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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03
S#1. 취조실 침침한 실내.
전등갓이 씌어진 백열전구에서 나오는 빛 뿐이다.
중앙의 탁자를 앞에 두고 초췌한 모습의 대협이 묵묵히 앉아있다. 대협의 앞에는 조서인 듯한 서류가 하나 보이고.
취조관이 대협의 맞은 편에 역시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중년의 사내 하나가 방 구석의 어둠속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대협을 가끔씩 바라보며, 무릅위의 종이에 낙서를 해대고 있다.
싸인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한동안 들린다.
취조관, 지쳤다는 듯 몸을 일으켜 탁자를 돌아 대협 옆으로 간다. 한손을 탁자에 얹고 대협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는
취조관 : 장경위, 이게 뭐요. 피차 선수들끼리 피곤하게 시간낭비 하지 맙시다. 까놓고 얘기해서, 위에서 당신 싫어 한다는거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뇨? 어서 사인하고 끝냅시다. 좋은게 좋은거 아닙니까?
대협, 묵묵무답이다. "하-",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이새끼 참 질기구만', 하는 표정의 취조관.
낙서를 하던 중년의 손이 멈추며,
취조관 : 장경위! 열두발이나 쏘아댄거..., 자넨 실수한거야.... 자넬 사법처리 할려고 이러는것두 아니고...
불명예스럽게 퇴진시키려는 것두 아니잖아... 그냥 조용히 사표 한 장 쓰라는거 아닌가?
인사위원회로 넘어가 봐야 자네한테 이로울게 하나도 없네....
대협, 그자세 그대로 반응이 없다.
S#2. 청문회장
"ㄷ"자로 된 탁자에 감찰 실장, 고위간부, 그리고 과장이 앉아있다.
탁자의 입구에 따로 마련된 탁자 앞에 부동자세로 앉아있는 정복차림의 대협.
그의 등 뒤 벽면에는 커다란 시계가 10시를 막 가리키고 있다.
과장, 대협을 한 번 슬쩍 바라본다.
감찰실장 : 장대협 경위에 대한 인사위원회의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대협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망치소리 땅!...
백상호 탁자 한켠의 증언석으로 들어서, 의자에 앉는다. 좌중, 백상호를 주목하고 있다.
대협, 시선을 고정한채 묵묵히 앉아있다. 시계가 11시를 10여분 남겨두고 있다.
백상호 : ...명백한 투항의사를 분명히 인지한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백상호, 경례를 하고 증언석을 일어서 대협의 등뒤를 지나 나가고. 과장의 얼굴이 절망적이다.
부검의 증언석에 와 앉는다.
대협의 변함없는 자세. 그의 등뒤의 시계가 12시를 넘어간다.
부검의 : ...네, 열두발입니다. 총알은 모두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관통 부위의 모양이나 여러 가지 소인들을 종합해볼 때
2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발사된 것이 확실합니다.
감찰실장 : 고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시계를 힐끗보며) 한시 삼십분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선다.
과장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아직 의자에 앉아있는 대협을 바라본다. 대협과 과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사람들.
S#3. 복도 청문회장 밖 복도.
과장이 담배를 꼬나물고 한쪽 구석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다. 하나둘씩 회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감찰실장이 보좌관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과장, 고개를 든다. 그의 앞을 지나려는 감찰실장.
과장 : 김실장님.
감찰실장 : 선배님, 왜 이러세요. 말씀 낮추십시오.
감찰실장, 걸음을 멈추고 과장을 본다.
과장, 담배갑을 감찰실장에게 담배갑을 내밀며.
과장 : 담배 한 대 태우겠나?
감찰실장, 보좌관에게 먼저 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감찰실장 : 아 전 못합니다. 왜 저런 녀석을 감싸고 도시는 겁니까?
과장 : ...하여간 부탁해. 내 언제 이런 얘기 한적 있었나? 조금만 시간을 주게나. ...그 친구, 눈 앞에서 약혼잘 잃었어.
S#4. 청문회장
대협, 그자세 그대로 앉아있다. 시계가 1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감찰실장과 과장의 자리만 채워지지 않은 탁자.
대협의 등뒤로 보이는 시계 1시 45분을 지나고 있다. 위원들 옆사람과 소곤거린다.
대협의 등뒤로 보이는 시계 2시를 넘었다.
문열리는 소리 감찰실장이 자리로 들어와 앉는다. 과장이 이어 들어온다.
감찰실장 : 죄송합니다. 본건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은 보름후 24일, 이곳에서 내리기로 하겠습니다.
(과장과 대협을 바라보며) 장대협 경위에게는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정직을 명한다.
대협의 머리위로 울리는 망치소리 땅!...
대협, 과장을 쓱 바라본다. 과장, 대협은 아랑곳 없다는듯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S#5. 경찰서
로비 한구석의 게시판에 인사위원회의 결정사항이 붙어 있고 경찰들이 지나며 서로들 한마디씩 하는 분위기다.
백상호, 게시판 앞을 지나간다. 게시판을 보던 나형사 백상호를 발견하고 옆에 붙으며
나형사 : 장경위, 그사람 질기긴 되게 질겨요. 그정도면 바로 잘릴만도 한데....
뒤에서 누가 봐주는 사람이라도 있나? 아니면 돌보는 귀신이라도 하나...
백상호 : 시끄러!
백상호가 바라보는 저편에 과장이 걸어가고 있다.
S#6. 과장실 - 심리상태
대협, 서있고 과장, 문을 열고 들어오다 그를 발견한다.
과장 : 뭔가?
경례를 붙이며.
대협 : 고맙습니다.
자리로 가 앉으며,
과장 : 뭐가?
대협 : ....제 아버진 작은 시골의 파출소장이셨습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절 무등 태우시고 시장을 한바퀴 도시곤 하셨죠.
그때, 아버지와 인사하는 시장분들 얼굴이 전 정말 좋았습니다.
과장, 말없이 대협을 바라보다
과장 : 자네, 너무 감상적이야... 형산 말이야, 항상 교도소 담위를 걷는 거야. 교도소 담장 밖으로 떨어지면 다행이겠지만
담장안으로 떨어질땐 아무도 자네편은 없는거야.
과장 돌아 앉는다.
대협, 그 뒷모습에 경례를 붙이고 뒤돌아 나간다. 대협의 등뒤로.
과장 : 내 부탁하나 하지.
대협, 문손잡이를 잡은채 멈춰 섰다.
과장 : 푹 쉬게.
대협, 과장의 말이 끝나자 문을 열고 나간다.
S#7. 거리
대협, 고개를 숙이고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를 걷는다.
"소매치기야!" 소매치기, 백을 들고 사람들을 치며 쏜살같이 달려간다.
인파 속을 걷던 준희, 소매치기와 부딪치고 들고 있던 책과 가방을 떨어뜨린다.
소매치기 대협을 밀치고 달아난다.
준희와 대협, 부딪힌다. 짧은 순간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책이며 가방에서 쏟아진 물건들을 어지럽게 챙기는 준희. 그녀의 언밸런스하고 센스없는 옷차림과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준희가 막 주으려는 책을 밟고 지나가는 신발. 대협의 것이다..
준희 : (고개를 들어 대협을 쳐다보며) 어...
준희의 벌어진 입사이로 치열교정기가 보인다.
대협, 그냥 지나쳐 가던 방향으로 걸어간다. 준희의 의학원서 위로 찍힌 대협의 발자욱.
"소매치기야!", 소매치기를 쫓는 아줌마 준희의 물건들을 밟고 뛰어간다.
준희, 이리저리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는 물건들을 줍느라 경황이 없다.
준희는 아랑곳 없이 갈길만 가는 사람들 속으로 준희, 묻힌다.
S#8. 의대 건물
텅빈 복도를 헐래벌떡 뛰어가는 준희. "콩.콩.콩..." 발자국 소리가 천정에서 메아리 친다.
S#9. 실습실
문을 드르륵 열면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준희에게로 쏠린다.
강의를 하다말고 쳐다보는 교수. 준희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는 선화와 은주, 상열.
죄송하다는 듯 인사를하고 허둥거리다 메스등 의료기기들이 실린 밀차를 건드려 흐트러뜨린다.
준희, 미안한 마음에 가만히 서있다.
부검의 : 아주 상습적이구만...늦는게... (수첩을 펴보며) 실습 성적두 엉망. 준비두 엉망. 제대로 인게 하나도 없구만.
대체 자네머리속엔 뭐가 들어가 있는거야? 실력이 모자라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희.
부검의 : 무식하고 무능하고 실력없으면 알아서 포기해. 미련하게 버티는 건 미덕이 아니라 공해야 공해....
(준희의 차림새까지 짜증스러운 듯 훑어보며) 계속 그러구 서있을건가?
자리로 들어가는 준희.
은주 : (그런 준희를 보며) 어이구... 왕재수...
부검의 : 오늘 실습할 사체는 교통사고로 숨진 환자의 사체이기 때문에 상태가 깨끗하지 않으니까
각별히 유의하면서 절개를 하도록.... 자 시작하지.
긴장된 얼굴의 준희, 상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트를 걷어내면 험악한 상태로 죽은 사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놀란 얼굴로 억지로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의 준희. 은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알콜 묻은 솜을 준희에게 건네준다.
은주 : 야! 그쪽 부위 좀 닦아내.
은주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폭발할 것 간은 표정으로 시체를 바라보는 준희.
은주 : 얘... 뭐해?
참다 참다 끝내 사체위로 토악질을 하는 준희 맙소사 하는 표정의 은주와 선화, 상열.
S#10. 복도
같은조 아이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있는 준희, 창문 너머로 다른조 아이들이 실습을하고 있는걸 힐끗힐끗 쳐다 본다.
은주 :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이게 뭐야... 한두번두 아니구...
준희 : 미... 미안해...
한참 째려보는 은주, 쳐다보지도 않고 매몰차게 말을 끊으며
은주 : 도대체 말이 되냐...의대생이...시체를 무서워한다는게...
선화 : (준희를 째려보다가) 가자! 재수없어....
돌아서는 아이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희의 실루엣.
S#11. 까페
병맥주를 마시며 포켓볼을 치고있는 은주, 선화, 상열.
선화 : 걔네 엄마, 아빠가 다 의사랜다.
은주 : 아무리 엄마 아빠가 의사래두 그렇지... 적성 안맞으면 그만 둬얄거 아냐.
상열 : 됐어 그만해.
은주 : 야! 넌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왜그래? 걔땜에 우리가 얼마나 피 봤어? 생체학, 병리학,
하다못해 해부학의 그 변태교수한테까지... 하여간 한 번만 더 그래봐... 가만 안둘테니까...
까페안으로 들어와 두리번 거리는 준희, 선화 일행이 있는곳으로 온다.
상열 : 야, 야! 왔다, 왔어...
은주 : 으그... 왕재수... (큐대를 다이에 집어던지며) 가자 얘들아!
주춤거리는 상열.
은주 : 뭐해?
상열 : 으...응...
상열의 팔짱을 끼고 끌고 나가는 은주 준희를 밀치듯 비켜간다.
어색한 표정의 준희, 손을 들고 있던 콘서트 티켓이 바닥에 떨어진다. 티켓을 밟고 지나가는 은주 일행.
S#12. 대협의 집.
어두운 실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대협. 불을 켜면, 아직도 정리하다만 이삿짐들이 여기저기 어수선하게 놓여있다.
(선영이 죽은 이후 대협의 시계는 멈춰버린 상태)
대협, 표정 없이 보다가 다시 불을 끈다. 끄고 걸어 들어와 한쪽에 털썩 주저 앉는다.
한쪽에 놓여있는 전화기가 보인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응답기에서.
선영E : 안녕하세요. 장대협과 윤선영의 집입니다. 용건을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삐이- 소리)
다시 정적. 잠시 그대로 우두커니 앉아 있던 대협 벌떡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쿵! 닫히는 문.
S#13. 압구정 번화가 일각 (밤)
가게 앞에 세워진 달식의 차안. 봉구, 차 안에서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들을 감탄하며 바라보는데 누군가 시야를 가린다.
달식과 그의 팔짱을 끼고 서있는 여자1.
봉구 : (으잉? 해서 보면)
달식 : (문을 열어준다)
여자1 : (탄다)
봉구 : 으아아!
동시에 푸르르르....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여자 엉덩이에 깔려버리는 봉구.
봉구 : (운전석에 올라타는 달식에게) 함부로 여자 태우지 말랬지. 여긴 내 자리야!
달식 : 드라이브 하고 싶을 때 전화 때려. 그 자린 항상 비어있으니까.
봉구 : (동시에) 안 돼!
여자1 : (동시에) 좋아!
봉구 : 허! (기막혀 보면)
그런 봉구를 무시한 채 달식, 시동을 건다. 동시에 미친 듯이 움직이는 게시판의 바늘들.
재빨리 시동을 끄는 달식. 뭔일이냐는 듯 쳐다보는 여자1. 그 시선을 의식한 달식 의연하게 다시 한 번 시동을 거는데 똒같은 현상.
달식, 시동을 끈다. 끄더니 갑자기 불쾌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다. 여자1, ?해서 보면 차 본넷 앞에 선 달식.
달식 : 야! 나와. (반응이 없자 아주 간단한 손동작을 취한 뒤 본넷위에 대면)
쉬-익 소리와 함께 본넷에서 솟아오르는 폭주족 귀신. 그 요란한 외모와 함께 폭주족귀 빠라바라바라밤!
달식 : (기가 막혀 본다. 보며) 너 뭐야?
폭주족귀 : 오토바이에 싫증난 폭주족. (씩 웃고) 진작부터 이 차가 맘에 들었어. 그래서 찜했다. 불만 읎지?
차 안, 여자1의 시각. 달식, 허공을 향해 뭔가 말을 하고 있다. 여자 1, 이상한 표정으로 본다.
달식 : 나 너같은 잡귀하고 긴 말 안해. 다섯 셀동안 곱게 꺼져. 하나...둘....세엣...네엣
폭주족귀 : 부릉 부릉 부릉! (아랑곳하지 않은채 달식을 약올리자)
달식 : 다섯!
파직! 달식의 손가락 퇴마에 경련을 일으키는 폭주족 귀신. 동시에 덜덜덜 흔들리는 차.
안에 있던 여자1, 소스라치게 놀란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하나 둘 달식의 행동을 이상하다는 듯 본다.
달식, 힘을 모아 폭주족귀신을 몰아낸다. 점점 차에서 떨어져 나가는 폭주족 귀신.
폭주족귀 : 엄마야아아!!!
여자1 : (차가 점점 더 크게 흔들리자) 엄마아!
그 뒤로 보이는 봉구,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차의 흔들림으로 겁을 집어먹은 여자1, 계속 어쩔줄 몰라하는데 문득 뒤쪽에서 이상한 느낌이 느껴진다.
천천히 돌아보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인형.
봉구, 썰렁해져서 달식 흘겨본다.
달식 : 내가 제갈공명이면 저는 유비야. 삼고초려는 못할망정 저한테 귀인이 누군지는 알아봐야지...
봉구 : ?
S#15. 회상1. 대협의 집.
똑똑똑! 노크소리. 문이 열리고 달식의 웃는 얼굴이 드러난다.
방안에 아무렇게나 앉은 대협,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않은 달식.
달식 : ....그러니까, 너하고 나하곤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만났다 이거지.
대협, 무표정하게 달식을 본다.
달식 : (대협의 반응없는 얼굴에 속이타 앉은 자세를 바꾸며) 그러니까. 넌 내 도움을 받고 난 너를 도와줘야 하는 운명이다 이거야.
대협 : 뭘 도와준다는 거지?
달식 : 엉? 그게, 그러니까.... 그건 저도 아직..., 잘 모르겠다.
대협, 달식을 문밖으로 밀어낸다. 달식, 신도 재대로 신지 못하고 밀려나가며
달식 : 이봐. 너 자꾸 이러면 (문이 쿵하고 닫힌다) ...나한테 재수없는 일만 자꾸 일어난다구. 신발은 줘얄거 아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발이 날아와 얼굴을 때린다) 으이구!
S#16. 회상 2. 빵집 앞 도로.
차를 기다리는 대협.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달식의 차.
달식 : 이봐! 야- 이런데서 또 만나네. ...탈래? (건전하게 웃는데)
대협, 도착하는 버스에 얼른 올라타 버린다.
달식, 썰렁해서 보는데 시야 앞으로 나타나는 경찰.
경찰 : 버스 전용 차선 위반입니다. (딱지를 뗀다)
어이 없는 달식의 얼굴.
S#17. 다시 도로 (현실)
지렛대로 펑크난 쪽을 들어올리느라 핏대를 세우는 달식.
달식 : 내가 아무리 마음이 좋아두 체면이 있구 자존심이 있지. 너라면 또 찾아갈 수 있어?
봉구 : 어렵지...
달식 :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는 중이야. 정말루 도와줄 가치가 있는 놈인지 아닌지...
봉구 : 그래두 징조가 영....
달식 : 그냥 일진이 나쁜거야. 신경 쓸 거 없어. (하다가) 으앗! (손을 다친다. 얼른 흔들고 입으로 불고 야단을 치자)
봉구 : 역시. 징조가 안 좋아.
달식, 신경질적으로 홱 노려보는데 울리는 핸드폰. 아픈 표정으로 받아들고
달식 : 여보세요. 누구? (순간 얼른 밝아지며) 재영이? 서재영?
봉구, 흘끗 보면.
달식 : 짜식 오랜만이네. 아 괜찮지 그럼. 알았어 당장 갈게. (하는데 쿵! 내려앉는 지렛대. 빠져버리는 바퀴를 보더니)
어... 당장말구 한 30분 쯤 뒤에...
달식, 전화를 끊고 나서 혼자 씩 웃는다.
봉구, 빠진 바퀴를 보면서 달식을 기가찬 듯 본다.
S#18. 편의점
대협, 거리를 바라보며 편의점에 앉아있다. 오가는 사람들 편의점 문열리는 소리, 딸랑딸랑.
선영의 소리(O.S) : 대협씨 빨리 왔네.
고개를 휙 돌리면 왠 여자가 왠 남자랑 팔짱을끼고 나간다.
대협, 주머니에서 워크맨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대협,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오가는 사람들. 자전거를 탄 선영이 이리로 달려오고 있다.
대협 자리에서 일어선다. 자전거가 편의점 앞에 멈추고 내리는 여자는 다른 얼굴이다.
대협, 고개를 숙이고 워크맨의 볼륨을 높인다. 잠시후 자리에서 일어서는 대협 편의점을 나선다.
S#19. 편의점 앞 거리 (밤)
대협, 담배 한개비를 꺼내 입에 무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입에 문 답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라이터의 불꽃이 담배끝으로 끌려간다. 서서히 연기를 피워 올리는 담배.
대협, 비는 아랑곳없이 담배를 감싸 쥐고 깊게 들이마시며 비를 피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사람들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선영. 이쪽으로 오고 있다.
대협,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뜨면 선영이 아니다. 대협, 담배를 한모금 깊이 들이킨다.
"따릉, 따릉" 경적을 울리며,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재영.
대협 재영을 바라본다. 대협, 긴머리 선영으로 보인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대협. 짧은 머리 선영(재영)의 자전거가 저편으로 달려간다.
대협, 몸이 굳어버린 듯 시선만 재영의 뒤를 쫓는다. 멍하니 바라보던 대협, 쫓아뛰기 시작한다.
S#20. 신도림 역 앞
대협이 빗속을 뚫고 역을 향해 달려온다.
재영, 역 출입구 옆의 자전거 보관소에 막 자전거를 세운뒤다.
대협, 달려간다. 재영, 입구로 사라진다. 대협 달려간다.
S#21. 신도림역 안
사람들이 별로 없는 역안에 대협이 뛰어 들어온다. 두리번거리는 대협.
이제 막 전철이 도착했는지 수 많은 사람들이 대협을 향해 밀려온다. 사람들을 헤치며 미친 듯이 둘러본다. 그러나 없다.
대협, 일단 서둘러 표를 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선다. 대협, 표를 밀어 넣고 달려와 두리번 거리는데
선영 막 코너를 돌아 1호선 승강장 팻말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고 있다.
대협 뛰어간다. 서너개나 되는 승강장 통로. 대협 잠시망설이다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는 쪽으로 뛰어 올라간다.
S#22. 플랫폼안
지하철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그 위로 뛰어올라오는 대협.
기차가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 일제히 노란선쪽으로 움직인다.
마음기 급해진 대협, 미친 듯이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해본다.
바람을 일으키며 안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문이 열리고 올라타는 사람들.
미처 확인도 하기 전에 문은 닫히고 혼자 남는 대협. 망연히 떠나는 지하철을 본다.
S#23. 당구장
재영 : 나두? (계속 공을 친다)
달식 : 물론이지.
재영 : 어떻게? ( 마지막 공을 넣는다)
달식 : 예를 들어 악파로 살다 죽은 사람이 있다쳐. 그러면 그 사람이 남긴 물건들도 추하고 기분나쁘게 느껴지는거야.
재영 : (큣대를 접으며) 그런 거 말구 나두 귀신같은 거 볼 수 있냐구?
달식 : 겁도 없이 여자애가... 보구 싶냐?
재영 : (재촉하듯) 어!
달식 : (갑자기 목이 마른 듯 딴청을 부리며) 근데 아까부터 왜이리 목이 깔깔하냐...?
재영 : 알았어. 알았어. 그래두 너가 졌으니까 게임비는 너가 내는 거다.
S#24. 까페 안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재영과 달식. 달식 앞에 보기에도 요란뻑쩍하게 모양을 낸 파르페가 놓여져있다.
달식 : 요즘 사람들은 제사를 초저녁에 지내기도 하지만 예전엔 자시에 지냈어.
그때가 영파가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재영 : (끼어들며) 자시가 11시부터 1시까지 맞냐?
달식 : 음... 태양계 순리상 그 시간대에 음기가 가장 많이 날라오거든. 영파가 음기 좋아한다는건 알지?
재영 : 어!
달식 : 영파가 가장 편한 시간에 제주가 제사를 지내고... 이때 진심으로 영파를 대하면 가족들에게두 좋은 파장을 주지.
사람이든 귀신이든 좋게 대하면 좋게 돌아오는 법이야.
재영 : 그래... 건 그렇고... 본론에 들어가야지.
달식 : (짐짓 뜸을 들이며) 본론이 뭔데?
재영 : (달식의 파르페를 톡톡치며) 귀신... 어떻게 보니?
달식 : (그제야 생각난 듯 짐짓 과장스럽게) 아, 참. 그렇지? 음... 제사를 지낼 때 말야...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 뒤에....
제사에 집중을 하는거야.
재영 :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달식 : 그리고 뇌파를 7헤르츠 이하로 낮추는 거야. 이때 밝은 불은 끄고 촛불만 켜놔. 그러면 하얀 옷을 입은 영파가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건드리는 게 보여. 영파가 강하면 실제로 음식이 흐트러지기도 하구...
재영 : 뇌파를 낮춘다는게 뭐야, 어떻게 하는거야? (더욱 진지하게)
달식 : (느긋하게 파르페를 마시며) 음... 그게 문제구만... 나랑 딱 100일만 같이 살면서 기공훈련만 해도 그 정돈 되는데...
재영 : (째려보며) 뭐?...완전히 사기 당한 것같군. (실망한 듯 툴툴거리며) 건 그렇다구 치구 제사는 왜 삼대까지만 지내는건데?
달식 : 영파두 삼대 이상 가면 약발이 떨어져서 힘이 없어. 아무런 영향도 못 주지...
재영 : ...... (끄덕이며) 모든게 다 이유가 있는 법이구나...... 근데 아까 얘기 말야, 달식아?
달식 : 뭐?
재영 : 그 귀신말야... 연쇄 살인...
달식 : 응? 어... 그거...
재영 : 장대협이한테 원한이 있는데 왜 애꿎은 약혼녀를 죽인거야?
달식 : 거야 귀신맘이지.
재영 : ......, 그 장대협이란 사람은 잘 살구 있니?
달식 : (생각하듯 가만히 있다가) 참 너 파스타 같은거 좋아하지 않냐? 우리 그거 먹으러 갈까?
재영 : 이상하다, 너.
달식 : 봐주라. 오늘 일진이 좀 않좋아. 왜 있잖어. 뒤루 넘어져두 코깨지는 날. 오늘이 그래.
재영 : 그럼 집에 있잖구?
달식 : 다른 거라믄 몰라두 우리 재영이가 보자는데 코가 아니라 코할아버지가 깨져두 나와아지.
재영, 피식 웃는다.
달식 : (힐끗 보며) 감동했냐?
재영 : (본다. 잠시 한심한 듯 보더니) 파스타 말구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
S#25. 삼겹살 집.
재영, 지글지글 타오르는 고기를 상추에 싸서 맛있게 먹는다. 달식이 따라주는 소주까지 쪽 마시고
재영 : 야. (잔을 내민다)
달식 : 정말 안한다니까.
재영 : 한잔 마신다구 죽냐?
달식 : 그래두 금기는 금기야. 술, 담배, 돼지고기는 절대 안돼.
재영 : (빤히보며) 참 알다가두 모르겠어. (달식이 ?하고 쳐다 보면) 되는대루 아무렇게나 사는 거 같은데.
지킬거하나는 칼같이 지키거든?
달식 : 영파를 다루는 사람이 이 정도 공은 들여야지... 안그랬다간 악기 들기 쉽상이니까. 항상 좋은 맘 먹구 자기 절제해야지
사람이든 귀신이든 말이 먹힐 것 같지 않냐?
재영 : (웃어주며) 이럴 땐 제법 기특하다.
달식 : 그래서 반했니?
재영 : (무시하고) 내일은 시간 어떠니?
달식 : 내가 그렇게 좋아? 이젠 매일 보는거야?
재영 : 장대협이란 사람 말야.
달식, ?쳐다보면.
S#26. 사체실
부검의, 치밀어 오르는 불쾌함으로 보다가 순간 뒷통수에서 미지근한 것이 흐른다. 만져보면 피다.
S#30. 경찰서 사무실
과장, 막 출근하는데 막 수화기를 내리며
백상호 : 서장님이 좀 보시잡니다.
과장, 뭔일인가 바라보면
백상호 : (몸을 돌리며) 장대협이가 또 사고친 모양입니다.
백상호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과장의 얼굴이 굳는다.
S#31. 경찰서 복도 (다음날 오전)
서장실에서 나오는 과장. 인상이 좋지 않다.
담배를 빼 무는 과장, 라이터를 찾지만 없다. 담배를 문채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뿜듯 한숨을 토한다.
S#32. 한적한 공원
대협, 다가와 앉으며 과장에게 인사한다.
과장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대협 : ......
과장, 대협에게 잔을 권하며 직접 따라준다. 자신의 빈잔은 손수 채우고 과장 마셔 대협과 과장, 술잔을 비운다.
과장, 대협의 빈잔을 채워주며.
과장 : 자네, 어제 부검의 찾아갔었나?
대협 : ......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과장 : ......, 왜 갔나?
대협 : ....
자신의 잔을 채워 비우며.
과장 : 자네 심정 이해해. ... 하지만, 멀쩡한 부검의 찾아가서 다짜고짜 패는건 잘하는 짓이 아니야.
바에 올려진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과장. 대협, 라이타로 불을 붙여준다.
과장 : 고마워. (자신의 잔을 다시 채우며) 자네 지금 정직이야. 낼모레면 자네 경찰인생이 끝나느냐 마느냐가 결판이 나.
정말 잘리고 싶나?
대협 : ....... 죄송합니다.
한잔 더 비우고.
과장 : 당장 찾아가 사과해. 알았지?
대협 : ...
과장, 대협을 바라보다 병을 든다. 비었다.
과장 : (대협을 보고)
대협, 자신의 잔을 천천히 비운다.
왠일인지 거나하게 취한 과장, 대협은 그에 비해 멀쩡하다.
과장 : 자네 나한테, 왜 경찰이 됐냐고 물었었지? 그때는 생각이 안났었는데 말이야....꺽. ... 방금전에 생각이 났어....
나도 말이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어.... 예쁜 여자였지. 얼굴도 마음씨도 정말 예뻤지... (허탈하게 웃는다)
근데 그여자가 경찰이 멋있다는 거야. 큭큭큭... 그 거지 벙거지 거튼 경찰모가 멋있어 보인데나...
대협, 과장을 말없이 바라본다. 잔을 비운다.
과장 : 그래서 경찰이 됐어. 그래서 말이야... (빈잔을 들이키다가) 이봐! 여기 한잔 따라봐. 사내 새끼가 말이야... 여자 땜에...
대협, 과장의 잔을 채운다. 과장, 머리를 벤치에 박고 잠든다.
과장 : 여자땜에....말이야....
대협, 자신의 빈잔에 술을 채운다. 그리고 마신다.
S#33. 화장실
가운을 걸쳐 입은채 거울을보며 다짐을 하는 준희.
준희 : 잘 할수 있어...잘 할수 있어...
이때 수업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
S#34. 복도
게시판에 붙은 해부학 실습 조편성표를 보고있는 은주 일행.
은주 : 또 왕재수랑 같은 조야?
선화 : 아휴... 귀신은 다 뭐하나? 왕재수 안 잡아가고...
상열 : 들어가자.
S#35. 해부학 실습실
일찍 와 자리를 잡고 있는 준희에게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은주일행.
은주 : (일찍 와 있는 준희를 쳐다보며) 오늘은 왠일이야...
뒤통수에 반창고를 붙인 부검의, 짜증스런 얼굴로 학생들을 꾸중하고 있다.
부검의 : 늬들 그딴 정신자세로 할려면 하지마. 지금 세상에 쎄고 쎈게 의사야....
상열 : (작은 목소리로) 저 변태 왜 저래?
은주 : (역시 작은 목소리로) 뒷통수. 반창고...
부검의 : 누구야? 떠드는게... (좌중을 쳐다보면 움찔하는 학생들)
경멸의 눈빛으로 준희를 쳐다보는 은주일행.
은주 : 이준희. 이번 실습 또 망치면 알아서 해.
묵묵히 수술용 장갑을 끼는 준희. 코에 후각 마취제까지 바른다.
선화 : (은주에게 귓속말로) 주제에... 단단히 준비 했는데...
시트를 걷어내는 상열. 드러나는 지승돈의 시체, 준희 섬뜻한 얼굴로 쳐다본다.
총알자국으로 피떡이 되어 있는 지승돈이 시체 부검의 다가와서
부검의 : 이 사체는 심장이 많이 손상됐으니까 간 위주로 절개를 하도록 해...
은주가 메스를 들어 절개를 하려하자 부검의가 은주 옆에 서서 집도법을 천천히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은근히 신체접촉을 하는 부검의. 준희, 얼른 시선을 돌리면.
부검의 : 아니 아니... 이렇게 말야... 그렇지... 그런 다음에... 이렇게... 그래.
부검의와 시선이 마주치는 준희, 부검의 재수없다는 듯 인상을찡그리며 다른 조로 이동한다.
선화 :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지 않니?
상열 : 원래 시체들은 다 비슷비슷해. 수분도 없고 혈색도 없고. 그리고 영혼도 없지.
은주 : 어떤 사람이었을까? 범죄자, 아님 경찰?
상열 : 그게 그거지 뭐... 어쨋든 지금은 해부용 실습재료야.
그러더니 메스로 가슴을 쭉 긋는다. 메스꺼움을 참는 준희.
은주 : 겸자!
상열과 선화, 겸자로 열린 피부조직을 잡아당겨 고정한다. 지승돈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는 준희.
상열 : 젠장! 꼭 금방 죽은 사람 같애!... 사망날짜가 언제야?
은주 : (카드를 보며) 이주일전.
선화 : 시반현상두 없는데... 특이한 케이스야.
은주 : (잘 됐다 싶은 표정으로) 자! 이젠 니가 해봐!
준희, 긴장된 얼굴로 지승돈을 쳐다보다가 뒤늦게
준희 : 으...응... 뭐라구?
은주 :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자! 간을 도려 내라구...
신경질적으로 메스를 건네준다.
긴장을하는 준희, 메스를 들고 천천히 간 쪽으로 메스를 들이 대는데, 갑자기 승돈의 간이 뛰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는 준희.
은주 : 뭐해!
다시 쳐다보면 움직이지않고 있다. 떨리는 손으로 간에 메스를 대어 막 도려내려는 찰라 감겨져 있던 승돈의 눈이 번쩍 떠진다.
기겁을 하는 준희, 메스가 그대로 간에 꽂힌다. 일순! 쭉 뿜어져 나오는 피 놀라는 학생들, 뒤로 물러선다.
은주 : 이 바보... 정말...
멍하니 서있는 준희에게로 온통 핏물이 튄다.
준희 : (넋이 나간 얼굴로) 시체가 눈을 떴어... 눈을 떴다구...
부검의 : 뭣들 하는거야 도대체...
엉망이 되는 해부 실습시간.
S#36. 교수실
꾸중을 듣는 준희와 은주일행. 준희는 아직도 핏물을뒤집어 쓰고 있는 상태이다.
교수 : 니들 다 유급이야... 알았어?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놀라는 은주 일행.
은주 : (항변하듯이) 교수님... 저흰...
교수 : 이게 벌써 몇번째야. 니네조만 그래. 니네 조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나가!
은주 : (매달리듯이) 교수님!
교수 :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가!
S#37. 락커룸
히스테리칼하게 자기 락커에서 사물을 꺼내는 은주. 준희, 고개를 숙인채 가만히 서있다.
선화 : (눈물을 글썽거리며) 왜 너땜에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지?
은주 : (폭발하듯이) 이게 뭐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왜 너땜에 우리까지 유급을 당해야 하는거야.
도대체 왜그래? 무슨 원수가 졌다고.
상열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담배만 피어물고 있다.
준희 : 미...미안해...
은주 : (치를 떨며) 그 미안하다는 소리...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너 정말 우리한테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 (다긋치듯)
고개를 끄떡거리는 준희.
은주 : (준희의 락커에서 소지품을 끄집어내 팽개치며) 그럼 제발 우리 눈앞에서 좀 사라져줘. 부탁이야...
말리는 상열.
상열 : 이젠 됐어.
은주 : (뿌리치며) 니넨 속도 없냐? 이게 뭐야? 뼈빠지게 공부했는데 이런 멍청이 땜에...
S#38. 해부실
지승돈의 시체를 살펴보는 부검의.
부검의 : 20년동안 해부를 해왔지만 이런 케이슨 처음이야. 사망한지 2주면... 벌써 혈액이 굳어버렸을 텐데 말이지.
(살펴본 뒤 장갑을 벗으며) 내일 내가 직접 해부해 볼테니까 그대로 둬.
여조교 : 네. (시트를 지승돈의 머리위로 씌운다)
순간 부검의 시선, 여조교의 가슴쪽으로 간다. 파인 웃옷으로 살짝 드러나는 가슴.
부검의 : 조교. 오늘 저녁시간 괜찮나?
그러면서 여조교의 엉덩이를 쓱 한 번 만진다. 여조교, 눈을 아래로 내리깐다.
여조교 : (곤혹스러움을 참으며) 시키실 일이라두...
부검의 : 자네두 대학에 남으려면 추천장도 필요할거고...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 얘기 좀 하지.
여조교 : ...네...
부검의, 만족한 웃음을 짓고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여조교 기분 더럽게 쳐다보나. 그의 뒷통수에 우스꽝스럽게 붙혀진 반창고.
여조교, 작게 한숨을 내쉬고 따라 나간다. 그 뒤로 남겨진 지승돈의 시체.
S#39. 식당
한쪽 구석에서 울며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준희.
들어오던 은주 일행,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본다.
선화 : 재 좀봐... 저러구도 밥이 넘어갈까?
은주 : 환장하겠어... 쟤만 보면...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 자, 모여봐!
선화 : 뭐 좋은 수라도 있어?
은주 :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수를 내야지...
S#40. 달식의 집
바람에 흔들리는 천정에 매달린 풍경. 단전호흡 자세로 명상중인 달식의 얼굴.
#인서트 - 대협을 향해 달려들던 검은 기운. 달식의 표정이 일순 흔들리는데.
E. 따르르릉! (전화벨소리)
동시에 번쩍 눈을 뜨는 달식. 땀까지 송글송글 맺힌 상태에서 가쁜 듯 숨을 몰아쉬며 본다.
계속해서 울려대자 달식, 전화선을 아예 뽑아버린다.
이번엔 핸드폰소리.
달식, 핸드폰마저 꺼버린다. 다시 고요... 흔들리는 풍경소리.
S#41. 재영의 오피스텔
고전적인 공포영화 포스터와 각종 부적들, 고대제의에 사용되었을 법한 도구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는 실내.
컴퓨터들이 서너대 긴 탁자위에 놓여 있다. 모니터에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떠 있고 그중 하나는 웹진, "고스트"의 것이다.
준희, 워드프로그램이 뜬 모니터 앞에서 다리를 탁자위에 올리고선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
소리(F) : 수신자가 전원을 꺼논 상태거나 착신이 되지 않습니다.
재영, 다리를 책상에서 내리며 마지목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한동안 수화기를 쳐다본다.
그러다 옆에 있던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더니 다시 수화기를 집어든다. 번호를 누르고 잠시 후.
소리 : 서초 경찰섭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재영 : 네에 저... 장대협 형사님을 찾는데요.
S#42. 거리
대협, 이어폰을 귀에 꽂고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대협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음.
멍하니 지나가는 대협을 바라보는 사람들 엄마손을 잡고 지나던 꼬마, 대협의 바지춤을 잡아 당긴다.
꼬마 : 아저씨, 전화왔어요.
대협, 걸음을 멈추고 한쪽 이어폰을 빼자 핸드폰 신호음이 들린다.
대협 : 고맙다.
꼬마에게 쓸쓸하게 웃어보이곤 핸드폰을 귀에 댄다.
대협 : 여보세요
가슴께 늘어진 이어폰에서 선영이 우울할 때 듣던 음악이 흘러나온다.
S#43. 공중전화부스 안.
부스안의 재영. 부스옆에 자전거가 서있다.
재영 : 안녕하세요. 저는 인터넷 웹진, "고스트"의 기자, 서재영이라구 합니다.
대협 : ......
재영 : (말이없자) ... 저기, 차달식이라구 아시죠? 친구예요.
대협F : 무슨 일입니까?
재영 : 시간 좀 내 주시겠어요? 탈옥범, 지승돈 사건과 관련해서 취재를... (하는데)
뚜우...끊어지는 소리, 재영, 수화기를 본다.
S#44. 거리
대협, 고개를 돌리면 웨딩샾 쇼윈도 앞이다.
대협, 한동안 멍하니 웨딩드레스를 바라보다가 뺏던 한쪽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는다. 몇발짝 걷는다. 선다.
워크맨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 리와인드 버튼을 누르는 대협. 대협, 다시 천천히 걸어간다.
S#45. 편의점 앞
자전거를 끌고 편의점 앞을 천천히 지나가는 재영.
재영, 작은 한숨과 함께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다. 하늘에 보름달이 떠있다.
S#46. 달식의 집 (밤)
혼자 창가에 앉아 있는 달식. 창상위의 켜진 컴퓨터 모니터엔 알 수 없는 문양과 문자로 가득차 있다.
달식 말없이 모니터를 바라본다.
S#47. 골목 일각 (밤) - 세운상가
재영, 힘없이 자전거를 끌고 오는데
골목길 어두운 저쪽에서 서너명의 아이들한테 집단구타를 당하고 있는 아이. 모두 고등학생쯤으로 보인다.
재영, 얼른 주위를 둘러보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생각난 듯.
가방안을 부시럭 거리더니 호루라기를 꺼내 불기 시작한다.
갑자기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에 폭력배 학생들, 재빨리 때리던 아이를 밀치고는 후다닥 도망친다.
재영,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구석에 쓰러진 소년, 아픈 듯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재영 : 엄청 깨졌구나. 혼자 일어날 수 있니?
소년, 흘끗 보더니 천천히 일어선다.
재영 : 다행이다. 바래다줘야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러면서 흙을 털어준다)
재영을 보던 소년, 순간 경계의 눈빛으로 뒤쪽을 본다. 재영, ?해서 같이 돌아보다가 멈칫.
어느새 돌아와 뒤쪽에 서 있는 폭력배들.
재영, 스치는 두려움으로 그들을 본다.
대협, 재영의 자전거를 지나치려는데 소년이 튕겨지듯 골목에서 날아와 자전거에 부딪힌다. 자전거와 함께 뒹구는 소년.
대협, 힐끗 골목안을 바라본다. 고딩들에 둘러쌓여 한쪽으로 도망치는 재영. (어두워서 얼굴은 볼 수 없고)
재영, 금새 붙들리고 만다. 폭력학생1, 재영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순간 그 주먹을 막는 또 다른 손.
동시에 폭력학생1의 턱으로 날아드는 주먹. 대협이다.
폭력학생1 저쪽으로 나가 떨어진다. 그 뒤쪽으로 대협을 본 다른 학생들 후다닥 달아나버린다.
대협, 얼른 재영을 부축해 일으킨다. 그러자 있는 힘을 다해 때리고 뿌리치는 재영.
대협, 두 팔을 꼭 붙잡고.
대협 : ......, 경찰입니다. 이젠 괜찮아요.
재영 : ! (그제야 고개를 들어본다)
순간 숨이 막힐 듯 크게 놀라는 대협. 얼이 빠진 표정으로 대협을 바라보는 재영. 그렇게 마주보는 두 사람.
어느정도 진정한 재영.
재영 : (워크맨에 사복인 대협을 보고) ...당신, 정말 경찰 맞아요?
S#48. 달식의 집
쨍그랑! 바닥에 컵이 떨어진다.
야구중계를 보며 방망이 휘두르는 폼을 잡던 봉구,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면 식탁에 손을 짚고 서 있는 달식.
봉구 : 뭐야? 이번에 컵이야? 이러다 집안 살림 다 부시겠다. (하면서 달식을 보는데)
달식, 아무 말도 없이 표정이 창백하다.
봉구 : 달식아, 왜 그래?
달식 : 가슴이... 가슴이 저려서...
봉구 : 가슴이? (얼른 달식의 가슴에 귀를 대보더니) 멀쩡한데?
달식, 순간 전화기쪽으로 간다. 그 바람에 넘어질 뻔한 봉구, 달식을 쳐다보면 달식,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른다.
S#49. 병원 응급실
한쪽에 놓인 재영의 가방안에서 진동하는 호출기. 저 옆으로 앉아 있는 재영.
재영 : 살살 좀 해줄래요?
간호사,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약을 다 바른다.
재영 : 진짜 X-RAY 안 찍어두 되는거예요? 허리가 심상치 않은데...
간호사 : 간단한 타박상 이예요. 바르는 약 줄테니까 갈 때 타가세요. (나가버린다)
재영, 정말 괜찮은지 몸을 움직여 보다가 문득 대협을 본다. 대협, 계속 재영을 쳐다보고 있다.
재영 : 왜요? 목격자 진술 필요하세요?
대협 : 아...네...
대협, 안주머니를 뒤지다가, 병원 책상위의 매모지를 집어든다.
재영 : (그꼴을 보며, 이상한 경찰이군, 볼펜을 내밀며) 여기요. 그러니까 내가 길을 지나는데 선량한 학생 한명이
난폭한 학생 네명한테 맞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도와주려다가...이렇게 된거죠... (본다) 그게 다예요.
대협, 말하는 재영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다.
재영 : 다시... 설명 드려요?
대협 : 저...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재영 : 부모님은 시골에서 부부교사를 하시구요. 군대 가있는 남동생이 하나 있어요.
대협 : 다른 형제는요? 언니라든가 여동생...
재영 : 없어요. 여자하나 남자하나. 딱 남매예요...
대협 : 이름은요?
재영 : 누구요? 남동생이요?
대협 : 본인이름.
재영 : 아, 내 이름. 서재영이에요. 서, 재, 영...
대협 : (서재영?) 혹시 하는 일이...
재영 : 기자예요. 웹진, '고스트'라구...
대협, 순간 스치는 실망감. 전화를 기억한다.
재영 : (알아채지 못한채) 요즘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이예요. 혹시 들어 보신 적 있나요?
대협 : 협조... 감사합니다.
재영 : 근데 아저씬 이름이 뭐예요?
대협 : ..........
재영 : 도와주셨는데 이름은 알아둬야잖아요. 뭐예요?
대협, 받아넣고 그대로 나가려는데
재영 : 안 알려주실거예요?
대협, 걸음을 멈춘다. 잠시 간격을 두고 다시 돌아보며
대협 : 내가... 장대협입니다.
재영 : (일순 변하는 표정) !
대협, 그대로 나가버린다. 재영,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재영 : 저기요! 잠깐만요.
허둥지둥 가방을 챙겨 침대에서 내려서다가 삐끗! 그대로 쿵! 떨어진다.
S#50. 대협의 집
어두운 안으로 들어서는 대협. 항상 앉던 자리에 앉는다. 잠시 앉아 있더니 다시 자동응답기의 버튼을 누른다.
흘러나오는 선영의 목소리.
선영E : 안녕하세요. 장대협과 윤선영의 집입니다. 용건을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삐-이)
대협, 천천히 수화기를 든다. 들고 한참만에
대협 : 선영아. 넌 줄 알았어. 니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어.
정적....FADE-OUT
S#51. 의대 도서관 -밤
공부를 하고 있는 준희 상열, 들어와 주변을 살펴보다 준희를 발견하고는 다가간다.
상열 : 열심히네...
준희 : 어? 상열이구나.
상열 : 미안하지만 잠깐 나 좀 도와줄래.
멀리 출입문 쪽에서 이 모습을 보며 킥킥 거리는 은주와 선화, 사라진다.
S#52. 복도
경비, 쭉 둘러보며 오는데 한쪽에서 불빛이 흘러 나온다. 다가가서 노크를 한 뒤 문을 열면 부검의,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경비 : 아이구 교수님. 오늘은 일이 많으신가봐요.
부검의 : 네. 좀 늦어질겁니다.
경비 : 네에 그럼. (가볍게 목례를 하고 문을 닫는다. 반대편으로 멀어지면)
S#53. 부검의 교수실
경비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조용히 옆문이 열리며 여조교가 들어온다.
부검의, 조용히 책을 덮으며 그 여조교를 본다.
S#54. 다른 복도 일각.
경비, 쭉 걸어오면서 차례차례 소등을 한다. 플랫쉬를 켜고 지나오는데 어디선가 소리가 난다. 멈칫해서 돌아본다.
쭉 플랫쉬를 비춰보면? 정적....FADE-OUT
S#. 대협의 집 앞
멱살을 잡아 문밖으로 끌고 나간다.
달식 : 너하구 지승돈.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어쩔래?
대협 : ?
달식 :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쪽에서 안 끝냈어.
대협 : (달식의 신발을 집어 던지며) 헛소리 하지마. 그 자식은 죽었어.
달식 : 몸만 죽은거야.
대협 : (본다. 보더니) 미쳤구나. 지금 나더러 그걸 믿으라는거야?
달식 : 니 눈으로 직접 확인했잖아. 그때 니 약혼녀를 죽인거. 그게 뭐였다구 생각해.
대협 : (순간 달식의 멱살을 콱! 움켜쥔다. 금방이라도 죽일 듯 보면) 너 나한테 왜 이래!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달식 : (차분히 보며) 그냥 업이라구 해두자. 전생에 진 빚을 지금 갚는 거라구.
동시에 퍽! 달식의 턱이 돌아가도록 주먹을 휘두른다. 쳐박히는 달식.
대협 : (노려보며) 이걸루 됐어. 이젠 남은 빚 없으니가. 다신 나타나지마.
대협, 문을 쾅 닫는다. 달식, 누운채로 터진 입술을 만져본다. 아프다.
S#66. 의대 전경.
속속들이 도착하는 경찰차들.
S#67. 복도
멀찌감치 노란바리선을 두르는 경찰들.
사람들틈에 보이는 상열, 은주, 선화 각자 조금씩은 흥분된 표정으로 안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그 한쪽으로 과장을 비롯한 백상호 등등이 주르르 안으로 들어오고 있고. 경찰들,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내준다.
S#68. 해부실습실 안.
안으로 들어서는 과장과 백상호 일행.
과장 : 현장은...
나형사 : 발견 당시 그대롭니다. (한쪽을 가리킨다)
그 냉정함에 과장은 물론 백상호의 표정까지도 흔들리고 만다.
해부용 수술침대위에 처참하게 파헤쳐져 있는 부검의의 모습.
피부조직에서부터 장기에 이르기까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성한곳 없이 칼질이 되었다.
과장, 얼른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한쪽으로 FRAME-OUT. 백상호, 끝까지 쳐다본다.
<시간경과> 검시관들 및 관계자들,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가운데
여조교 : 종종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셨어요.
백상호 : 평소랑 다른 점은 없었습니까.
여조교, 고개를 가로 젓는다.
백상호 : 최근 교수님과 심하게 다투거나 원한을 살만한 사람들과의 접촉은요?
여조교 : (고개를 가로젓다가) 엊그제 형사라는 분이 갑자기 찾아와서 소란을 일으킨 거 말구는...
그 말에 백상호, 눈빛이 번쩍인다. 감식반원과함께 지문채취를 하고 있는 나형사쪽을 바라보며.
백상호 : (보며) 어때 그 쪽은.
나형사 : 학생들이 워낙 많이 드나드는 장소라, 지문 검색은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요.
백상호 : 특별히 이상한 점은?
나형사 : 아직까지는요.... 범인은 왼손잡인거 같습니다. 그러구보니 장경위도 왼손잡이잖아요.
백상호 : 일단 주변인물부터 살펴봐. 그리고 어제 맨 마지막에 본 사람이 누군지도 찾아보구.
여조교 : (순간 뜨끔하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은채) 그럼 전...
백상호 : 가보셔도 됩니다. 연락처 남겨주시는거 잊지 마시구요.
여조교, 나형사와 함께 한쪽으로 가면 백상호,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린다.
S#69. 교내 복도 일각.
부검의 사건을 두고 술렁이는 교내. 창가에 자리잡고 선 상열, 은주, 선화 뭔가 자기들끼리 얘길 나누고 있다.
상열 : 어제 분명히 실습실에 준희가 있었어.
선화 : 그럼, 준희가 죽인거야?
은주 : 그 시체도 못자르는 애가 사람을 어떻게 죽여?
선화 : 그럼 누가 죽었을까?
상열 : 하여간 우린 준희가 실습실에 있었던 거 모르는 거야. 알았지?
선화 : 왜?
은주 : 한 년 처치했더니 다음은 니 차례냐? 우리가 준희 그렇게 한거 학교에서 알아봐. 우린 퇴학이야.
상열 : 그래. 명심해. 우린 어제밤 학교에 없었던거야. 우리 셋은 나이트클럽에 있었던거야. 알았지?.
고개를 끄덕이던 선화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다.
저편에서 걸어오는 준희. 환골탈태, 확실히 어딘지 차갑고 냉소적인 분위기로 학생들 앞을 지나친다.
상열 등, 멍하니 있는데 준희, 그들에게 눈을 맞추고 지나쳐간다.
상열 : ...준희야....
은주와 선화 몸이 얼어 붙는 듯하다. 상열 등, 준희를 보는 가운데 그들의 수군거림을 들었다는 듯,
준희의 창백한 얼굴 위로 싸늘한 조소가 어린다.
S#70. 지하 주차장
차에서 내리는 은주,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은주,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른다. 뭔가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야웅-", 하며 고양이가 지나간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은주 엘리베이터를 탄다. 1층, 2층, 3층, ......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표시등.
S#71. 7층 복도
엘리베이터 문이 보인다. 표시 등에 4층이 표시되고 잠시 변화가 없다.
한참 있다가 5층, 6층, 7층에서 땡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텅빈 엘리베이터 안쪽 벽이 나타난다.
서서히 아래로 시선을 옮기면 벽에 붉은 피가 묻어 있고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기댄채 눈알이 빠졌는지 눈이 푹꺼진, 얼굴과 온몸이 피범벅이 된채 숨져있는 은주의 모습이 보인다.
S#72. 대협의 집, 현관
커텐이 쳐진채 어두컴컴한 실내 대협,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 있다. 초인종 소리 딩동딩동딩동.
대협, 몇번 뒹굴다 꺼칠한 얼굴을 든다. 대협, 부시시한 몰골로 걸어나간다.
대협 : (문을 열며) 누구세요?
빛과함께 쏫아져 들어오는 얼굴 하나. 대협, 눈을 찌푸리고 쳐다보니 백상호다.
커텐이 걷혀진 실내. 어수선하다. 대협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고 백상호 방안을 서성인다.
대협 : (쳐다보지도 않고) 무슨 일이십니까?
백상호 : (그런 대협을 보며) 한국의대 홍정기 박사가 죽었어.
대협 : (여전히쳐다보지 않고) 홍정기가 누굽니까?
백상호 : 알텐데?
대협, 고개를 들어 창가의 백상호를 바라본다.
백상호 : (대협과 선영이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자네 약혼녀 부검한 의사야.
대협 :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요?
백상호 : (시선을 다시 대협에게 돌리며) 어제 어디 있었지?
대협, 백상호를 노려본다. 백상호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어려있다.