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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14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14장)
효자는 어버이에게 아첨하지 않고, 충신은 임금에게 아유阿諛(환심歡心을 사기 위해 알랑거림)하지 않는다. 이것이 신하된 자와 자식된 자로서 가장 훌륭한 태도이다.
어버이가 말하면 어떻게 말하든 그렇다고 긍정하고 어버이가 행하면 어떻게 하든 좋다고 아첨하면 세상의 사람들이 그를 불초한 자식이라 하며,
임금이 말하면 어떻게 말하든 그렇다고 긍정하고 임금이 행하면 어떻게 하든 좋다고 아첨하면 세상의 사람들이 그를 못난 신하라 한다. 알지 못하겠구나. 이것이 반드시 그러한가.
세속이 그렇다고 하는 것을 그렇다고 긍정하고 세속이 좋다고 하는 것을 좋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아첨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속이 참으로 어버이보다도 존엄하고 군주보다도 존귀한가. 〈누군가〉 자기를 아첨꾼이라고 말하면 발끈 성을 내어 얼굴빛을 붉히고,
자기를 아부꾼이라 하면 역시 발끈하여 얼굴빛을 붉히면서도 〈세론世論에 대해서만은〉 종신토록 아첨꾼과 아부꾼 노릇을 한다.
비유를 사용하고 말을 꾸며 대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종시終始와 본말本末이 불안하다. 번드레한 옷을 걸치고 교양 있게 행동하고 용모容貌를 꾸며서 세상에 아첨하면서도 스스로 아첨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속의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옳고 그름을 함께 하고서도 스스로를 衆人이라고 말하지 않으니 지극히 어리석다.
자기가 어리석음을 아는 자는 크게 어리석은 것은 아니며 자기가 미혹됨을 아는 자는 크게 미혹된 것은 아니다.
크게 미혹된 자는 종신토록 깨닫지 못하고 크게 어리석은 자는 종신토록 영명해지지 못한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갈 때 한 사람만 길을 잃으면 가려고 하는 곳에 그래도 이를 수 있을 것이니 길 잃은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길을 잃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목적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니 길 잃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는지라 내 비록 바라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얻을 수 없으니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훌륭한 음악은 촌사람들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절양折楊이나 황과皇荂 같은 속악俗樂은 환성을 지르며 웃어 대고 좋아한다. 이런 까닭으로 훌륭한 말은 衆人들의 마음속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至言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세속의 비속鄙俗한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세 사람 중 두 사람의 발이 길을 잃어도 가려는 곳에 이를 수 없는데
하물며 지금은 온 천하 사람이 미혹迷惑되었으니 내 비록 바라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이루려고 한다면 이 또한 하나의 미혹迷惑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그대로 놔두고 억지로 미루어 나가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억지로 미루어 나가지 않으면 공연히 나와 함께 근심하고 괴로워할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다.
문둥이가 한밤중에 자식을 낳고 허둥지둥 등불을 들고 자식을 들여다보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오직 그 아이가 자기를 닮았을까봐 두려워하였다고 한다.
孝子不諛其親 忠臣不諂其君 臣子之盛也
親之所言而然 所行而善 則世俗謂之不肖子
君之所言而然 所行而善 則世俗謂之不肖臣 而未知此其必然邪
(효자는 불유기친하고 충신은 불첨기군하나니 신자지성야니라
친지소언이연하며 소행이선이어든 즉세속이 위지불초자라하며
군지소언이연하며 소행이선이어든 즉세속이 위지불초신이라하나니 이미지차기필연야아)
효자는 어버이에게 아첨하지 않고, 충신은 임금에게 아유阿諛(환심歡心을 사기 위해 알랑거림)하지 않는다. 이것이 신하된 자와 자식된 자로서 가장 훌륭한 태도이다.
어버이가 말하면 어떻게 말하든 그렇다고 긍정하고 어버이가 행하면 어떻게 하든 좋다고 아첨하면 세상의 사람들이 그를 불초한 자식이라 하며,
임금이 말하면 어떻게 말하든 그렇다고 긍정하고 임금이 행하면 어떻게 하든 좋다고 아첨하면 세상의 사람들이 그를 못난 신하라 한다. 알지 못하겠구나. 이것이 반드시 그러한가.
- 효자불유기친孝子不諛其親 충신불첨기군忠臣不諂其君 : 효자는 어버이에게 아첨하지 않고, 충신은 임금에게 아유阿諛하지 않음. 유諛와 첨諂은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어부漁父〉편에 “다른 사람의 뜻을 살펴서 아첨하는 말을 하는 것을 첨諂이라 하고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말하는 것을 유諛라 한다.”라고 한 것을 보면 첨諂은 다른 사람에게 영합하여 입발림 소리 하는 것이고 유諛는 시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옳다고 말하는 것을 일컫는다. 편의상 아첨阿諂과 아유阿諛로 구분하여 번역하였다.
- 친지소언이연親之所言而然 소행이선所行而善 즉세속則世俗 위지불초자謂之不肖子 : 어버이가 말하면 어떻게 말하든 그것을 그렇다고 긍정하고 어버이가 행하면 어떻게 하든 그것을 좋다고 아첨하면 세상의 사람들이 그를 불초한 자식이라 함. 이而 이하의 연然이 술어 동사이고 이而 앞의 친지소언親之所言이 목적어이다. 마찬가지로 소행이선所行而善의 소행所行은 목적어이고 선善이 술어 동사이다. 소행所行은 친지소행親之所行. 불초자不肖子는 어버이를 닮지 못한 자식이라는 뜻.
- 군지소언이연君之所言而然 소행이선所行而善 즉세속則世俗 위지불초신謂之不肖臣 : 임금이 말하면 어떻게 말하든 그것을 그렇다고 긍정하고 임금이 행하면 어떻게 하든 그것을 좋다고 아첨하면 세상의 사람들이 그를 못난 신하라 함. 이 구절에서 이 편이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국시대 후기의 효孝와 충忠 관념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부분의 효孝 관념은 ≪효경孝經≫ 〈간쟁장諫諍章〉에서 “불의不義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 자식은 어버이에게 간쟁하지 않으면 안 되고 신하는 군주에게 간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불의한 일을 저지르면 간쟁하여야 하니 〈그런 경우에〉 어버이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어찌 효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한 내용과 유사한 맥락이다.
- 미지차기필연야未知此其必然邪 : 이것이 반드시 그러한지 알지 못함. 어버이나 군주에게 아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할 줄 알면서도 세속의 여론에 아첨하는 행위는 비판할 줄 모른다고 비판하는 내용.
世俗之所謂然而然之 所謂善而善之 則不謂之道諛之人也
然則俗 故嚴於親而尊於君邪 謂己道人 則勃然作色
謂己諛人 則怫然作色 而終身道人也 終身諛人也
(세속지소위연이연지하며 소위선이선지라도 즉불위지도유지인야라하나니
연즉속이 고엄어친이존어군야아 위기도인이라커든 즉발연작색하며
위기유인이라커든 즉불연작색호대 이종신도인야며 종신유인야니라)
세속이 그렇다고 하는 것을 그렇다고 긍정하고 세속이 좋다고 하는 것을 좋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아첨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속이 참으로 어버이보다도 존엄하고 군주보다도 존귀한가. 〈누군가〉 자기를 아첨꾼이라고 말하면 발끈 성을 내어 얼굴빛을 붉히고,
자기를 아부꾼이라 하면 역시 발끈하여 얼굴빛을 붉히면서도 〈세론世論에 대해서만은〉 종신토록 아첨꾼과 아부꾼 노릇을 한다.
- 세속지소위연이연지世俗之所謂然而然之 소위선이선지所謂善而善之 즉불위지도유지인야則不謂之道諛之人也 : 세속의 이른바 그렇다고 하는 것을 그렇다고 긍정하고 세속의 이른바 좋다고 하는 것을 좋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아첨꾼이라고 말하지 않음. 세속을 하나의 인격체인 것처럼 표현한 것도 이채롭지만 특정인의 행위를 두고 비평하는 세속의 논의를 역으로 비판하는 내용은 고대의 문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논의이다. 세속의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대다수의 대중추수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동시에 글쓰는 주체이기 십상인 여론이나 비판자 자체의 권력화를 경계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도유道諛는 첨유諂諛(알랑거리며 아첨阿諂하는 것)의 음전音轉. 그래서 여기서는 道를 諂과 같은 뜻으로 해석, 도인道人은 곧 첨인諂人.
- 연즉속然則俗 고엄어친이존어군야故嚴於親而尊於君邪 : 그렇다면 세속이 참으로 어버이보다도 존엄하고 군주보다도 존귀한가. 실제로 세속의 논의보다 어버이와 군주가 더 존엄하고 존귀한데도 세속의 비난이 두려워 어버이와 군주에게 간쟁한다는 뜻으로 어버이와 군주에게 간쟁하는 행위 자체가 위선적 요소가 있음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고故는 ‘진실로’의 뜻으로 고固와 같다.
- 위기도인謂己道人 즉발연작색則勃然作色 위기유인謂己諛人 즉불연작색則怫然作色 : 자기를 아첨꾼이라고 말하면 발끈 성을 내어 얼굴빛을 붉히고 자기를 아부꾼이라 하면 역시 발끈하여 얼굴빛을 붉힘. 여기서 아첨의 대상은 어버이와 군주이다. 곧 어버이와 군주에게 아첨하는 자라고 남들이 규정하면 화를 낸다는 뜻. 발연勃然과 불연怫然은 모두 발끈하고 성을 내는 모양이다. 도인道人은 ‘아첨꾼’이다.
- 종신도인야終身道人也 종신유인야終身諛人也 : 〈세론世論에 추수追隨하는 한限〉 그들은 종신토록 아첨꾼이요 종신토록 아부꾼이다. 곧 〈세론에 대해서만은〉 종신토록 아첨꾼과 아부꾼 노릇을 한다는 뜻이다. 어버이와 군주에게조차 아첨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세론世論에 대해서만은 종신토록 아첨한다는 뜻. 세론에 대한 무비판적인 맹종을 경계하는 말.
合譬飾辭聚衆也 是終始本末不相坐
垂衣裳設采色動容貌 以媚一世而不自謂道諛
與夫人之爲徒 通是非 而不自謂衆人 愚之至也
知其愚者 非大愚也 知其惑者 非大惑也
大惑者 終身不解 大愚者는 終身不靈
(합비하며 식사하며 취중야하나니 시는 종시본말이 불상좌로다
수의상하며 설채색하며 동용모하야 이미일세호대 이부자위도유라하며
여부인지위도하야 통시비호대 이부자위중인이로다하나니 우지지야니라
지기우자는 비대우야며 지기혹자는 비대혹야라
대혹자는 종신불해하고 대우자는 종신불영하나니라)
비유를 사용하고 말을 꾸며 대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종시終始와 본말本末이 불안하다.
번드레한 옷을 걸치고 교양 있게 행동하고 용모容貌를 꾸며서 세상에 아첨하면서도 스스로 아첨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속의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옳고 그름을 함께 하고서도 스스로를 衆人이라고 말하지 않으니 지극히 어리석다.
자기가 어리석음을 아는 자는 크게 어리석은 것은 아니며 자기가 미혹됨을 아는 자는 크게 미혹된 것은 아니다.
크게 미혹된 자는 종신토록 깨닫지 못하고 크게 어리석은 자는 종신토록 영명해지지 못한다.
- 합비合譬 식사飾辭 취중야聚衆也 : 비유를 사용하고 말을 꾸며 대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임. 합비合譬는 비유를 이리저리 갖다 붙여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함. 식사飾辭는 말을 화려하게 꾸며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취중聚衆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견해에 동조하도록 함이다.
- 시是 종시본말終始本末 불상좌不相坐 : 종시終始와 본말本末이 지리멸열支離滅裂하여 논리가 불안함. 처음과 끝, 근본과 지말의 논리가 맞지 않음. 불상좌不相坐는 서로 맞지 않고 모순된다는 뜻이다. 곧 어버이와 군주에게 아첨하는 것은 비난하면서 세론에 아첨하는 것은 똑같은 아첨인데도 비난하지 않으므로 처음의 입장과 모순된다는 뜻이다.
- 수의상垂衣裳 설채색設采色 동용모動容貌 이미일세以媚一世 이부자위도유而不自謂道諛 : 번드레한 옷을 걸치고 교양 있게 행동하고 용모容貌를 꾸며서 세상에 아첨하면서도 스스로 아첨한다고 생각하지 않음. 의상을 걸친다는 뜻의 수의상垂衣裳은 번드레한 옷을 걸친다는 의미이고, 아름다운 채색을 설치한다는 뜻의 설채색設采色은 교양 있게 행동한다는 의미이고, 동용모動容貌는 용모를 꾸민다[동動]는 뜻. ≪맹자孟子≫ 〈진심盡心 하下〉에서 “세속과 같아져서 더러운 세상과 영합하여 가만히 있을 때에는 충신忠信과 비슷하고 움직일 때는 청렴과 비슷하여 대중이 모두 좋아하고 스스로 옳다 여기지만 함께 요순의 도道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한다.”라고 하여 향원鄕原을 묘사하고 있는 내용과 유사한 표현이다. 媚(아첨할 미)
- 여부인지위도與夫人之爲徒 통시비通是非 이부자위중인而不自謂衆人 우지지야愚之至也 : 세속의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옳고 그름을 함께 하고서도 스스로를 중인衆人이라고 말하지 않으니 지극히 어리석음. ‘여부인지위도與夫人之爲徒’는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었다는 뜻으로 〈인간세人間世〉편의 ‘여인위도與人爲徒’와 비슷한데 다만 여기는 부인夫人이 피인彼人의 뜻으로 세속의 아첨배들을 지칭하는 것이 다소 다르다. 이처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간세人間世〉편에서는 ‘여인위도與人爲徒’를 “사람들이 행하는 것을 따라 행하는 사람은 사람들 또한 비난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 사람과 더불어 같은 무리가 되었다고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참고할 만하다. 衆人은 아첨배들을 지칭한다.
- 지기우자知其愚者 비대우야非大愚也 지기혹자知其惑者 비대혹야非大惑也 : 자기가 어리석음을 아는 자는 크게 어리석은 것은 아니며 자기가 미혹됨을 아는 자는 크게 미혹된 것은 아님. 자신을 모르는 자야말로 크게 어리석고 미혹된 것임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 대혹자大惑者 종신불해終身不解 대우자大愚者 종신불영終身不靈 : 크게 미혹된 자는 종신토록 깨닫지 못하고 크게 어리석은 자는 종신토록 깨우치지 못함. 해解와 영靈은 모두 깨우침.
三人行 而一人惑 所適者 猶可致也 惑者少也
二人惑 則勞而不至 惑者勝也
(삼인행에 이일인이 혹이면 소적자에 유가치야리니 혹자 소야일새니라
이인이 혹 즉노이부지하나니 혹자승야일새니라)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갈 때 한 사람만 길을 잃으면 가려고 하는 곳에 그래도 이를 수 있을 것이니 길 잃은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길을 잃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목적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니 길 잃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는지라 내 비록 바라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얻을 수 없으니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 삼인행이일인혹三人行而一人惑 소적자所適者 유가치야猶可致也 :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갈 때 한 사람만 길을 잃으면 가려고 하는 곳에 그래도 이를 수 있음. 혹惑은 길을 잃음. 소적자所適者는 가려고 하는 목적지를 뜻한다. 適은 간다는 뜻이고 致는 이른다는 뜻.
- 이인혹즉노이부지二人惑則勞而不至 : 두 사람이 길을 잃으면 애를 써도 목적지에 이르지 못함. 노勞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애쓴다는 뜻. 至는 앞에 나온 猶可致也의 致와 협운協韻이다.
- 혹자승야惑者勝也 : 길 잃은 사람이 더 많음. 세론은 늘 다수 의견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다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뜻. 승勝은 수가 많기 때문에 이긴다는 뜻.
而今也 以天下惑 予雖有祈嚮 不可得也 不亦悲乎
大聲不入於里耳 折楊皇荂 則嗑然而笑 是故高言 不止於衆人之心
(이금야에 이천하로 혹이라 자수유기향이라도 불가득야로소니 불역비호아
대성은 불입어리이어늘 절양황과 즉합연이소하나니 시고로 고언이 부지어중인지심이라)
훌륭한 음악은 촌사람들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절양折楊이나 황과皇荂 같은 속악俗樂은 환성을 지르며 웃어 대고 좋아한다. 이런 까닭으로 훌륭한 말은 衆人들의 마음속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 금야이천하혹今也以天下惑 :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음. 이以는 즉則과 같다.
- 자수유기향予雖有祈嚮 불가득야不可得也 불역비호不亦悲乎 : 내가 비록 실현하고 싶은 理想이 있다 하더라도 얻을 수 없으니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기祈는 구求와 같다.
- 대성불입어리이大聲不入於里耳 : 훌륭한 음악은 촌사람들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음. 대성大聲은 훌륭한 음악. 함지咸池(요堯임금 때에 연주演奏되던 음악音樂의 이름)나 육영六英(제곡帝嚳 때의 음악)의 음악을 일컬음. 리이里耳는 촌사람의 속된 귀. 리里(마을 리)는 리俚(속될 리)의 뜻.
- 절양황과折楊皇荂 즉합연이소則嗑然而笑 : 절양折楊이나 황과皇荂 같은 속악俗樂은 환성을 지르며 웃어 대고 좋아함. 절양折楊이나 황과皇荂는 모두 옛 가곡歌曲(李頤).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속의 음악을 대표하는 악곡 명칭이다. 합연嗑然은 ‘하하’하고 환성을 지르며 소리 내어 웃는 모양(李頤).
- 고언高言 부지어중인지심不止於衆人之心 : 훌륭한 말은 중인衆人들의 마음속에 받아들여지지 않음. 고언高言은 수준 높은 말. 중인지심衆人之心은 중인들의 속된 마음. 부지不止는 不進불진 즉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 부지不止를 글자 그대로 보아 머물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좋다.
至言不出 俗言勝也 以二垂踵惑 而所適不得矣
而今也以天下惑 予雖有祈嚮 其庸可得邪
(지언이 불출은 속언이 승야일새니라 이이수종혹이라도 이소적을 부득의어늘
이금야에 이천하로 혹이러니 자수유기향인들 기용가득야리오)
至言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세속의 비속鄙俗한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세 사람 중 두 사람의 발이 길을 잃어도 가려는 곳에 이를 수 없는데
하물며 지금은 온 천하 사람이 미혹迷惑되었으니 내 비록 바라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 지언불출至言不出 속언승야俗言勝也 : 지언至言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세속의 비속鄙俗한 말이 너무 많기 때문. 지언至言은 지극한 이치를 담고 있는 말로 앞의 고언高言과 같다. 속언俗言은 세속의 저열한 말.
- 이이수종혹以二垂踵惑 이소적부득의而所適不得矣 : 세 사람 중 두 사람의 발이 길을 잃어도 가려는 곳에 이를 수 없음. 수종垂踵은 발을 들어 옮기다는 뜻. 곧 이수종혹二垂踵惑은 두 사람이 발을 잘못 놓는 것을 말한다.
- 기용가득야其庸可得邪 :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용庸은 어찌, 하何와 같다.
知其不可得也 而强之 又一惑也
故莫若釋之而不推 不推誰其比憂
厲之人 夜半生其子 遽取火而視之 汲汲然唯恐其似己也
(지기불가득야오 이강지면 우일혹야니라 고로 막약석지이불추니 불추인댄 수기비우리오
라지인이 야반에 생기자하고 거취화이시지하야 급급연유공기사기야하니라)
그것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이루려고 한다면 이 또한 하나의 미혹迷惑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그대로 놔두고 억지로 미루어 나가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억지로 미루어 나가지 않으면 공연히 나와 함께 근심하고 괴로워할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다.
문둥이가 한밤중에 자식을 낳고 허둥지둥 등불을 들고 자식을 들여다보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오직 그 아이가 자기를 닮았을까봐 두려워하였다고 한다.
- 지기불가득야知其不可得也 이강지而强之 우일혹야又一惑也 : 그것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이루려고 한다면 이 또한 미혹迷惑임. 안 되는 것을 안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태도임을 비유.
- 막약석지이불추莫若釋之而不推 : 그러므로 그것을 그대로 놔두고 억지로 미루어 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음. 석지釋之는 그대로 놔둔다는 뜻이고 불추不推는 억지로 미루어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의 대의는 세론世論을 따라가면서 영합하는 것은 물론 나쁘지만, 세론世論을 거슬러 무리할 것도 없다는 뜻으로 〈양생주養生主〉편에서 “선善을 행하되 명예에 가까이 가지는 말며, 악惡을 행하되 형벌에 가까이 가지는 말고, 중中의 경지를 따라 그것을 삶의 근본원리로 삼아야 한다.”라고 한 인생관과 유사하다.
- 불추不推 수기비우誰其比憂 : 억지로 미루어 나가지 않으면 누가 나와 함께 공연히 근심하고 괴로워할 것인가. 곧 무리한 추구推究를 하지 않으면 〈나의 근심이 전염되어〉 공연히 나와 함께 괴로워할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는 뜻. 비우比憂는 나란히 근심함, 또는 나와 더불어 근심함. 나의 우환憂患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는다는 의미.
- 라지인厲之人 야반夜半 생기자生其子 : 문둥이가 한밤중에 자식을 낳음. 라厲는 라癩. 두 글자 모두 본음本音은 뢰. 곧 라지인厲之人은 나병 환자. 야반夜半은 야지반夜之半. 곧 한밤중.
- 거취화이시지遽取火而視之 : 허둥지둥 등불을 들고 자식을 들여다봄. 거遽(급히 거)는 허둥지둥하면서 급히 서두는 모양.
- 급급연유공기사기야汲汲然唯恐其似己也 : 불안한 마음으로 오직 그 아이가 자기를 닮았을까봐 두려워함. 급급汲汲은 불안해 하는 모양. 이 대목은 세론世論과 다른 나의 근심과 괴로움이 자식에게까지 전염되지나 않았을까 두려워함을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공연히 근심하고 두려워할 것 없이 자연自然에 맡겨 장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대도大道에 말미암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