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치치의 전설에는,잔인무도한 스페인 군대에 의해 황제가 처형되고 나라를 잃은 잉카 민족의 슬픔이 서려 있다.
태양을 으뜸신으로 섬긴 잉카족.‘잉카’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뜻인데 황제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잉카제국은 안데스 지방에 있었던 여러 국가 가운데 제일 늦게 세워진 왕국이었다.그런데 13세기에 망코 카파크라는 왕이 쿠스코에 도읍을 정한 뒤부터 힘을 기르기 시작했다.망코는 태양신전을 쌓았고,태양의 아들로 숭앙되었다.15세기 중반 제9대 황제 파차쿠티 때에 잉카는 둘레의 여러 종족을 정복해 오늘날의 페루·콜롬비아·칠레를 아우르는 큰 나라를 세웠다.전설에 따르면 황제는 아마존 강이 시작되는 밀림 깊숙한 곳까지 군대를 이끌고 갔다.원정군은 그곳에서 금광을 찾았는데 흙을 한움큼 쥐면 금가루가 잔뜩 섞여 있었다고 한다.이때부터 잉카는 황금시대를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뒷날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군인 180명을 이끌고 쿠스코를 점령했을 때 태양의 신전 돌벽에는 황금덩어리가 여기저기 박혀 있었고 해·달·별의 제단에는 황금이 두껍게 입혀 있었다.또 황금으로 만든 황제 상(像)이 18개나 되었다고 한다. 잉카는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무너졌다.아타왈파 황제의 근위대 5,000명이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짐승(말)과 천둥소리를 내는 막대기(총)에 놀라 180명밖에 안되는 스페인 군인과 말 27마리에게 전멸한 것이다.
1531년 11월16일,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스페인 왕의 사절로 왔다고 속이자 아타왈파 황제는 방심하고 그를 만났다.황제의 근위병들은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이었다.스페인 종군 신부가 성경을 건네며 “여기에 손을 얹고 하나님과 스페인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라”고 말하자 황제는 성경을 내동댕이쳤다.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페인군의 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고 창기병이 말을 몰고 짓쳐 나왔다. 사로잡힌 아타왈파 황제는 자기가 갇힌 방을 가득 채울 만큼 황금을 줄 테니 살려 달라고 사정했다.그 방은 높이가 7m,너비가 6m나 되었다.피사로가 허락하자 두 달 만에 황금 200상자,은 20상자,보석 60상자가 모였다.피사로는 그것들을 받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그가 황제를 불태워 죽이려고 하자 황제는 기독교도가 되겠다고 애원해 겨우 화형을 면하고 목 졸려 죽었다.슬픔에 젖은 잉카인들은 분노에 떨며 뿔뿔이 흩어졌다.그들 대부분은 밀림으로 숨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황금을 숨긴 파이치치로 갔다.
1540년 피사로는 파이치치와 대서양쪽으로 나가는 길을 찾으려고 탐험대를 만들었다. 그는 자기 동생 곤잘로 피사로를 대장으로 삼아 군인 200명과 원주민 4,000명을 보냈다. 안데스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나아간 탐험대는 밀림을 헤매다가 여덟 달 만에 물줄기 하나를 찾았다. 아마존 상류 나포 강이었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치자 피사로는 오레야나로 하여금 밀림을 정찰하고 먹을 것을 구해 오라고 명령했다. 오레야나는 병사 70여 명을 이끌고 강을 따라 내려갔다. 자꾸 가니 큰 강이 나타났다.
지친 몸으로 노를 젓던 오레야나 일행은 도중에 여자들만으로 된 인디오들을 만났다. 그 여자들은 밀림 속을 누비며 활을 쏘아댔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오레야나는 그 여자들이야말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구의 끝에 사는 용맹스러운 아마존’이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이 강은 아마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오레야나는 끝내 대서양까지 나아가 카리브 해에 있는 스페인 땅으로 돌아갔으나 열여덟 달이나 그를 기다리던 피사로는 지치고 말았다. 그 사이 원주민들은 뿔뿔이 달아났고,스페인 군인도 반 넘게 죽어 탐험대는 빈손으로 쿠스코에 돌아갔다. 그 뒤로 500년이 흐르는 동안 파이치치를 찾아 안데스산맥 동쪽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파이치치를 찾는 탐험대는 먼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쯤 날아 잉카의 도읍지였던 쿠스코로 가야 한다. 산소가 적어 숨이 찬 해발 3,400m 고지의 쿠스코에서 다시 북쪽으로 4,500m 산을 넘으면 판차코차 지방으로 들어가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거대한 아마존 밀림이 방문객을 맞는다. 아홉 나라를 거치며 장장 6,400㎞를 도도히 흘러내려 대서양에 1초마다 17만5,000톤씩 민물을 쏟아붓는 아마존 강. 이 강 200여 갈래가 아마존 분지 700만㎢를 거미줄같이 꿰고,거기에 지구 전체 산소의 10%를 대는 열대 밀림이 끝없이 펼쳐진다. 강물에는 아무리 큰 동물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물고기떼 피라냐가 살며,두꺼운 담요도 뚫는 큰 모기떼는 사람이 잠깐 걸음을 멈추면 사정없이 달려들어 피를 빤다. 독사와 독벌레,몇 달씩 퍼붓는 장대비와 해가 보이지 않는 수림.
어떤 사람도 이곳에서 열흘 넘게 버티지는 못한다. 어떤 탐험대도 이 밀림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20세기에 잉카의 유적들이 여러 군데 발굴되었지만 파이치치를 찾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