPF 35/PA+++. 30ml 2만5천원.
효과 100% 발휘하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법 “그저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얼마의 양을 얼마나 자주 발랐느냐는 물론, SPF와 PA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히 따져서 사용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기본부터 되짚자면, SPF는‘ Sun Protection Factor’ 의 약자로, 기미나 주근깨를 생성시키는 UVB를 차단하는 수치이다. SPF 1의 지속 효과가 12~15분인 걸 감안했을 때 SPF 50인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대략 600~750분 동안 UVB를 차단할 수 있다. 또 PA는 피부 노화를 비롯해 심각하면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하는 UVA 차단 효과를 나타내는 수치이며 그 정도를 ‘+’로 표시한다. +의 수마다 얼마의 시간 동안 UVA를 차단하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의 개수가 많을수록 UVA 차단 효과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4~5월경이면 봇물처럼 쏟아지는 SPF 50/ PA+++의 지수를 자랑하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자외선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 아쉽게도 결코 그렇지는 않다. “자외선 차단제의 SPF 값은 1제곱센티미터에 2밀리그램의 양을 발랐다는 가정하에서 정한 거예요.얼굴 전체에 바르려면 1회 평균700~900 밀리그램을 발라야 한다는 소리죠.” 아모레퍼시픽의 선 케어 연구팀 박창훈 씨의 말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출시되는 자외선 차단제의 용량이 30g인 걸 감안하면 30~50번 만에 한 통을 다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차라리 올해 구입한 자외선 차단제를 내년에 또 사용하지 않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경우 나눠서 바르는 것이 현명하다. 아침 8시, 오후 12시, 오후 4시 이런 식으로 말이다.
SPF 50 자외선 차단제의 치명적인 문제점 그렇다면 차단 효과만 본다면 SPF 50/PA+++인 자외선 차단제가 가장 효과가 높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효과적’ 인 측면만 고려했을 때의 이야기다“. 피부 트러블로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SPF 수치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한 뒤 생긴 뾰루지가 화근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있습니다.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원인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어요.” 피브로 한의원 김혜윤 원장의 말이다. WE클리닉의 조애경 원장 역시 자외선 차단 성분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유기 성분과 무기 성분이 결합되어 만들어지죠. 옥시벤존, 옥틸 멕토시신나메이트, 아보벤존, 벤조페논 등의 유기 성분은 자외선 차단 효과는 뛰어나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어요.” 발랐을 때 피부가 하얘지는 백탁 현상 역시 SPF의 수치가 높을수록 심해진다“. 야구 선수들이 광대뼈를 까맣게 칠하는 것이 말하자면 물리적 자외선 차단이에요. 자외선 차단제에도 이러한 물리적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데, 피부에 자극도 덜하고 UVA와 UVB를 동시에 차단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성분의 특성 때문에 제품을 발랐을 때 얼굴이 하얘지는 백탁 현상이 생길 수도 있죠. 징크옥사이드나 티타늄 디옥사이드, 철 산화물, 마그네슘 산화물 등이 백탁 현상을 일으키는 주성분이에요. 이 물리적 자외선 차단 성분은 대개 SPF 15~20 안팎의 수치가 최상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 편이죠.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과 섞어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아모레퍼시픽 선케어 연구팀 박창훈 씨의 말이다.
만약 이런 성분들이 가득 들어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제대로 클렌징하지 않는다면? 성분 특유의 성격상 물에 잘 씻겨 내려가지 않을 수 있는데, SPF 50인 자외선 차단제 중에는 워터프루프 기능을 겸비한 제품도 종종 있다. 한여름의 땀과 피서지에서의 바닷물에도 쉽사리 씻겨 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긴 하나, 클렌징이 쉽지 않다면 피부에 주는 악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티타늄 디옥사이드나 징크 옥사이드는 기름기가 많은 성분이어서 모공을 막아버리기 쉬워요. 따라서 클렌징이 제대로 안 되었을 경우에는 심각한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죠.”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말이다. 이에 따라 요즘에는 SPF 50 자외선 차단제 전용 클렌징 제품이 따로 출시되기도 한다. 꼭 그 제품이 아니어도 오일처럼 강력한 세정제를 이용해 모공에 낀 잔여물을 제거하고, 이중 세안으로 피부에 유해한 성분을 모두 씻어내야 한다.
7 야외 활동이 심한 날 바르기 좋은 레포츠용 선 제품으로, 끈적임 없는 강력한 자외선 차단 효과를 자랑한다. 헤리에타 레포츠 선블록 SPF 49/PA+++. 70g 1만3천5백원. 8 부드러운 파우더 감촉으로 가볍게 발려 피부에 밀착되고 안색 보정 효과까지 지녀 마치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제품으로, 오염된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겔랑 퍼펙트 화이트 UV 쉴드 SPF 50/ PA+++. 30ml 7만4천원. 9 촉촉한 로션 질감으로 수분감을 부여해 민감한 피부도 자극 없이 바를 수 있다. 키엘 울트라 라이트 데일리 UV 디펜스 SPF 50/PA+++. 30ml 4만5천원대. 10 자외선 차단과 노화 예방이 한 번에 가능한 안티에이징 전문 자외선 차단제로 쫀쫀한 크림 텍스처가 피부에 밀착되어 밀리거나 들뜨지 않는다. 엔프라니 올 댓 선 안티에이징 UV 블록 SPF 50/PA+++. 70ml 3만2천원. 11 12시간 동안 지속되는 강력한 피부 보호막으로 자외선은 물론, 오염된 환경의 불순물을 막아준다. 로레알 파리 UV 퍼펙트 롱래스팅 프로텍터 SPF 50/PA+++. 30ml 2만5천원. 12 공기처럼 가벼운 수프라 라이트 포뮬러로 백탁 현상이나 번들거림이 없다. 비오템 UV 수프라 디톡스 SPF 50/PA+++. 30ml 4만8천원.
현명한 자외선 차단의 비법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나 실내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사람들은 SPF 30 이하의 자외선 차단제면 충분합니다. 높은 수치의 제품을 발라 피부에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이 정도의 제품을 틈틈이 덧바르며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더 현명하죠.”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한지영 원장의 말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덧바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화장한 피부 위에 크림 제형의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요즘엔 밤 타입부터 파우더나 파운데이션, 콤팩트까지 다양한 제형의 자외선 차단제가 출시되고 있어요. 크림 타입 대신 이러한 제품들을 이용하면 메이크업을 수정하듯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를 수 있죠.” 아이오페 홍보팀 장은실 과장의 말이다. 뿐만 아니라, 콤팩트나 파우더 파운데이션 등 일반적인 메이크업 제품에도 대부분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어 메이크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아침에는 꼼꼼히 크림 제형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오후부터는 틈틈이 메이크업을 수정해 자외선을 철저히 차단하도록 한다. 그러니 아프지도 않은데 괜히 약을 먹는 것처럼 사무실 안에만 주로 있으면서 SPF 50의 자외선 차단제를 습관적으로 바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자외선 차단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수치’ 가 아니라 ‘횟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