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상해진 것을 나는 이즈음 모기에서 본다.
모기 입이 삐틀어진다는 처서가 지난 지 언젠데
여전히 밤마다 모기양께서 납신다.
한방 쓰는 냥반에게는 모기양 도무지 관심 없다.
그저 모기양 내게만 일편단심이다.
모기가 본척만척하니 당연히 모기약 뿌리는 것 싫어한다.
귀에서 모기 소리 나면 이불 뒤집어 써버린다.
그러면 모기양께서 내 이불 주변을 돌며 앵앵거린다.
어젯밤에도 어느새 팔을 물었다.
이불을 뒤집어썼더니 생각일까,
모기의 앵앵거리는 소리가 분명 조금 달랐다.
뭐랄까 신경질이 가득 배인 호령소리라고나 할까?
너 이리 안 나와? 안 나올 거야? 하듯이
근데 지금 때가 언제인가
서리 내린다는 상강 즈음 아닌가....
모기 살 때는 아니지 않는가.
지금 모기가 살아 있다는 것은 모기도 이상해졌다는,
살고 있는 세상이 옛날 세상과 달라졌다는,
온도나 환경 이런 것 보다
사람 질겨 지듯이 모기도 질겨졌다는......
한 달에 한번 민토 가는 날이다.
북클럽 모임.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라 ^^* 네 가지 일을 하기로 했다.
서울극장에서 <사랑의 침묵>을 열두시 이십분에 보고 나와서
아직 까지 변한 뒤로 가보지 못했던 청계천을 걷고(산에 가는 대신)
알라딘 헌책방을 들려서 구경을 하다가 북클럽 모임 일곱시에 민토로 가는 것.
근데 늦었다.
그래서 사랑의 침묵대신
위험한 관계를 봤다.
그리고 인사동으로 걸어가 선재아트센터에서 네 시에 하는 사랑의 침묵을 보았다.
영화 시작되기 전 삼청동 호떡을 천원주고 줄서있다가 사먹었다.
컵에 담아줘서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면서 먹었다.
맛이 괜찮았다.
설탕 넣은 단맛이 괜찮은 것이 아니라,
단맛은 언제나 단맛 이상의 맛을 내기는 어렵다. 항상 그 맛이다. 단맛.
굳이 가르자면 순한 단맛 진한 단맛 외에 더 표현할 것도 없다.
단맛은 독서하지 않는 사람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 밀가루가 조금 색달랐다.
식감도 괜찮았고 어렷을 때 먹던 막걸리 넣은 찐빵 맛이 섞여 있엇다.
그게 약간 바삭거리며 기름에 튀겨져 나름 풍미가 있더라는 것이다.
이담에도 선재 아트센터에 가면 꼭 사먹어야지.
청계천도 못가고 알라딘도 못 갔지만
이제 계획이나
혹은 하지 못한 것들에 미련 두는 짓 안한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 된다.
하여 다시 인사동에서 종로2가로 걸어왔다.
어스름해진 초저녁 인사동...을 이렇게 할래할래 걷다니...
가을이라 진한 밤색 스카프도 하나 사고...
외국인이 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켜는데(무슨 곡인지는 모름)
보니 천 원짜리 지폐들이 있어서 나도 주고 싶었는데
부끄러워서 못줬다.
ㅉㅉ...먼 나라 와서 연주하는데.... 바이올린 배우노라 힘들었을 텐데....
여자 셋 남자 둘 모이는 북클럽 모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비슷하다
책에서 시작하여 책으로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그 안의 내용들이 눈부시게 현란하다.
어젠 난데없이 중산층 이야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아마도 조선시대 선비 이야기여서 였을까,
멤버중 한분이 종편을 봤는데
가끔 이즈음 종편을 보게 되노라는 고백과
종편 프로그램이 괜찮은 게 있다는 다른 분 추임새까지 힘입어.
다른 나라 중산층 개념과 우리나라 중산층 개념이 다르다는 토론을 하더라는,
다들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한 포즈로 검색을 해봤다. .
그랬더니 다음과 같더라.
대한민국의 중산층 기준 (직장인 대상 설문결과)
1.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이상 소유
2. 월급여 500만 원 이상
3.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소유
4. 예금액 잔고 1억원이상 소유-없음
5.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 '삶의 질'에서 정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
1.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2. 직접 즐기는 스포츠는 있어야 하고
3.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4.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5.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6.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영국의 중산층 기준 (옥스포드 대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
1. 페어플레이를 할 것
2.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3.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4.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5. 불의,불평,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미국의 중산층 기준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
1.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2.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3.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4.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있을 것
세상에....슬프다.
우리의 현주소가 보이는듯 했다.
그래서 나도 나만의 중산층 기준을 하나 만들기로 햇다.
중산중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중은 왠지 덜 외로워 보이질 않는가,
전후 좌우에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
황제 펭귄이 남극에서 그 무지한 추위와 싸우며 살아갈 수 있는 것도 함께라서다.
머 깊은 생각 안하고 떠오르는대로 적으니
그닥 나무라지 마시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가질 것, 특히 사계에 예민할 것,
꽃은 함부로 따지 말고 나무는 가끔 안아볼 것,
등산 할 때는 배낭에 여행할 때는 캐리어에 외출할 때는 핸드백에 책이 담겨져 있을 것.
(자기 계발서 같은것 말고)
좋아하는 예술을 즐기되 타인의 취향을 낯설게 보지 말 것,
부끄러워하지 말 것,(만나는 이에게 만이라도 적선할 것)
타인과 함꼐 있을 때 그보다 절대 말을 많이 하지 말 것, 가능한 한 들을 것,
너무 소승적이다....
지금 당신 생각하시는 건가?
머 그래도 할수 없고....
지가 하는것 적었다고?
ㅋ 맞다. 요
글, 사 진 / 위영 푸나무
첫댓글 중이 사는 산동네 가서 살면 중산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