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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난타사
마라난타 존자가 처음 백제에 도착한 영광군 불갑면 법성포는 그 지명에서 깊은 불연(佛緣)을 보여준다. 고려 태조 때부터 불려온 영광(靈光)은 ‘본래 함유하고 있는 깨달음의 빛’이란 뜻과 함께 ‘불법을 들여온 은혜로운 고장’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아미타불과 동의어인 무량광불의 ‘무량한 깨달음의 빛’이라는 뜻과도 통한다.
법성포(法聖浦)란 지명은 불교와 더욱 친숙하다. ‘성인이 불법을 전래한 포구’라는 뜻으로, 성인이란 마라난타 존자를 가리킨다. 법성포는 앞서 백제시대에는 아무포(阿無浦), 고려시대에는 부용포(芙蓉浦)로 불렸다. 아무는 나무아미타불의 음을 함축해 놓은 것이며, 부용은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인 법성포에는 영광군과 불교계가 손을 잡고 진행하는 성역화 사업이 탄력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마라난타가 처음 도착한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마라난타사와 간다라 유물관 등을 조성해 ‘백제불교 초전 성지’로 장엄해 놓았다. 지난 1996년 첫 삽을 뗀 이후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불교세가 약한 호남지역에 위치한 것이 단점일수 있지만, 최근에는 영남.충청.수도권 불자들의 순례도 점차 늘고 있다.
백제불교 초전성지는 마라난타의 고향인 간다라를 비롯한 서역불교의 모습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높이 23.7m의 간다라 양식 사면대불상(四面大佛像)을 비롯해 탁트히바히 사원의 주탑을 본떠 조성한 탑원(塔園), 그리고 불자들이 참배도 하고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부용루에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영광군과 협의를 거쳐 백제불교체험관, 템플스테이 교육관 등이 들어선 ‘불교테마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한 마라난타 존자.
이곳이 불자들에게 더 의미 깊은 까닭은 불법을 백제 땅에 최초로 전한 마라난타가 첫 걸음을 내딛은 장소라는 사실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씨앗을 뿌린 곳이기에 불자라면 한번쯤은 반드시 참배해야할 성지(聖地)이다.
불갑사 선원에서 수행하다 초전성지 내에 건립된 마라난타사 주지 소임을 맡은 법천스님은 “불자들이 신심을 내어 정진할 수 있는 여법한 기도 도량으로 만들겠다는 원력을 갖고 있다”면서 “일반인들이 우리 역사와 전통을 학습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천스님이 주석하는 마라난타사 현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무엇보다 군청 직원이 사용하던 비좁은 숙직실에서 생활하는 스님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전국의 스님 가운데 숙직실에서 머무는 스님은 법천스님이 사실상 유일하다.
군유지(郡有地)에 건립된 마라난타사가 전국에서 불교세가 가장 약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지난 4월 중순 마라난타사를 찾았을 때까지 부처님오신날 봉축연등이 접수된 것은 12개에 불과했다. 현실이 어렵지만 법천스님은 낙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다를 통해 부처님 가르침이 처음 도착한 성지에서 소임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사명감을 느낍니다. 비록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전국의 불자들이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에 있는 마라난타사를 참배하고 법향(法香)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라난타사는 공양 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간다라 유물관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노천에서 참배객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준공식 때는 법전 종정예하가 직접 증명하고, 기공식 때는 당시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참석할 만큼 종단 차원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진> 영광 불갑사 대웅전 지붕 용마루에 있는 남방불교 양식의 ‘보주’(점선)가 백제불교 초전 당시 창건된 사찰임을 보여준다. 고불총림 방장 지종스님이 보주를 가리키고 있다.
성지를 지키고 있는 법천스님은 “백제불교 초전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국의 불자들이 많이 참배 오셔서 법륜(法輪)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면서 “마라난타 존자가 불법을 전한지 16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간을 뛰어넘어 백제불교가 중흥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영광=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마라난타 존자는…
인도에서 태어난 마라난타(摩羅難陀)존자는 중국을 거쳐 한국에 불법을 전했다. 실크로드를 거쳐 둔황을 지나 중국 절강성(항주)에서 배를 타고 법성포를 통해 백제에 왔다. 백제 침류왕의 환대를 받았고, 384년 불갑사와 불호사 등을 창건하고, 같은 해 9월에는 한성(지금의 한강유역) 지역에 여러 사찰을 창건하고, 10여 명의 백제인을 출가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찾아오는 길 /
전남 영광군 법성면 진내리에 자리한 백제불교 최초도래지는 전국 어디서나 찾아오는 것이 어렵지 않다. 특히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고, 88고속도로가 확장되면서 서울이나 영남지역에서도 쉽게 올 수 있다. 서울에서는 약 3시간45분, 인천에서는 약 3시간15분 소요된다. 부산과 대구는 약 4시간20분 안팎이 걸리며, 광주와 목포에서는 1시간이면 도착한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에서 불갑사까지는 30~40분 거리이다.
[불교신문 2522호/ 5월2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