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오전 9시 40분 구로구의회 앞에서는 구로문화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민주노동당 구로구위원회와 남부문화예술연대회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은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에 진행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은 구 조례안이 제출되고 난 이후에 진행된 조례안 관련 투쟁 과정이 보고(김천석 영상 봄 대표)되었고, 현재 조례안의 문제점에 대해 낱낱이 폭로(고광문 작화 대표)하는 발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문 낭독(고영국 민주노동당 구로구위원회 위원장)과 조례안이 통과되더라도 이후 구로문화재단이 주민의 것으로 제대로 서기위한 싸움과 노력을 통해 다시 만나 뵙겠다는 결의를 밝히면서 마쳤습니다.
그러나 그날 10시에 시작된 구로구의회 내무행정위 회의에서는 구로구청이 제출한 ‘구로문화재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에서 당연직 이사의 수를 축소조정하고는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168차 구로구의회에서 계속심사를 결정할 당시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안과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통과를 시키고 말았습니다.
구의회는 회의 개시에 앞선 5월 18일에 구로의 시민단체 소속 1인과 문화재단 추진위원회 위원 1인을 불러 간담회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의회가 마련한 간담회는 형식적이고 통과의례적인 자리로 들러리를 선 것에 다름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는 민주노동당 구로구위원회와 남부문화예술연대회의의 의견서 제출과 피켓 시위, 지역 신문에의 기고가 이어지면서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여기에 참석한 시민단체 1인은 이미 지난 구의회에서 문제로 제기된 바 있는 구청장이 이사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로 1) 정치논리에 따른 문화예술 지원의 편향성이 증명되고 있고 2) 관 주도의 문화예술행사가 지역 문화예술활동을 대체할 수 없음을 들었습니다. 또한 현재의 구로문화재단 설립에 관한 건은 3) 기존 구민회관의 공연 시설과 구로문화원의 운영계획과 전망도 없는 보여주기식의 문화예술예산의 낭비이며 4) 구로의 문화시설, 문화복지, 문화수요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파악이 우선시 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사 중에서 이사장 호선’ ‘당연직 이사의 축소와 문화예술 시민단체 추천 이사 포함’ ‘상임이사의 공개 채용과 인준 절차 공개, 공정성’을 중심으로 수정 조례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중구를 비롯한 서울의 몇 개 자치단체에도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있고, 이의 조례안은 대부분이 구 이름만 다를 뿐 거의 같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문화재단은 대부분 10억이 넘는 돈이 일반회계에서 출연되는 법인입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부문화예술연대회의 회원들은 민주노동당 구로구위원회와 협조하여 지역의 문화예술인 100인 조직을 건설하고, 주민의 자발적인 문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공연을 구청 앞에서 격주 수요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올 10월에 문화예술회관을 개관하고 구로문화재단은 본격 활동을 시작합니다(조례안 통과 전에 이미 상임이사채용공고가 난 상태입니다). 이 구로문화재단이 돈 먹는 하마, 구청장 과시용 행사 전담 기획사가 아니라, 진정한 주민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구로문화재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제부터 조용하지만 거대한 싸움을 시작할 것입니다.
문의 : 송지현(019-221-4311)
----- 기자회견문 ------------ 구청장이 지시하고 관이 주도하는 구로문화재단을 반대합니다
오늘 우리는 169회 구로구의회 내무행정위에 상정되어 있는 “구로문화재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현재 우리 지방자치시대의 문화정책 상당 부분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 아닌 단체장의 문화적 수준, 혹은 정치적 목적에 달려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특정 문화예술단체와 결탁해 내용과 형식적인 면에서 모두 매우 편향된 문화정책이 시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지역문화정책이 문화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시스템이 아닌 단체장의 문화적 수준에 따라 수립되고 집행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로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실제로는 지역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결여되어 있고 인력양성, 재원 마련 등 문화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입니다. 불요불급한 도로를 건설하는 데는 예산을 집행해도 문화예술에 대해 집행할 예산은 없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로구청이 많은 예산을 들여 구로문화재단을 설립한다고 하니, 반가워할 만도 하지만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나 주민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의 구로문화재단 관련 조례안은 문화의 주체를 구청장을 중심으로 한 구로구청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는 문화의 주체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문화의 주체가 구청장도, 구청도 아닌 바로 구로주민임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관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문화정책의 수혜자로서만 존재하는 구민이 아닌, 스스로 문화 활동을 조직하고 전개하며 창조할 줄 아는 문화의 주체로서 구로주민이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구로는 지역문화의 불모지로서 구청의 지원 없이 지역주민과 단체들의 문화적 욕구가 자생적으로나마 어렵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매년 구로 거리공원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행사는 구청의 외면 속에 지역 시민단체들의 자발적 지원금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소규모 문화동아리들의 공연도 문화체육과의 거절로 변변한 공연 공간 확보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심지어 주민문화동아리들은 연습공간이 없어 영등포구로 동작구로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내심 지역의 문화단체와 동아리들은 웅장한 모습으로 건설되는 문화예술회관에서는 구로의 문화가 활짝 꽃피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연습공간이라도 소중하게 나눠 쓰면서 구로의 당당한 주인임을 확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회관 시설을 볼 때 이러한 바람은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공공문화시설간의 불필요한 경합으로 자원 낭비 또한 심각합니다. 구로문화원의 설립 취지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서 현재 과연 대규모 문화예술회관이나 계획조차 없는 문화재단 설립이 타당한지에 대한 근거에 대해 다시 묻고 싶습니다. 현재의 문화시설과 문화행정은 양적 성과주의로 말미암아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획일화되고 있고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하며 유한한 공적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문화민주주의에 입각한 공공성을 획득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으로부터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문제입니다. 행정이나 의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재단의 활동 방향, 사업, 인사 등을 좌지우지한다면 재단의 올바른 사업수행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끊임없이 불공정성, 효율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또한 순환보직하는 일반적 공무원들이, 문화에 비전문가인 단체장과 의원들의 결정에 따라 거대한 규모의 문화사업이 입안되고 집행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단은 상위법과 조례로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행정과 의회가 수행함으로써 일정한 견제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로써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재단이 장기적인 문화발전 계획에 따른 사업 수행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문화재단의 운영을 전문 문화예술인이 중심이 되어 하게 될 경우 책임성이 없다는 식의 근거없는 논리로 관 주도의 문화정책과 재단 설립을 주장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해바라기식 대규모 축제, 대규모 문화예술회관 건립 등 낯내는 행사, 단체장의 과시형 행사에 대한 문화예술 투자가 마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정책인 양 생각하는 구로구청이 앞으로 구로의 문화예술 발전을 책임지게 될 문화재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구의회에서 상정, 논의에 있는 구로문화재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기를 요구합니다.
하나, 구로의 문화시설과 문화활동, 문화정책 그리고 주민의 문화욕구 등에 관한 조사를 통해 중장기적인 문화발전 계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나, 구로 문화복지 발전을 위한 지역의 문화예술인 및 단체,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토론회를 반드시 실시하여야 합니다.
하나, 오늘 상정되어 있는 구로문화재단 관련 조례는 폐기되고, 구로 문화복지 및 문화발전을 위한 새로운 조례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